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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는 정말 닮았다...하지만 수비까지 돼야, 진정한 '이종범의 재림'이다

김용 기자

입력 2024-06-25 00:47

수정 2024-06-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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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는 정말 닮았다...하지만 수비까지 돼야, 진정한 '이종범의 재림'…
20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KIA전. 5회초 무사 박동원의 타구를 놓친 김도영이 아쉬워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6.20/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종범의 재림? 수비까지 완성돼야 진짜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 때문에 난리다. 모처럼 만에 젊은 슈퍼스타가 탄생할 조짐이다. 안 그래도 입단 당시부터 '제2의 이종범'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는데, 올해 맹활약에 '이종범의 재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타격은 훌륭하다. 하지만 수비까지 잘해야 '이종범'과 제대로 견줄 수 있다.

지금의 상승 분위기에 재를 뿌리자는 건 절대 아니다. 지금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슈퍼스타' 대접을 받을 만 하다. 고교 졸업 후 KIA에 입단, 프로 3시즌 만에 완전히 야구에 눈을 떴다. 24일까지 타율 3할4푼1리 20홈런 56타점 22도루. 특히 23일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 시즌 20번째 홈런이 화제였다. 이 홈런으로 김도영은 KBO리그 역대 5번째 전반기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내 출신 KIA 선수 중 마지막으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건 2003년 이종범 이후 김도영이 21년 만. 만 20세 8개월 21일에 전반기 20홈런-20도루 고지에 오르면서 KBO리그 최연소 역대 2위(1위 LG 김재현, 18세 11개월 5일) 기록도 세웠다. 김도영은 이미 4월 KBO 역대 최초로 한 달 10홈런-10도루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었다. 연차에 비해 놀랄 만큼 빠른 역대급 페이스다.

타격 하나만으로도 당연히 이종범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거포들과 비교하면 마른 체형이지만 탄력 넘치는 몸과 스윙 스피드를 가졌다. 여기에 파괴력, 정확성, 빠른 발을 모두 겸비한 것도 닮았다. 포지션도 같은 내야수다. 김도영은 고교시절까지 이종범과 같은 유격수였다. '제2의 이종범'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종범과 다른 게 있다. 수비다. 프로의 눈은 냉정하다.

고교 때까지는 유격수를 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프로에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유격수에 터줏대감 박찬호도 버티고 있었다. 일단 발 빠르게 3루로 전업을 했다. 3루가 쉬운 포지션은 절대 아니지만, 유격수보다는 범위 면에서 낫다. 타구가 빠른 게 문제인데, 포구만 안정적으로 잘하면 어깨가 워낙 강한 김도영에게는 어려운 자리가 아닐 수 있다.

올해 타격이 너무 좋아 수비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수비에 문제가 있었다. 실책 17개. 압도적 리그 1위다. 2위 두산 베어스 강승호와도 6개 차이다.

그리고 2위부터 실책 8개의 공동 6위까지 NC 다이노스 외국인 1루수 데이비슨을 제외하고는 전부 유격수나 2루수다. 센터라인 수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3루수는 김도영 뿐이다.

어려운 타구를 처리하다 실책으로 기록되는 플레이가 많다면 모르겠지만, 김도영 실책은 대부분 진짜 실책이다. 아쉬운 타구 판단이 종종 보인다. 방망이로 팀을 살린 경기가 워낙 많아 다행이지 수비에서 팀을 수렁에 빠뜨린 경우도 있다.

이종범은 타격 뿐 아니라 유격수 수비도 '레전드'급이었다.

강한 어깨와 빠른 풋워크를 이용한 수비는, 역대 유격수 중 가장 화려하고 박진감이 넘쳤다. 그렇다고 정교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이종범이 역대 최고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타격, 도루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물샐 틈이 없는 완벽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도영이 지금 수비 실력을 유지해도, 최근 KBO리그 흐름상 방망이만 잘 치면 분명 스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공-수 양쪽을 다 잘 하는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도영이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려면 수비에서도 기본 이상을 해주며 '반쪽 선수' 딱지를 떼야 한다. 우승에 도전하는 팀 간판 선수라면 수비로 경기를 망치는 상황을 만들면 안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어린 선수인데다 타격 성적에 자만하지 않고 늘 수비에 대한 노력과 필요성을 스스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지를 갖고 노력하면, 수비는 분명 좋아질 수 있다. 타격은 타고나는 거지만, 수비는 만들어질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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