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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결승골-이강인 퇴장' 한국, 아시안컵 최종 모의고사 이라크전 1대0 승리 '이제 본선 모드'

박찬준 기자

입력 2024-01-0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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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결승골-이강인 퇴장' 한국, 아시안컵 최종 모의고사 이라크전 1…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이 마지막 모의고사를 승리로 장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뉴욕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이재성(마인츠)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이겼다. 이번 경기는 13일 개막하는 카타르아시안컵을 대비한 테스트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안컵에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1956년, 1960년 2연속 우승 뒤 정상을 밟지 못했다. 준우승만 네 차례(1972, 1980, 1998, 2015년) 기록했다.

우승을 향해선 중동의 '모래바람'을 이겨내야 한다. 한국은 1990년대 이후 치른 7차례 대회 중 중동팀에 패해 탈락한 경우가 네 차례나 된다. 직전 2019년 UAE 대회에서도 8강에서 카타르에 0대1로 패해 짐을 쌌다. 한국은 이번 대회 E조에서 바레인(15일)-요르단(20일)-말레이시아(25일)와 대결한다. 바레인, 요르단 두 중동팀을 상대해야 한다. 토너먼트에서도 중동팀을 만날 수 있다.

이라크는 만만치 않은 팀이다. 중동 특유의 끈적한 축구를 펼친다. 헤수스 카사스 감독이 이끄는 이라크는 2023년 A매치 13경기에서 6승5무2패(24골-13실점)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치른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별리그 F조에선 인도네시아(5대1)-베트남(1대0)을 제압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카사스 감독은 이라크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이라크를 상대로 8승12무2패를 기록했다. 비교적 강했다. 최근 이라크 축구가 과거 보다 기울면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차이가 크다. 한국 23위, 이라크 63위다. 이라크 역시 이번 아시안컵에 나선다. 이라크는 D조에서 인도네시아(14일)-일본(19일)-베트남(24일)과 붙는다. 이라크는 일본전을 대비해 한국과 맞붙는다. 한국이 E조에서 1위, 이라크가 D조 2위를 하면 두 팀은 16강에서 만날 수 있다.

클린스만호의 이번 아시안컵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우승이다.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은 1960년 한국에서 열린 2회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한국은 본선 진출국 4팀(이스라엘, 남베트남, 대만)과 4강 리그전을 치렀다. 3전 전승 1위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은 아시아 맹주로 자리매김하며, 10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시안컵만큼은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5년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게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부터 지금까지 아시안컵 우승을 노래했다. 각종 논란에도 "결과로 평가해달라"고 했고, 그게 바로 아시안컵이었다.

클린스만호는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소집됐다. K리그 일정을 끝낸 K리거들을 중심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친 일부 해외파 선수들이 함께 했다. 국내 소집 1차 훈련은 31일까지 진행됐다. 클린스만호는 28일 용산 CGV에서 아시안컵에 나설 26명의 최종 명단을 발표했다. 깜짝 발탁 없이 지난 10월, 11월 A매치에 나섰던 선수들이 그대로 나섰다. 양현준(셀틱)과 김지수(브렌트포드)가 나머지 두 자리를 채웠다.

