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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치니는 왜 황희찬 슛 쏘기 전에 도망갔나, 경기 후 급사과에도 "무례하다" 여론 싸늘

윤진만 기자

입력 2024-01-31 05:13

수정 2024-01-31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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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치니는 왜 황희찬 슛 쏘기 전에 도망갔나, 경기 후 급사과에도 "무례하…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이 승부차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떠난 행위가 현지에서도 논란이다.



이탈리아 매체 '풋볼이탈리아'는 아랍 방송 'beIN스포츠'의 영상과 보도를 토대로, 이탈리아 출신 만치니 감독이 31일(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카타르아시안컵 16강전에서 '조기 퇴장'한 사연을 소개했다.

만치니 감독은 이날 후반 추가시간 9분 조규성(미트윌란)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1-1 무승부로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한국의 1~3번째 키커 손흥민(토트넘) 김영권(울산) 조규성이 모두 득점하고, 사우디 3~4번째 키커인 사미 알나지와 압둘라흐만 가리브(이상 알나스르)가 쏜 슛이 한국 수문장 조현우(울산)의 선방에 막혀 2-3으로 끌려가자, 돌연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한국의 4번째 키커인 황희찬(울버햄턴)이 골을 넣지 못했다면, 사우디에도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릴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은 미리 경기를 포기한 듯 터널을 빠져나갔다. 만치니 감독의 뒷모습은 중계화면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만치니 감독은 결국 승부차기 스코어 2대4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경기장을 먼저 떠난 것에 대해 사과한다.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도자의 기행에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beIN스포츠' 스튜디오에서 한국-사우디전을 생중계한 해설위원 디디에 도미는 만치니 감독이 자기팀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랍 매체 '쿠라'는 만치니 감독의 행동이 "도발적이고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한 팀의 수장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기장에 남아있지 않은 건 상대팀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사우디는 지난해 8월 만치니 감독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 2700만달러(약 373억원)를 과감히 투자했다. 사우디축구협회는 유로2020에서 이탈리아에 우승을 안긴 만치니 감독이 사우디 축구를 한 단계 발전시켜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세계 최고의 연봉을 받는 지도자가 안겨준 건 '16강 조기 탈락'과 '16강전 조기 퇴근'의 충격 뿐이었다. 아랍 매체 '알아우사트'에 따르면, 야세르 알미세할 사우디축구협회장은 경기 후 "납득하기 힘든 행동이다. 왜 그랬는지 감독과 대화를 나눠볼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는 중도에 끝내지 않고 정상적으로 이행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팀 중 한 팀을 상대로 우리 선수들이 잘 싸웠다"라고 총평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추켜세우는 한편, 사우디가 아쉽게 탈락했다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시전'했다. 알미세할 회장도 16강 탈락은 아쉽지만, 이번대회에서 사우디가 선보인 경기력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평했다. 이 발언을 미루어 볼 때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 경질과 같은 초강수를 두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사우디와 평가전에서 오랜 무승을 끊으며 구사일생한 클린스만 감독은 또 위기의 순간에서 사우디를 꺾으며 반등에 성공했다. 가까스로 16강을 통과한 한국은 내달 3일 호주와 8강전을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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