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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한수 감독, "맥과이어 교체? 안타 하나 맞으면 바꾸려고 했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19-04-22 20:10

수정 2019-04-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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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한수 감독, "맥과이어 교체? 안타 하나 맞으면 바꾸려고 했다"
2019 4월 21일 프로야구 대전야구장 경기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 경기 노히트노런 달성후 김한수 감독의 축하를 받는 맥과이어.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2019년 4월21일.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삼성 투수 덱 맥과이어(30). 부활절이었던 이날은 그에게 진정한 의미의 '부활절'이었다. 이역만리 타국 땅에 와서 마음고생 심했던 그가 다시 태어났다. 이날 그는 기존과 전혀 다른 투수였다.

대기록이 탄생한 날, 한 야구 팬 사이트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팬이 '맥과이어 노히트 시 유명 브랜드 아파트, 완봉승 시 최신 휴대폰'을 조건부 경품으로 건 이벤트 게시물을 올린 탓이었다. 그만큼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은 전쟁보다 확률이 떨어져 보였다. 적어도 그날 경기 전까지는….

오후 2시. 역대급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맥과이어는 경기 초반부터 퇴출 직전까지 몰린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언터쳐블 공을 포수 미트에 팡팡 꽂았다. 일찌감치 대량득점을 올린 타선 지원 속에 구위는 점점 더 강해졌다. 최고 구속 150㎞에 달하는 패스트볼은 타자 앞에서 불쑥 떠올랐다 가파르게 가라앉는 슬라이더를 만나 절정의 위력을 발휘했다. 이날 맥과이어는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비율을 55개:46개의 비슷한 비율로 가져가면서 한화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았다.

흠 잡을 데 없는 내용이었다. 9이닝 동안 29명의 타자를 상대로 총 128개의 공을 던진 그는 역대 노히트노런 투수 중 최다인 13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절반에 가까운 수치. 남은 아웃 카운트 14개는 땅볼 8개, 뜬공 5개, 2루 도루 저지 1차례였다.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이 각각 1개씩이었다.

8회를 마친 시점에 맥과이어의 투구수는 114개. 데뷔 후 처음으로 4일만 쉬고 나온데다 준비 시간이 더 짧은 낮 경기임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투구는 자칫 무리일 수 있었다. 마침 중계 화면에는 삼성 직원이 덕아웃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던 맥과이어에게 다가가 무언가 물어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맥과이어는 손짓을 해가며 열심히 항변하듯 설명했다. 혹시 교체 여부에 대한 의견교환은 아니었을까. 확인결과, 아니었다.

'교체를 고려했느냐'는 질문에 삼성 김한수 감독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7회 부터 불펜을 준비시켰다. 안타 1개 맞게 되면 바꾸려고 했다. 투수코치와 안타를 안 맞으면 130구가 넘어가지 않는 한 그냥 내보내자고 했다. 그래도 대기록이고 본인의 의지도 확고했다. 만약 안타를 맞았다면 언제든 바꿔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상황은 던질 거 다 던지고 기록달성 직전에 무산되는 그림. 대기록이 걸린 상황에는 누구라도 전력 피칭을 할 수 밖에 없다. 맥과이어도 예외는 아니었다. 120구를 넘어선 9회에도 149㎞의 패스트볼을 뿌려댔다. 자칫 투구수만 늘어나고 헛심만 잔뜩 쓴 채 기록을 세우지 못할 수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김한수 감독의 기다림은 결국 마지막 타자 최진행의 헛스윙 삼진으로 결실을 맺었다. 격하게 포효한 맥과이어는 128구를 리드하며 대기록 달성의 으뜸 도우미 였던 안방마님 강민호의 품에 행복하게 안겼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한 동료들의 물세례와 '구타'가 이어졌다. 눈칫밥을 먹던 맥과이어가 동료와의 하나됨 속에 비로소 라이온즈의 쪽빛에 물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함께 마음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본 김한수 감독은 경기 후 웃으며 "맥과이어의 노히트노런 대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본인 인생에 있어 정말 의미 있는 날이 됐을 거라 생각한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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