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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5연패가 더 뻐아팠던 이유

권인하 기자

입력 2014-09-01 09:06

삼성의 5연패가 더 뻐아팠던 이유
4경기 반 차이로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과 넥센이 31일 대구구장에서 만났다. 넥센이 7-0으로 승리하며 삼성을 5연패에 빠뜨렸다. 패배한 삼성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8.31/

삼성 라이온즈가 올시즌 처음으로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상황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삼성은 1위를 독주했다. 2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가 7게임까지 벌어졌다. 주위에서 삼성 류중일 감독에게 "걱정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러나 류 감독은 "아무리 1위를 하고 있어도 걱정은 많다. 팀내 속사정을 밖에서는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 류 감독의 걱정 중 하나였다. 밴덴헐크가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후반기에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장원삼과 윤성환은 제구력이 좋지만 공이 빠르지 않아 역시 당일 컨디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배영수와 마틴 역시 마찬가지. 타선은 팀타율이 3할이 넘고 있지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것.

불안 요소가 있다고 해도 삼성이 1위를 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이겨야할 경기에서 이겨왔기 때문이다.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들은 웬만한 경기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집중력에서 다른 팀에 앞섰다.

그런 삼성이 5연패다. 넥센과의 승차가 3.5게임으로 줄었다. 그러나 넥센에 쫓기고 있다는 상황보다는 연패를 한 대상이 더 가슴 아프게 한다.

삼성은 롯데에 1패를 한 뒤 두산, 넥센에 2연패씩했다. 두산과 넥센에 패한 것이 5연패를 했다는 사실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산은 삼성이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뒤진 팀이다. 28∼29일 잠실 경기전까지 6승7패였다. 남은 경기는 3경기. 2승1패를 하면 동률이 되고 3승을 하며 9승7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 삼성은 8개팀에 모두 앞선채 시즌을 마칠 수 있다. 그런데 28일 끝까지 추격했지만 5대6으로 졌다. 올해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두산 니퍼트를 상대로 또 졌다. 니퍼트에 한번도 못이겼다는 사실이 분한데 상대전적까지 6승8패가 됐다. 남은 2경기를 다 이겨야 동률을 이룰 수 있다. 류 감독은 경기후 "다음 경기는 꼭 이기도록 하겠다"라고 했을 정도로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29일엔 비때문에 졌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6회말이 끝나고 7회초를 시작할 때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세차게 내린 비 때문이었다. 30분이 넘게 기다렸지만 그사이 내린 비는 그라운드를 완전히 물바다로 만들었고 결국 6회 콜드게임으로 끝. 삼성 타선의 힘이나 두산의 불펜진을 생각하면 1점차는 삼성으로선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삼성으로선 땅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연패를 하고 만난 팀이 넥센이다. 5.5게임차로 여유있는 상황. 하지만 여유있는 항해를 하기 위해선 2위와의 맞대결서 승리를 해야한다. 게다가 연패를 끊어야 했다. 선발 맞대결도 나쁘지 않았다. 30일 삼성은 에이스 밴덴헐크를 냈고, 넥센은 김대우를 선발등판시켰다. 누가 봐도 삼성의 절대적 우위. 삼성이 2회말 이승엽의 홈런으로 앞설 때만해도 쉽게 경기가 풀릴 듯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은 김대우에게서 점수를 뽑지 못했고, 밴댄헐크가 5회초에 이성열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는 등 3점을 내주며 오히려 넥센이 승기를 잡았다. 결국은 4대7의 패배.

31일엔 넥센 선발 문성현의 공을 때려내지 못하며 4안타의 빈공속에 0대7로 완패했다. 삼성이 1점도 뽑지 못한 것은 지난 4월 16일 대구 두산전 이후 처음이었다.

삼성은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5연패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쉽게 승리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나태해질 수 있는 정신력을 가다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위해선 방심이란 단어는 없어야 한다. 류 감독은 5연패한 뒤 "최근 연패와 관련해 뭐가 잘못돼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 승부는 지금부터다"라고 말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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