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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와의 악연' 셰필드, 명예의 전당 끝내 좌절...509홈런-60.5WAR이 탈락한 건 그 때문

노재형 기자

입력 2024-01-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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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와의 악연' 셰필드, 명예의 전당 끝내 좌절...509홈런-60.5…
개리 셰필드는 통산 509홈런, bWAR 60.5를 기록했다. 성적 자체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도 손색없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국내 팬들에게는 2000년을 전후해 LA 다저스 박찬호 도우미로 잘 알려진 개리 셰필드는 타석에서 분주한 루틴과 파워풀한 스윙으로 사랑받은 강타자였다.



그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HOF) 입성에 결국 실패했다.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가 24일(한국시각) 발표한 2024년 HOF 투표 결과에 따르면 셰필드는 63.9%의 득표율에 그쳐 커트라인 75.0%를 넘지 못했다. 자격 마지막인 10번째 도전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셰필드는 BBWAA 투표로는 HOF에 들어갈 수 없다. 현대야구위원회(Contemporary Baseball Era Committee)가 심사해 뽑는 방식이 있지만, 해당 위원회의 후보로 오를 수 있는 건 셰필드 커리어와는 상관없는 감독, 심판, 행정인 정도다.

그렇다면 셰필드는 왜 외면을 받았을까. MVP 7회에 빛나는 배리 본즈와 사이영상 7회를 수상한 로저 클레멘스도 HOF에 못 들어갔는데 셰필드가 무슨 대수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본즈와 클레멘스는 전성기의 절반 정도가 스테로이드로 얼룩졌다는 이유가 너무도 자명했다.

물론 셰필드도 스테로이드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셰필드는 HOF 자격이 처음 생긴 2015년 11.7%의 득표율에 그쳤다. 2019년까지 10%대 초반에 머물던 셰필드의 득표율은 2020년 6년차에 30.5%로 점프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 무렵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에 대한 지지도가 60%를 넘어서면서 소위 '스테로이드 전설'들을 바라보는 BBWAA의 시선이 누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셰필드는 2021년 40%를 넘어섰고, 2023년에는 55.0%를 기록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에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자격 마지막 해인 2022년 66.0%, 65.2%의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셰필드도 이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보면 된다.

셰필드의 약물 사건은 2002년 초에 벌어진다.

그해 1월 다저스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로 트레이드된 셰필드는 스프링트레이닝이 시작되기 전 배리 본즈의 초청을 받아 그의 집이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지냈다. 출신도 다르고 같은 팀에서 뛴 적도 없는 둘이 왜 친해졌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셰필드는 그해 초 에이전트를 본즈와 같은 스캇 보라스로 바꿨을 정도로 서로 믿음이 두터웠던 것으로 보인다.

본즈는 그곳에서 제약회사 발코(BALCO) 관계자이자 자신의 트레이너인 그렉 앤더슨을 셰필드에 소개해줬는데, 그가 건강보조제라며 몇 가지 약제를 건네줬다. 당시 무릎 수술을 받은 셰필드는 재활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믿고 연고제를 사용했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계열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담겨 있을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셰필드는 약물 복용 명단을 폭로한 '미첼 리포트'에 이름이 등장했고,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이후 셰필드는 약물 사용을 시인했지만, 2014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인터뷰에서 "당시 수술 부위에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해줬는데, 그런 나쁜 성분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본즈는 '아무 것도 묻지 말고 날 믿으라'고 했다. 날 속였다는 사실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를 한 톰 버두치 기자는 당시 기사에서 '셰필드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로 화를 내지 않은 유일한 선수다. 셰필드는 합법적인 관절 치료제이자 영양제라고 들었다고 한다. 발코에서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약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그 시점을 제외하면 셰필드는 약물과 관련된 적이 없다. 더구나 그는 약물 사용 이후 성적이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2002년 도핑테스트 도입에 대해 다른 선수들은 저항했지만, 셰필드는 강력하게 찬성했던 선수'라며 그를 옹호했다. 셰필드의 '억울함'과 '진심'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스테로이드 사건이 없었다면 셰필드는 HOF에 들어갔을까. 그는 통산 통산 타율 0.292, 2689안타, 509홈런, 1676타점, 1636득점, 253도루, OPS 0.907를 기록했고, 9번의 올스타와 5번의 실버슬러거를 수상했고, 1997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도 경험했다.

통산 500홈런 이상을 치고 bWAR 60.5인 선수가 탈락했다면 실수 아닌 실수로 접한 '약물'이 앞을 가로막았다고 봐야 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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