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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계약 65억 잭팟→최악의 슬럼프→보호 명단 제외 충격 "저라도 그랬을 것 같다"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1-04 10:53

수정 2024-01-0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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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계약 65억 잭팟→최악의 슬럼프→보호 명단 제외 충격 "저라도 그랬을…
박종훈. 스포츠조선DB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제가 언제 명예가 있었습니까. 이제 다시는 이런 말 안듣게 해야죠."



SSG 랜더스 박종훈의 얼굴이 반쪽이 됐다. 마음 고생으로 빠진 살은 아니다. 그는 비시즌 동안 피나는 다이어트로 14kg를 감량했다. 하루에 10km가 넘는 러닝을 하고, 저녁에는 당근, 상추 등 생식으로 조금만 먹는다. 예전의 가장 좋았던 폼을 찾기 위해서다.

문승원과 더불어 KBO리그 사상 최초의 공식적 비FA 다년 계약자인 박종훈은 5년 65억원(인센티브 9억원 포함)이라는 '잭팟'을 터뜨렸다. SSG 구단은 팀 프랜차이즈인 박종훈에게 FA 요건을 채우기에 앞서 예우를 해줬고, 팀에 대한 애정이 큰 박종훈 역시 기쁘게 사인했다.

계약 후 팔꿈치 수술 그리고 재활을 거쳐 2022시즌 도중 복귀했지만, 복귀 후 2시즌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22시즌 11경기 3승5패 평균자책점 6.00, 2023시즌 18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 6.19. 로테이션 한 축을 담당하는 선발 투수의 성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제구 난조, 묘하게 어긋나는 밸런스는 어김없이 성적 추락으로 이어졌다. 로테이션을 거르는 날도 많아지고, 2군에 머무는 기간이 더 늘어났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박종훈은 지난 11월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3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SSG 구단은 당시 보호 명단에서 제외한 선수들 가운데 박종훈, 최주환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는 먼저 귀띔을 해주며 양해를 구했다. 최주환은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했지만, 박종훈은 타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사실 보호 명단 제외 사실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는게 맞다. 서로의 예의다. 하지만 최주환과 박종훈의 경우, 1군 주전급 선수들이고 커리어가 있어서 보호명단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타 구단을 통해 먼저 소문이 나고 말았다.

늘 살갑게 웃는 박종훈이지만, 이때만큼은 마음의 상처가 컸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해보지만 아무렇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3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만난 박종훈은 "처음 (보호명단 제외)들었을때는 뭐지? 진짜인가? 농담인가? 싶었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까 저였어도, 제가 만약 그런(명단을 짜는)입장이어도 그랬을 것 같다. 선수는 솔직히 성적으로 말하지 않나. 이런 일 다시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거 말고는 답이 없다. 그거 때문에 화난다고 해서 안할 수도 없는 거다. 다른 팀 안가서 다행이다. 갔으면 진짜 우울증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웃으며 말했지만 속상함도 묻어났다.

군산 출신이지만 선수 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린 인천은 이제 제 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팀에 대한 애정도도 가장 큰 선수다. 박종훈은 "팀에 대한 마음이 엄청 크다. 근데 솔직히 데리고 가겠나. 다른 팀에서 안데리고 갈거라 생각했다. 그냥 야구장에 나오면서 얼굴 가리며 나왔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부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년간 월요일도 단 한번도 쉬지 않고 훈련을 했다. 연습양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많이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대를 택했다. 이제는 가족들과 시간도 보내고, 파워를 기르는데 집중했던 것도 내려놓기로 했다. 박종훈은 체중을 감량하며 민첩함과 유연성에 신경을 더 쓰기로 결정했다. 잠수함 투수가 맞는 고비를 어떻게든 극복해보겠다는 의지다.

박종훈은 "장모님께서 분석을 계속 하신다. '종훈아 너 이때 몸무게 봐봐' 이러면서 좋았을때와 최근을 비교하신다"고 웃으면서 "가장 성적이 좋았을때 80kg 초중반이었는데 조금조금씩 찌면서 100kg 가까이 왔었다. 벌크업을 하는데 집중했었는데, 너무 늦게 깨달았다. 2년을 힘쓰다 버린 것 같다. 힘보다는 유연함에 신경을 쓰고 있다. 뭐든 하나씩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고 체중 감량 이유를 설명했다.

'올 시즌 명예 회복은 어떻게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그는 "제가 명예가 있었나. 그냥 이제 거르지 않는 투수가 되고 싶다. 로테이션을 미루고, 상대 전적 좋은 팀만 들어가고 그러는게 너무 화가 났다. 제 자신에게. 하기 싫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것 없이 풀 시즌을 뛰는게 1군에 있는 선발 투수로서의 첫번째 과제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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