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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내려놓고 백의종군, 31세 잠수함은 불펜 최후의 보루였다…올 시즌도 KIA는 그를 바라본다[SC초점]

박상경 기자

입력 2024-01-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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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내려놓고 백의종군, 31세 잠수함은 불펜 최후의 보루였다…올 시즌도…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어떤 상황이든,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그'였다.



우완 사이드암 임기영(31)에게 2023시즌은 유독 바쁜 해였다. 불펜에 자리 잡은 그는 추격조와 필승조 뿐만 아니라 대체 선발 역할까지 전천후로 소화했다. 성적은 64경기 82이닝 4승4패3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2.96. 임기영이 한 시즌 30경기 이상 마운드에 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지난해 불펜 투수 중 임기영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노경은(SSG 랜더스·83이닝) 단 한 명 뿐이다.

불과 한 시즌 전 임기영의 보직은 선발이었다. 2017년 KIA 1군 진입 이후 줄곧 선발 역할을 맡았다. KIA가 9위까지 추락했던 2021시즌엔 팀내 최다인 8승을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2022시즌엔 승운이 따라주지 않으면서 4승13패의 성적에 그쳤으나, 129⅓이닝을 소화하면서 팀의 5강 진출에 한 축을 담당했다.

이랬던 그가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인 투수 윤영철(20)의 가세가 계기였다. 외국인 선발 2명에 양현종(36) 이의리(22)까지 버틴 KIA 선발진, 남은 자리는 5선발 단 하나 뿐이었다. KIA는 기존 임기영과 윤영철의 경쟁을 통해 이 자리를 확정하고자 했다. 윤영철이 기대 이상으로 좋은 제구력을 선보이면서 5선발 자리를 따냈다. 물론 이 선택이 임기영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뛰어난 이닝 소화력 뿐만 아니라 '잠수함'이라는 특수성, 불펜 뿐만 아니라 대체 선발까지 소화할 수 있는 범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2023시즌 KIA 마운드의 승부수였던 셈.

투수의 보직 이동, 특히 선발 투수의 불펜 전환은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운 부분이다. 루틴에 따라 휴식 기간을 보내고, 긴 호흡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선발 투수와 달리 불펜은 언제 전화가 걸려 올 지 모르는 긴장의 나날. 한 이닝, 한 타자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고, 팀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대부분이다. KIA 입단 후 선발 보직을 이어왔던 임기영이었기에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던 부분.

그러나 임기영은 군말 없이 주어진 역할을 다 했다. 팀이 위기일 때마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섰다. 64경기 모두 구원 투수로 나섰으나, 멀티 이닝 소화 경기가 무려 26차례나 된다. 3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도 5번.

올 시즌에도 임기영의 출발은 불펜이 될 가능성이 높다.

5선발 체계가 공고한 KIA다. 토종 선발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양현종-이의리-윤영철의 트로이카 체제. 새롭게 가세한 윌 크로우와 곧 발표될 새 외국인 투수까지 가세하면 5자리가 모두 채워진다. 하지만 불펜에는 마무리 투수 정해영(23)을 제외하면 필승조-추격조 세분화가 필요한 상황. 페넌트레이스 기간 선발을 뒷받침할 대체 선발 확보 역시 과제다. 지난해 '관리'에 초점을 두고 진행됐던 임기영 활용법을 고려해보면, 올 시즌도 불펜에서 대부분의 역할을 소화하면서 멀티 이닝도 맡기는 형태의 활용이 유력하다.

임기영 지난해 피로 누적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때마다 "팀에서 관리를 잘 해주고 있어 괜찮다"며 "이게 내게 주어진 역할이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팀 퍼스트'가 무엇인지 스스로 증명한 그의 어깨를 올해도 KIA는 듬직하게 바라보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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