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나문희가 임영웅까지 울렸다.
21일 일산 킨텍스 1전시장 1홀에서 열린 임영웅 전국투어 '아임 히어로 투어 2023'은 눈물 바다를 이뤘다. 바로 영화 '소풍'을 연출한 김용균 감독과 김영옥과 함께 콘서트장을 찾았던 나문희의 사연 때문이다.
이날 임영웅은 팬들이 보낸 사연을 직접 읽어주는 '임영웅의 스페이스' 코너를 진행하던 중 '일산에 사는 호박 고구마'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일산에 사는 호박 고구마'는 "82세인데 아직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일을 하러 오랫동안 지방에 내려갔다가 남편이 보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넘어져서 이마를 다쳤다고 하더라"라고 운을 ?I다. 이후 병원에 입원한 남편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일산에 사는 호박 고구마'는 사별의 아픔을 임영웅의 노래로 달랬다. 그에 대한 감사 인사를 건네고자 사연을 보냈다는 것.
이에 임영웅은 "어머니"라고 '일산에 사는 호박 고구마'를 불렀고, 카메라는 사연자를 비췄다. 그런데 사연의 주인공이 나문희였다는 것이 밝혀지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임영웅은 "이렇게 사연까지 보내주시고 제 노래로 위로 받고 있다고 하시니 마음이 뿌듯하기도 하다.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고, 나문희는 머리 위 하트로 화답했다.
더욱 감동적인 대목은 이런 훈훈한 현장이 작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닌, 리얼 에피소드였다는 것.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 뮤직 측에 따르면 임영웅 측에서는 나문희와 김영옥 등을 초청한 적은 없었다. '임영웅의 스페이스'는 매공연마다 진행해왔던 코너였고, 나문희가 사연을 보낸 것 또한 사전에 협의되거나 제안했던 내용이 아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나문희가 사연을 보냈고, 코너를 진행하다 이를 알게된 임영웅도 깜짝 놀랐다는 것. 임영웅은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려 감동과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임영웅과 나문희의 인연은 '소풍'을 통해 계속된다.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세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나문희와 김영옥이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에는 임영웅의 자작곡 '모래 알갱이'가 OST로 삽입된다. 임영웅의 노래가 영화에 등장하는 것은 '소풍'이 처음이다.
김 감독과 제작진은 '소풍'의 부산영화제 출품을 위해 편집을 마무리하던 중 우연히 '모래 알갱이'를 듣게 됐고, 서정적인 가사와 임영웅이 직접 분 휘파람이 나문희 김영옥 배우의 절제된 감정과 어우러져 관객에게 전달되면 감동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물고기 뮤직 측에 노래 사용을 요청했고, 임영웅 측은 '소풍'의 작품 취지와 팔순에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주연 배우들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로 흔쾌히 사용을 허락했다.
특히 임영웅은 '모래 알갱이' 음원 발생 수익 전액을 부산 연탄은행에 기부한다고 밝혀 훈훈함을 더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