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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의 판정이 선수에 미치는 영향은 [무로이칼럼]

권인하 기자

입력 2015-04-21 09:00

야구경기 중에는 심판의 미묘한 판정이 생길 때가 있다.



어느 쪽으로 판정하더라도 제대로 된 판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세밀한 차이가 생겼을 때에 나타난다.

지난주 일본에서 뛰는 2명의 한국인 선수가 심판의 판정 덕분에 흐름을 좋은 쪽으로 바꾼 일이 있었다.

지난 17일 지바롯데-소프트뱅크전. 소프트뱅크의 이대호는 그날 경기 전까지 타율 1할4푼3리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올해 첫 3안타를 기록하고 두번째 타석에서는 2타점 결승 적시타를 치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그 결승타의 뒷면에는 이대호가 2번이나 판정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있었다.

1-2으로 소프트뱅크가 뒤지고 있던 4회초 무사 2,3루의 찬스를 맞이한 이대호는 볼카운트 1B1S의 3구째, 지바롯데의 선발 와쿠이 히데아키가 던진 몸쪽 변화구에 방망이가 움직였다. 코스는 볼이었고 이대호는 스윙을 멈췄지만 스윙이라고 본 지바롯데의 포수 다무라 다쓰히로는 1루심에 판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1루심은 양팔을 펼쳐 이대호가 스윙을 하지 않았다고 했고 결과는 볼이 됐다.

볼 카운트 2B1S. 다음 4구째 와쿠이는 바깥쪽 낮게 던졌는데 이대호의 방망이가 나오다가 다시 멈췄다. 포수 다무라는 다시 1루심에 스윙을 어필했지만 1루심은 또 한번 스윙을 인정 하지 않았다.

지바롯데 팬들의 약간의 야유가 나왔고 볼카운트 3B1S가 된 5구째. 이대호는 와쿠이가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던진 공을 놓치지 않고 좌익수 앞에 안타를 쳤다.

18일 만난 이대호에게 그 판정에 대해 물었다. 이대호는 "(심판이) 스윙이라고 할 때도 있고 아니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최근 안타가 나오고 있지 않았는데 그때 타구가 수비수의 정면에 갔지만 감은 나쁘지 않아 걱정하지 않았어요"라고 했다. 이대호에게 17일 4회초 타석을 계기로 운이 따라오는 걸까. 이대호는 19일에도 결승타를 치는 등 조금씩 타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8일엔 지바롯데의 선발 이대은이 주심의 판정 도움을 받았다.

지바롯데가 2-0로 리드한 3회초. 2사 1,2루의 위기에서 4번 우치카와 세이치를 만난 이대은은 볼카운트가 3B1S로 몰렸다. 볼넷이 되면 2사 만루가 되며 5번 이대호와 만나는 상황이었다.

이대은이 던진 5구째 바깥쪽의 컷패스트 볼이 스트라이크 존의 아슬아슬한 코스에 들어갔다. 볼이라고 본 우치카와는 공을 지켜봤는데 주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 우치카와는 작은 불만을 주심에게 보였다. 다음 6구째 우치카와는 같은 코스의 볼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땅볼이 된 공이 투수 이대은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투수 땅볼로 공수교대. 이대은은 그날 7이닝 무실점 피칭을 하고 3승째를 장식했다.

당시 판정에 대해 경기후 이대은은 "그 판정이 다음 피칭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 코치는 "그 공은 이대은이 코스를 의식하고 던진 공이 아니지만 운이 좋았다. 그런 운이 있을 때 안심하지 않고 노력을 하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의 세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력이다. 하지만 어떤 때는 운을 힘으로 바꾸는 것도 성공하는 비결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우연하게도 이대호의 스윙을 볼으로 판정한 1루심과 이대은의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한 주심은 같은 심판원이었다. 그 심판원이 두 선수에게 특별한 배려를 한 것은 아닐테지만 그런 인연이 생기는 것도 운일 터.

운을 아군으로 만들어 흐름을 잡은 이대호와 이대은. 그것은 둘의 향후의 활약을 예감시키는 일이 아닐까. <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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