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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혁의 이슈분석] 두려움 없는 '신인'이 일으킨 '나비효과'. '무색무취' 현대모비스 상위권 판도 뒤흔들 태풍

류동혁 기자

입력 2024-01-24 14:13

수정 2024-01-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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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 없는 '신인'이 일으킨 '나비효과'. '무색무취' 현대모비스 상…
현대모비스 박무빈.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정규리그 54경기 중 팀당 31~35경기를 소화했다.



초반부터, 예상과는 다른 순위표가 펼쳐졌다. 원주 DB가 압도적 1위를 달렸다. 35경기를 치르면서 27승8패. 2위 서울 SK와의 격차는 3.5게임 차다.

당초, SK와 KCC가 최강 전력을 자랑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SK는 김선형과 오세근의 부진으로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다. KCC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체력 준비 미흡으로 역시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디드릭 로슨, 강상재, 김종규, 이선 알바노의 빅4를 앞세운 DB가 무한 질주를 했다.

단, 최근 다시 미묘한 흐름이 잡힌다. 일단, 하위권의 꿈틀거림이다. 돌풍의 팀은 한국가스공사다. 강 혁 감독대행의 지휘 아래 가스공사는 앤드류 니콜슨-듀본 맥스웰의 외국인 듀오를 형성했다. 시즌 전 1옵션 아이재아 힉스가 시즌아웃됐던 가스공사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두 외국인 선수와 에이스 김낙현의 가세, 그리고 강력한 수비력으로 시즌 중반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12승21패로 8위에 머물러 있지만, 아직까지 6강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이정현과 치나누 오누아쿠를 내세운 고양 소노도 힘을 내고 있다.

반면, 상위권 팀들은 주춤하다. DB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로슨이 부진하다. SK는 안영준 허일영 김선형이 이탈했다. 워니 'GO'와 강력한 수비 조직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너무 불안하다. KT 역시 에이스 허 훈이 빠져있고, 패리스 배스의 기복이 심해지면서 역시 불안하다. 창원 LG는 아셈 마레이의 공백, 부산 KCC는 송교창 정창영 이호현 등 핵심 선수들이 이탈했다.

즉, 시즌 초반 철저하게 당했던 하위권 '반란의 시간'이 도래한 느낌이다.

그 중 가장 주목해야 할 팀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무색무취'였던 울산 현대 모비스다.

게이지 프림과 케베 알루마의 외국인 선수 조합, 프림은 최정상급 골밑 장악력을 자랑하지만, '욱'하는 성격 때문에 기복이 너무 심했던 선수. 알루마는 다재다능하지만, 배스, 로슨에 비해 2% 부족한 기량.

함지훈 김준일 장재석의 수준급 빅맨, 이우석 최진수 김국찬 등 준수한 윙맨. 하지만, 강력함은 부족했다.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백코트진, 특히 메인 볼 핸들러였다. 강한 공수 조직력, 골밑 장악력을 지녔지만, 지난 시즌부터 현대모비스는 상대 압박에 너무나 약했다. 볼 핸들러 싸움에서 확실히 차이가 났다. 결국 좋은 프론트 코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지만, 우승권으로 치고 올라가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보였다. 코어의 부족, 코어들의 경험 부족이 있었다.

최근에도 기복은 상당히 심하다. 서울 SK를 97대94로 잡아냈고, 잘 나가던 가스공사를 91대88로 눌렀다. 그런데, 로버트 카터 주니어가 홀로 뛰는 정관장을 맞아 90대114로 완패했다. 하지만, 원주 DB를 99대91로 잡아냈다.

기복이 심하지만, 전력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

그 중심에는 박무빈이 있다. 고려대 시절 최고의 공격형 가드였던 그는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이 "박무빈은 확실히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특히, 저돌적 돌파와 속공 능력, 그리고 클러치 상황에서 던지는 슈팅 능력은 확실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불의의 발목부상을 당했던 박무빈은 복귀 이후 단숨에 현대모비스 메인 볼 핸들러로 자리매김했다. 저돌적 돌파로 팀의 에너지 레벨 자체를 높이고 있고, 상대 압박에도 주눅들지 않는다. 게다가 클러치 상황에서 과감하면서도 정확한 3점포로 팀을 위기에서 구하고 있다. 가스공사전에서 위닝 3점포를 터뜨렸고, DB전에서도 스크린을 타고 연속 3점포를 꽂아넣으며 승부처를 지배했다. 가스공사와 DB가 매우 강력한 앞선 압박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무빈의 클러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 지 알 수 있다.

23일 DB전이 끝난 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박무빈, 옥존, 김지완 등이 있기 때문에 하이-로 게임보다는 투맨 게임(2대2 공격)의 비중을 늘릴 것이다. 프림, 장재석, 김준일, 함지훈에게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박무빈의 급부상은 현대모비스에 꼭 필요한 '화룡점정'이 된 느낌이다. 강력한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1위 DB를 잡아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박무빈도 숙제는 있다. 아직까지 수비는 약하다. 김국찬, 김지완 등이 박무빈의 수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 함께 뛴다. 현대모비스 구조상 가장 위력적 카드는 박무빈과 옥존의 투가드, 혹은 박무빈 혹은 옥존의 원 가드에 빅 라인업을 갖추는 것이다. 프림의 골밑 지배력이 탁월하고, 골밑에서 외곽으로 뿌려주는 패스 능력도 수준급이다. 함지훈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3점슛 능력이 뛰어난 박무빈과 옥존이 함께 서면서 무차별적 2대2를 한다면 상대팀은 알고도 못 막는 공격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또, 원 가드와 빅 라인업을 구사하면서 로테이션을 돌린다면, 어떤 팀을 만나도 높이와 스피드에서 뒤지지 않는다.

단, 현대모비스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이 시스템을 갖췄을 때 수비의 견고함이다. 박무빈과 옥존은 아직까지 개인수비와 팀 디펜스에 대한 적응이 완전치 않다. 팀에 합류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두 선수의 체력적 부담감도 고려해야 한다.

단, 상위권 팀들의 악재가 동시다발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무색무취'의 현대모비스의 전력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더불어 시즌 후반기 최대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 리그는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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