1차 훈련을 함께한 18명의 태극전사들은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 KFA(대한축구협회) 어워즈' 후 진행된 출정식에 참석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넘치는 에너지로, 충분한 믿음을 가지고 카타르로 넘어간다. 꼭 64년 만에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여러분과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도록 잘 준비하겠다. 6주 뒤 좋은 모습과 성적으로 뵙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성은 "개인적으로 도전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이번 아시안컵은 저희만의 도전이 아니라 64년을 이어 온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이 트로피를 들어 올릴 기회다. 기필코 카타르에서 우승컵을 들고 돌아오겠다. 그런 도전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리고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만큼 자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매일 최선을 다해서 최종 목표인 우승까지 가겠다. 팬들의 기대와 응원이 부담스럽지는 않고, 오히려 기대감이 생긴다"며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 공교롭게도 결승전 당일이 설날(2월 10일)로 알고 있는데, 행복한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재는 "아시안컵 목표는 우승"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공격수들의 화력이 워낙 좋다. 매경기 득점하고 있다. 아무래도 수비수들이 좀 더 집중해 줘야된다. 우리가 잡고하는 경기가 많다. 잘 유의하고 준비하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린스만호 본진은 다음 달 2일 전지훈련지인 UAE로 떠나 아부다비에서 현지 적응을 위한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턴),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은 아부다비에서 클린스만호에 합류, '완전체'를 이뤘다. 이라크전은 결전지에 입성하기 전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4-1-4-1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오현규(셀틱)이 최전방에 섰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홍현석(헨트) 황인범(즈베즈다) 이재성(마인츠)가 2선에 자리했다. 3선부터는 기존의 멤버들이 그대로 나섰다. 박용우(알 아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포백은 이기제(수원 삼성)-김영권-정승현-설영우(이상 울산 현대)가 이뤘다. 김영권이 주장 완장을 찼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가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했음에도 신뢰를 보여주며, 최종 엔트리에도 뽑았다. 이날 경기에도 선발로 기용하며, 이기제가 왼쪽 풀백의 확실한 주전임을 알렸다. K리거의 경우, 리그가 끝난지 제법 됐기 때문에 컨디션을 끌어올리는게 중요했다. 골문은 김승규(알 샤밥)가 지켰다.

이라크도 4-2-3-1 카드를 꺼내들었다. 모하나드 알리가 원톱에, 알라 자심-이브라힘 바예시-몬타데르 마제드가 2선에 자리했다. 더블볼란치에는 오사마 라시드와 아미르 알아마리가 포진했다. 포백은 메르카스 도스키-알리 아드난-사드 나티크-후세인 알리가 구성했다. 잘랄 하산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한국이 이른 시간 선제골을 허용할 뻔 했다. 전반 2분 바예시가 스루패스를 받아 뒷공간을 허물며 단독 찬스를 맞았다, 김승규가 각을 좁히며 멋지게 슈팅을 막아냈다. 재차 이어진 상황에서 볼이 골대로 향했지만, 김승규가 역동작에도 선방해냈다. 이라크는 과감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을 괴롭혔다. 이 멤버로 발을 맞춰보지 않은 한국은 제대로 볼을 소유해내지 못하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7분 정우영 오른쪽에서 크로스 오현규 머리 넘어가 이재성이 다이빙 헤더를 시도했지만, 상대 수비에 막혔다. 이어 박용우가 넘겨준 멋진 로빙 패스가 정우영에게 연결됐지만, 슈팅을 날리기 전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13분 알아마리의 프리킥이 공격에 가담한 나티크에게 연결됐다. 나티크의 슈팅은 골대로 향했지만 약했다. 한국도 반격했다. 14분 오현규와 홍현석이 아크 정면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수비에 막혔다.

한국은 조금씩 흐름을 찾기 시작했다. 황인범을 축으로 한 패스가 살아났다. 한국 역시 압박으로 이라크의 빌드업을 무력화시켰다. 18분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오른쪽에서 이어지던 패스가 상대 수비에 의해 뺏겼다. 공격에 가담한 설영우가 재차 인터셉트를 한 후 지체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정우영이 뛰어들며 머리에 맞췄지만, 아쉽게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22분에는 이기제가 왼쪽에서 기가 막힌 크로스를 올렸다. 오현규가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하지만 슈팅은 또 다시 골키퍼 정면이었다.

