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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공은 가슴으로 받는것" '적토마'이병규의 따뜻한 재능나눔

전영지 기자

입력 2017-10-16 16:09

수정 2017-10-1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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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가슴으로 받는것" '적토마'이병규의 따뜻한 재능나눔
사진제공=서울시체육회

"공은 눈으로 받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받는 겁니다!"



가을하늘이 유난히 높았던 지난 한가위 연휴, '적토마' 이병규 해설위원(43)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한강공원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 동호인들이 휴대폰을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지난 7월, 팬도 선수도 눈물을 쏟은 감동의 은퇴식 이후 세달만에 팬들과 야구장에서 다시 만났다. 서울특별시체육회와 함께 하는 스포츠 재능나눔 교실의 '야구편', 이병규 선생님과의 만남을 위해 열혈 야구 동호인들, 이병규의 9번 유니폼을 맞춰입은 가족 단위 LG팬들이 몰려들었다. "공은 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는 것"이라는 '촌철살인' 원포인트 레슨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유쾌하고, 행복했다.

▶"공은 가슴으로 받는 겁니다!"

이날 수업은 내야수, 투수, 외야수 등 세가지 포지션으로 나뉘어 각 1시간 20분씩 A-B조 2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동호인들이 떨리는 마음으로 지난 3주간 수업을 통해 갈고 닦은 기량을 레전드 앞에 첫선 보였다.

내야수 포지션부터 원포인트 레슨이 시작됐다. 이 위원은 동호인들이 공 던지는 모습, 패스, 송구 자세를 '매의 눈'으로 살폈다. "팔 더 들어야죠!" "팔은 앞으로 쭉!" "스텝! 스텝이 중요해요!" 정확한 송구를 위한 팔의 자세, 땅볼 처리시 낮은 자세와 발놀림 등 디테일한 부분을 일일히 살피며 조언했다. 레전드와의 캐치볼에 동호인들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넘쳐났다.

이어진 투수 수업, 역시 일대일 맞춤형으로 진행됐다. '포수' 이병규에게 '강속구'로 인정받고 싶은 동호인들의 부정확한 '야망투(?)'가 이어졌다. 머리를 맞출 듯 날아든 공을 솜씨좋게 잡아챈 이 위원은 "에이, 다들 오늘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는 여유만만한 농담으로 받아치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세게 던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타깃을 정확하게 맞히는 게 중요해요." 위험천만한 공을 척척 받아낸 후 투구 폼을 꼼꼼히 교정해줬다. 레전드의 한마디에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은 놀라웠다. '이병규 선생님'은 열정적이었다. 멋진 투구를 선보인 동호인에게는 "내가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며 거침없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나이스!" "좋아!"를 외치고, 박수를 보내고,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이 위원의 열정에 참가자들의 열의도 넘쳐났다. 변화구를 던질 때의 손동작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 공세도 이어졌다. 이 위원은 기술보다 기본기를 강조했다.

이 위원의 포지션인 외야수 수업은 좀더 진지했다. 펑고 기계에서 플라이볼이 쉴새없이 날아들자 이 위원이 외쳤다. "여러분, 공은 눈으로 잡는 게 아니에요. 가슴으로 잡는 거예요!" 직접 시범을 보였다. 전력질주도 마다하지 않았다. 공을 향해 달려드는 동호인들을 향해 "가슴으로 따라가! 가슴으로!"를 강조했다.

▶"좋아하는 선수에게 야구를 배우는 행운"

이 위원과 함께 땀을 흘린 동호인들의 만족감은 대단히 높았다. 부부가 함께 사회인야구팀에서 활동한다는 LG팬 장진호(30)-이시온씨(27)는 6개월 된 딸 아현이와 함께 참가했다. 온가족이 이병규 유니폼을 맞춰입은 채 아빠의 수업을 아내와 딸이 응원했다. "인터넷 신청 열기가 엄청 뜨거웠다. 어렵게 신청한 보람이 있다. 아기가 조금 더 크면 셋이서 함께 참가하고 싶다"며 웃었다. "LG팬으로 평생 좋아해온 선수에게 직접 야구를 배우는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어떤 코치보다 꼼꼼하게 잘 가르쳐주셨다. 잊지 못할 날"이라며 뿌듯해 했다.

여자야구 동호인 '실력파' 참가자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여자 사회인야구팀 '퀄리티스타트' 멤버인 최혜영씨(29)는 "야구를 시작한지 2~3년 됐다. 던지는 방향으로 몸도 앞으로 던지듯, 가야 한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팀에 투수 자원이 부족한데, 기본자세를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시간 반 넘게 열정적으로 소리를 질러댄 이 위원은 목이 다 쉬었다. 야구 동호인의 열정, 특히 여성 참가자 급증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너무 즐거웠다. 야구선수로 은퇴했지만 기회가 되면 야구를 즐기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제가 갖고 있는 게 야구니까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족집게' 원포인트 레슨의 비결을 묻자 이 위원은 "내가 야구를 한 세월이 32년이다. 바로바로 눈에 보인다"며 웃었다. "동호인들이기 때문에 기본기에 집중했다. 기본을 따르면 실력이 당연히 는다. 투수는 타깃에 집중하는 동작을 조금만 바꿔도 잘 던질 수 있다. 내야수는 바운드의 기본, 외야수는 공 보는 자세만 바꿔도 수비를 잘할 수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너무 잘 따라와주셔서 쉽게 가르칠 수 있었다"고 했다.

크고 작은 재능나눔의 기회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우리가 운동장에서 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팬들이 있어서다. 선수들이 팬에게 보답할 수 있는 자리는 오늘처럼 함께 호흡하는 자리다. 나 역시 이런 자리를 자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즌중엔 어렵지만 시즌후, 현역, 은퇴선수들이 동호인, 팬들과 함께 하는 이런 기회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LG 꼬마, 이리 와봐!" 재능나눔 행사를 마친 이 위원이 LG 티셔츠를 입은 어린이 팬을 향해 손짓했다. 이날, 사인회는 예정되지 않았다. 일정상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수 없는 상황, 말도 못하고 주변을 맴맴 도는 어린이 팬을 향해 먼저 손짓했다. '17시즌 LG 원클럽맨'은 LG 유니폼, 자신의 배번을 새긴 팬, 특히 어린이 팬을 외면하지 않았다. 즉석 사인회는 훈훈했다. '츤데레(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남자를 일컫는 인터넷 속어)' 이병규 아저씨의 사인을 받아들고 돌아서는 어린이 팬이 싱글벙글 했다. 꿈이 뭐냐고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야구선수!"라고 답했다. (참여문의: 서울시 스포츠 재능나눔 교실 070-4262-6860)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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