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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안타 머신 이치로와 한일전

노주환 기자

입력 2016-06-2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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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머신 이치로와 한일전
ⓒAFPBBNews = News1

마이애미 말린스의 스즈키 이치로(43)는 메이저리그 개인통산 3000안타에 16개를 남겨놓고 있다. 일본 야구팬들도 주목하고 있다. 이치로가 일본과 미국에서 친 안타 수를 합치면 27일 현재 4262개다.



이 안타기록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이치로가 친 안타 중에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은 14안타가 있다. 그것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이치로가 친 안타들이다. 그때 이치로와 대결한 한국 투수들은 그를 어떤 시선으로 봤을까.

이치로는 일본 대표로 2006년 제1회 대회와 2009년 제2회에 참가했다. 한국전에는 38번 타석에 들어갔는데, 제일 많이 대결한 투수는 10번이나 만난 봉중근(LG)이다. 그는 이치로에 대해 "특별한 존재"라고 말했다.

"고교시절에 외야수로 등번호 51번을 달고 뛰었다. 이치로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를 흥미를 갖고 지켜봤다.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었을 때는 맞대결은 없었는데 시애틀에서 인사를 한 적은 있다. 이치로에 대해 제일 기억에 남는 건 2009년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1차 라운드 결승전이다. 당시 한일 첫 대결에서 김광현(SK)이 선발 등판했고, 콜드패를 당했다. 내가 일본과의 두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1번 타자 이치로를 잘 막아야만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던졌다. 이치로는 존경하는 사람이지만 막아내야하는 상대가 됐다는 게 좀 신기한 느낌이었다."

봉중근과 이치로의 대결은 두 대회 합쳐 9타수 1안타 1볼넷으로 봉중근이 압도했다. 봉중근은 "이치로는 콘택트 능력이 좋고 방망이의 중심에 맞히는 기술과 선구안이 뛰어나다. 또 구속 완급에 대한 반응도 좋아서 대결할 때 공이 눈에 익숙해지지 않으려고 구종이나 구속에 변화주면서 던졌던 게 통했다"고 말했다.

또 2009년 대회 때 이치로와 4번 대결했던 장원삼(삼성)은 이렇게 회상했다. "일본대표 선수들는 모두 다 슈퍼스타들이다. 특히 이치로가 타석에 나오면 많은 플래시가 터졌고 관중의 반응이나 야구장의 분위기가 바뀐다. 그런 분위기에서 이치로를 막으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장원삼은 이치로 상대로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삼진도 1개 잡았다. 이치로가 WBC 한일전에서 기록한 삼진은 2006년에 박찬호, 2009년에 장원삼이 잡은 2개밖에 없다. 장원삼은 "'난 이치로를 삼진으로 처리했다'고 계속 자랑할 수 있다. 개인적인 기쁨이다"고 했다.

WBC 한일전에서 이치로가 친 안타중에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안타는 2009년 대회 결승전, 연장 10회초에 나온 결승타다. 임창용(KIA)이 이치로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9회초 이치로와 임창용의 대결에서 승부를 피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2015년 임창용에게 그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다. 임창용는 "9회초 타석 때 2루타를 맞았으니까 다음 타석인 10회초 때는 막고 싶었다"고 했다. 임창용 처럼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투수라도 이치로에 대해 특별히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봉중근은 이치로에 대해 "한국 일본 미국 등 나라를 떠나서 존경하는 존재"라고 했다. 장원삼은 "아시아 최고 타자이고 대결한 것 자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WBC에서 이치로와 한국 투수의 상대 성적은 35타수 14안타, 4사구 2개, 1희생타. 그 대결 하나하나에 당사자들의 깊은 기억이 녹아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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