26분 또 다시 오른쪽에서 기회가 이어졌다. 짧은 패스가 이어지며, 이재성이 박스 안에서 오버래핑하던 설영우에게 잘 연결했다. 설영우의 컷백을 상대 수비가 걷어냈다. 흐른 볼을 박용우가 슈팅으로 연결했다. 너무 힘이 들어가며 크게 벗어났다. 28분에도 오른쪽에서 정우영의 스루패스, 설영우의 컷백이 이어졌다. 오현규가 밀어넣으며 이라크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주심은 설영우가 볼을 받을때 오프사이드였다고 선언했다. 35분 오현규에게 좋은 볼이 연결됐다. 홍현석이 찔러줬고, 오현규가 돌아들어가며 뒷공간을 허물었다. 오현규의 강력한 오른발슛은 골대를 벗어났다.

한국이 선제골을 넣었다. 39분 오른쪽에서 멋진 패스워크로 기회를 노리다, 이재성에게 볼이 연결됐다. 이재성이 지체없이 왼발 슈팅을 때렸다. 볼은 빨래줄처럼 뻗어가며 이라크의 골망을 흔들었다. 곧바로 이라크가 반격에 나섰다. 자심이 스루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왼발 슈팅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42분 한국이 좋은 슈팅을 날렸다. 황인범이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살짝 떴다. 이재성이 전반 종료 직전 홍현석과 2대1 패스 후 왼발슈팅을 때렸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결국 전반은 1-0으로 마무리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주전 자원들을 모두 내세웠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김민재 조규성이 모두 나섰다. 대신 정우영 홍현석 이재성 정승현 오현규가 빠졌다. 한국이 시작과 함께 좋은 기회를 잡았다. 황희찬이 왼쪽에서 강한 크로스를 날렸다. 조규성이 헤더를 연결했지만, 오프사이드였다. 이어 조규성이 강력한 오른발슛을 날렸지만, 수비 맞고 아웃됐다. 아쉽게도 이 슈팅은 상대 수비 손에 맞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항의했지만, 주심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VAR이 없었다.

11분 이기제가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조규성의 머리에 맞기 전, 상대 수비가 걷어냈다. 20분 이강인 손흥민 콤비가 번뜩였다. 이강인의 기가막힌 스루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잡아 골키퍼와 맞섰다. 손흥민이 골키퍼를 제쳤지만, 손끝에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땅을 쳤다. 느린 장면에서 명확히 터치가 있었기에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한국은 21분 설영우를 빼고 김태환(울산)을 투입했다. 26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황희찬이 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거친 태클에 쓰러졌다. 27분 이기제의 멋진 전진패스가 조규성에게 연결됐다. 하지만 터치가 아쉬웠다. 슈팅까지는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30분에는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코너킥이 조규성으로 향했다. 조규성의 헤더는 제대로 맞지 안았다. 골대를 벗어났다. 33분 이라크가 역습에 나섰다. 슈팅을 허용하긴 했지만 박용우와 김영권이 멋진 커버로 각을 좁혀줬다.

36분 황희찬의 날카로운 돌파가 나왔다. 손흥민의 스루패스를 받아 수비 한명을 넛멕으로 제치고 치고 들어갔지만 아쉽게 슈팅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이강인의 킥을 박용우가 머리에 맞췄다. 자유롭게 헤더를 했지만, 떴다. 40분 석연찮은 판정이 나왔다. 이강인이 퇴장을 당했다. 돌파 과정에서 상대 수비와 부딪혔다. 상대가 이강인의 얼굴을 밀며 험악한 장면이 연출됐다. 주심은 양 선수에게 모두 경고를 줬다. 이강인은 누적 경고로 인해 퇴장을 당했다. 경기가 거칠어졌지만, 한국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결국 1대0으로 한국이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실험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전반 좀처럼 하지 않던 플랜B를 가동하며 새로운 조합을 실험한데 이어, 후반 베스트 멤버들을 내세워 확실한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여기에 또 다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도 소득이었다. 이강인이 퇴장 당한 가운데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한국은 최근 일곱경기에서 실점이 없다. 마지막 경기까지 승리하며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제 한국은 10일 결전지인 카타르로 넘어간다. 그리고 15일 바레인과 1차전을 치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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