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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새 감독 후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종범 이름이 거론되나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1-3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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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새 감독 후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종범 이름이 거론되나
현역 시절 KIA 타이거즈 이종범(오른쪽).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왜 지금 이 시점에서 이종범의 이름이 거론될까.



KIA 타이거즈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됐다. KIA는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의 직무 정지 사실을 발표했다. KIA 구단은 지난 25일 김종국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27일 김 감독과 면담을 가졌고, 이튿날인 28일 직무 정지가 내부적으로 확정됐다. KIA 구단은 "김종국 감독이 현재 조사와 관련해 감독으로서의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29일 계약 해지가 확정됐다. 29일 KIA는 "지난 28일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던 김종국 감독에 대해서,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김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 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 해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제 전 감독이 된 김종국 감독은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장정석 전 KIA 단장도 같은날 출석했다. 검찰 조사 결과와 상관 없이 구단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 김종국 전 감독은 구단과의 면담에서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지만, 일단 구단에서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결백과 상관 없이 감독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 김 전 감독이 해당 내용을 구단에 먼저 알리지 않고 구단이 다른 경로로 해당 내용을 파악한 것도 현재 문제점 중 하나였다. 검찰 조사는 시일이 걸린다. 짧아야 수개월, 길면 1년이 넘는 장기 전이 될 수도 있다. 감독을 직무 정지인 상태로 단 한 시즌 안에 많은 것이 판가름 나는 야구단에서는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KIA는 1년전인 2023년 3월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장정석 전 단장이 2022시즌을 마친 후 FA 자격을 얻은 포수 박동원과 계약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벌어졌다. 박동원은 해당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구단과 선수협회에 제보했다.

장정석 단장은 해당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KIA 구단은 관련 내용을 클린베이스볼에 신고한 후 내부 회의 결과 품위 손상 행위로 판단해 해임을 결정한 바 있다.

김종국 전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한 직후 구단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구단은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타이거즈팬과 KBO리그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야구팬, 그리고 KBO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습니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라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구단과 선수단 전체가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타이거즈맨' 김종국과 타이거즈의 인연이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끝났다. 김종국 전 감독은 광주일고-고려대 졸업 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팀이 기아자동차에 인수된 후에도 2010년 은퇴할 때까지 타이거즈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지도자 생활도 KIA에서만 했다. 은퇴 후 2군 수비코치를 시작으로 2군 작전주루코치, 1군 작전주루코치, 2021년 1군 수석코치를 거쳐 2022시즌을 앞두고 1군 감독으로 부임했다. 감독으로 첫 계약 당시 3년 계약을 체결했고, 2022~2023시즌까지 2시즌간 팀을 이끌어왔다.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상태에서 계약 해지가 결정되며 팀을 떠나게 됐다.

KIA 선수단은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 장소인 호주 캔버라로 출국했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단보다 하루 빠른 29일 출국했다.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가 지휘한다. KIA는 2월 1일부터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와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과 연습 경기를 진행한다. 진 코치는 출국전 공항에 몰린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분위기를 잘 수습하고 해오던대로 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지만,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KIA는 2월 1일부터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와 이후 2차 캠프 장소인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훈련과 연습 경기를 진행한다.

감독 없이 스프링캠프를 떠난 KIA 선수단은 묵묵히 훈련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IA 구단은 이와 별개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사이에 너무나 급박하게 일어난 감독 계약 해지 사태라 아직 구체적으로 후보군을 추리지도 못한 시점이다. 며칠의 시간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새 감독 찾기에 나서야 하는데, 여론에서는 가장 먼저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이름이 거론된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진 KBO리그 역대 최고의 '레전드' 선수 중 한명인 이종범 전 코치는 명실상부 타이거즈의 전설적인 존재다. 현역 시절 해태 타이거즈 최전성기를 이끌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커리어에 있어서는 역대 어느 타자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타이거즈에서 이종범 전 코치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7번은 영구결번이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2011년 KIA 타이거즈에서 은퇴한 이종범 전 코치는 유니폼을 벗은 후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KIA에서는 한번도 코치를 맡은 적이 없다.

한화 이글스 1군 주루코치로 시작해, MBC스포츠+에서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방송 활동에 전념했다가 2019시즌 LG 트윈스 2군 총괄코치를 맡으면서 현장에 복귀했다. 이후 LG 1군 작전코치, 2군 타격코치, 2군 감독을 거쳐 지난 시즌 염경엽 감독의 부임과 함께 1군 주루코치를 맡아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우승 코치'로 LG에서 영광스러운 시즌을 마쳤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사의를 표한 이종범 전 코치는 메이저리그 구단 연수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아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하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고, 이종범 전 코치도 미국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KIA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이종범의 이름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유는 그가 코치로서 지난해 우승 타이틀을 갖게 됐고 충분한 경력을 쌓으면서 '차기 감독 후보'로 자격을 얻었다고 보는 일부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 KIA는 누구보다 팀 컬러나 선수단 분위기를 잘 아는 인물이 지휘봉을 잡는 것이 유력하다. '레전드' 선수 출신인 이종범이나 현재 KIA 코칭스태프 중 일부 코치들이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코치진 구성을 전부 끝낸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외부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섣부르게 선택할 수도 없다. KIA는 나성범 영입 이후 올해가 최근 수년간 가장 탄탄한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보여준 가능성이 올해는 결과로 나올 때라는 게 야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운에 따른다면, 대권 도전에까지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인물이나, 완전히 파격적인 인물을 사령탑에 앉히기도 쉽지 않다. 당장 개막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이라 새 감독이 선임되면 전력 파악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외부 인사를 차기 감독으로 영입하더라도, 최대한 현재 타이거즈 구성원들의 색깔을 이해하고 지금의 구도를 크게 뒤엎지 않을만큼의 인물을 데리고 와야 한다. 쉽지 않다.

이종범 전 코치가 유력 후보로 언급은 되고 있지만, 구단에서 정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현재 시점에서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지금까지 거론되지 않을 인물이 차기 사령탑이 될 가능성도 있다.

급한 것은 없다. 이미 스프링캠프에 돌입했고, 개막 전까지 바톤을 이어받을 인물을 심사숙고해서 선정하는 것이 가장 베스트다. 섣부르게 결론을 내면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인물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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