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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덕분에' 웃은 NC, 비 '때문에' 운 한화

이원만 기자

입력 2015-07-0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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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덕분에' 웃은 NC, 비 '때문에' 운 한화
◇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NC전이 결국 3회초이던 오후 7시50분에 우천으로 노게임 선언됐다. 올해 5번째 노게임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비 '때문에' 울뻔했던 NC 다이노스가 비 '덕분에' 웃게됐다. NC가 5일 기가막힌 '전화위복'을 경험했다.



이날 NC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이글스와 주말 원정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경기를 앞두고 날씨는 더할나위 없이 맑고 화창했다. 초여름의 전형적인 하늘. 햇볕은 짱짱했고, 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바람이 선선히 불어 크게 덥지 않았다. 그래서 이날 저녁 6시쯤 잠깐의 소나기가 온다는 일기 예보의 신빙성도 크게 떨어져 보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나 NC 김경문 감독 모두 "예보는 있던데, 비가 올것 같지는 않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앞날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기상청의 예보는 이날만큼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로 인해 NC는 '울다가 웃었'고, 한화는 '좋다 말았'다. '전화위복' '새옹지마'같은 운명의 반전이 벌어졌다.

▶울다가 웃은 NC

NC는 사실 이 경기에 대한 필승 각오가 컸다. 앞서 3, 4일에 열린 2경기에서 모두 6대7로 지는 바람에 위닝시리즈를 내줬기 때문.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 경기 막판까지 승패의 향방을 가늠키 어려운 박빙 승부였다. 때문에 NC 김경문 감독은 경기 전 "두 경기 모두 6대7 스코어는 내가 감독하면서도 거의 못 겪어본 일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NC가 밀렸다. 선발의 무게감에서는 올해 8승을 거둔 NC 베테랑 손민한이 한화 송창식보다 앞선다. 그러나 1회초 송창식은 안타 1개만 허용하며 무실점을 기록한 반면, 손민한은 1회말에 무려 8안타를 허용한 끝에 5실점으로 무너졌다.

손민한의 구위와 제구력이 다소 떨어져 있던 건 맞다. 하지만 이날의 처참한 결과는 다분히 갑작스러운 소나기 때문이었다. 1회말 선두타자 이용규에게 중전안타에 이어 송주호의 희생번트로 된 1사 2루에서 정근우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맞았다. 이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후속타자 김태균이 초구에 친 타구는 평범한 우익수 플라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빗줄기로 인해 시야가 가린 탓인지 NC 우익수 나성범이 낙구 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안타를 만들어줬다.

여기서 1차로 일시 중단이 선언됐다. 오후 6시19분이었다. 신기하게 중단 선언 이후 곧바로 비가 그쳤다. 그래서 5분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하지만 손민한의 밸런스는 이미 흔들렸다. 결국 이종환과 이성열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실점째를 허용했다. 계속된 2사 1, 3루 상황. 권용관이 타석에 나왔는데 또 비가 쏟아졌다. 오후 6시30분에 두 번째 '일시 중단' 선언.

이번에는 19분 만에 경기가 재개됐다. 이 시점에서 손민한의 밸런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결국 권용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았고, 주현상과 조인성에게도 연속 안타를 맞았다. 손민한은 베테랑의 책임감을 앞세워 마운드에서 버티고 서 있었지만, 공은 이미 배팅볼이나 다름없었다. 타순이 한 바퀴 돌았고, 간신히 이용규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긴 1회가 끝났다. 7타자 연속 안타를 포함한 총 8안타. 올해 손민한 최악의 투구였다. NC의 한화전 스윕 패배가 예감됐다.

그러나 기막힌 반전이 벌어지기까지는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2회말부터 다시 비가 내렸다. 3회초 NC 선두타자 손시헌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낼 때는 이미 시야가 가릴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결국 오후 7시18분에 세 번째로 경기가 중단됐다. 이번 비는 예사롭지 않았다. 앞서와 달리 많이 내렸고, 오래 내렸다. 급기야 내야 그라운드에도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경기 중단 시간이 30분에 가까워지며 우천 노게임이 현실로 다가왔다. NC 선수단은 조심스레 덕아웃에서 철수 채비를 갖췄다. 결국 오후 7시50분에 '노게임'이 선언됐다. 앞서 달성한 모든 기록이 무산된 것이다. 올해 최악의 투구를 했던 손민한, 그리고 스윕패배를 당할 뻔했던 NC. 모두 울다가 웃었다.

▶좋다가 만 한화

사실 한화는 이날 경기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앞서 2승을 거뒀기 때문에 져도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 특히나 이미 불펜 소모가 많았고, 이날 선발 송창식도 긴 이닝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에 승산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송창식이 완투해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은 불펜 '올스타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상황에 따라 불펜을 모조리 투입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런데 초반부터 흐름이 묘하게 잘 풀렸다. 역시 우천으로 인한 중단이 NC선발 손민한의 투구 밸런스를 무너트렸기 때문. 그 덕에 1회말부터 타자들이 대폭발했다. 선두타자 이용규의 중전 안타를 시작으로 1사 후 무려 7명의 타자가 연속안타를 날렸다. 결국 1회에만 타자 일순하며 총 8안타로 5득점에 성공했다. 타자 일순은 팀 공격에서 꽤 드물게 나오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여기에 더해 이용규는 1회 선두타자 안타를 치면서 통산 40번째 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기록을 달성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기록이 깨끗이 사라지고 말았다. 경기가 '노게임 선언' 되는 바람에 완전히 없던 일이 된 것. NC전 스윕 가능성과 마찬가지로 빗속에 녹아내린 것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노게임이 선언된 뒤 "역시 앞 일은 알 수 없다. 그나마 송창식이 쉴 수 있던 게 소득"이라는 말을 남긴 채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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