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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본 토미존 환자만 104명" 류현진→안우진→심준석도 신뢰한 노하우…'재활전문가' 거듭난 김광수 코치 [인터뷰]

김영록 기자

입력 2024-01-22 12:35

수정 2024-01-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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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본 토미존 환자만 104명" 류현진→안우진→심준석도 신뢰한 노하…
인터뷰에 임한 김광수 코치. 김영록 기자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작지 않은 공간에 거친 숨소리가 메아리쳤다. 평일 한낮임에도 십수명의 선수들이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쪽 구석의 불펜에선 두산의 고졸 2년차 투수 최준호가 몸을 풀고 있었다. 그 곁에서 '좀더 편안한 투구폼'을 조언하는 이가 있었다. 54K스포츠 야구센터 대표 김광수 코치다.

2019년 경기도 광주에서 LG 출신 내야수 김태완, 트레이너 조학림 박사와 뜻을 모아 시작한 출발은 소박했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 전문'으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차츰 명성을 얻으면서 서울 강남 역삼동으로 장소를 옮겼다.

지금은 '메이저리거' 류현진(FA)을 비롯.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KBO 최고 투수 안우진(키움), 심준석(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10여명의 프로선수, 100명에 가까운 아마추어 선수들을 관리하는 대형 재활센터 겸 아카데미로 급성장했다. 분야별로 이범준(투수) 김지성(타격, 수비) 강상원(외야, 주루) 코치가 합류했고, 트레이너도 5명이 추가됐다.

'야구 사교육'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시대지만, 아카데미기 너무 잘 되다보니 프로구단 러브콜을 받고도 엄두가 안날 지경이다. 그는 "처음엔 이렇게 크게 할 생각이 없었는데…"라며 웃은 뒤 "항상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린 자기가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아픈 선수만 우선순위로 받을 뿐,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를 다르게 대하지 않아요. 재활 파트, 기술 파트, 트레이닝 파트 나눠서 전문적인 관리를 모두에게 동일하게 제공합니다. 선수들이 봤을 때 '내가 하는 (재활)훈련을 메이저리거도, KBO리거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거죠. "

그는 고교-프로팀과 야구 아카데미의 가장 큰 차이로 '데이터의 양'을 꼽았다. 조학림 트레이너가 LG에 몸담았던 18년간 토미존(팔꿈치 내측인대 교환, 재건 수술) 수술을 받은 선수는 26명이었다. 하지만 김광수 코치는 센터 개관 4년 동안 무려 104명의 토미존 환자가 거쳐갔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에만 7~8명이 찾아왔다.

훈련량 자체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는데, '구속 혁명' 등 프로 선수에게 요구되는 과부하는 더 늘었다. 선수들의 내구성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어느덧 프로 투수의 통과의례 처럼 흔해진 수술이지만, 운동선수의 몸에 칼을 댄다는 게 쉬운 결정일 리는 없다.

지난해 연말 기준 하루에 훈련하러 온 선수만 79명, 그중 36명이 투수였다. 태블릿PC에 꽉꽉 채워진, 그 선수들의 좋을 때와 나쁠 때, 재활을 하며 회복해가는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센터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야구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걸 피부로 느끼거든요? 그중에 잘하는 선수들은 더 적고요. 그러니까 어린 엘리트 선수들을 더 보호하고 관리해줘야죠. 예를 들어 어릴 때 몸에 무리가 가서 성장판 관련 질환을 겪은 선수들은 이후 토미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LG-한화-KIA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했던 그는 프로 시절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17년간 프로 선수로 뛰었고, 은퇴 직전까지 140㎞대 후반의 직구를 던졌지만 미완의 꼬리표를 끝내 떼지 못했다. 34세 시즌인 2015년에는 KIA에서 54경기 2승6패 7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하며 짧은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아쉽게 끝난 선수 시절에 대한 미련이 이렇게 아카데미 운영으로 이어졌다.

프로 시절에도 '공부하는 선수', '운동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심한 부상 없이 오랫동안 뛴 비결이다. 바둑에도 인공지능(AI)이 제시한 정답이 있는 시대지만, '야구는 다르다'는 게 김광수 코치의 지론이다. 그는 "장비도 좋고, 이론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건 선수를 발전시키기 위한 도구죠. 선수를 거기에 맞추면 안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라고 거듭 강조했다.

"류현진이나 안우진의 투구폼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했을 때,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요? 또 따라한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나요? 키, 팔길이, 근육량, 재능 다 다르잖아요. 모두가 슈퍼스타가 될순 없어요. 저처럼 좋아하는 야구를 오랫동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봐요. 또 천하의 류현진도 한화 시절과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선수에요. 끊임없는 노력으로 업그레이드를 한 거죠."

안우진도 류현진의 훈련 파트너로 함께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김광수 코치는 "간혹 (류)현진이가 어린 선수들한테 좋은 얘기도 해주고, 노하우를 전수할 때가 있는데, 어색해 하다보니 놓치는 게 많은 것 같다. 흔치 않은 기회니까 꼭 귀담아 듣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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