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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은퇴할 결심' 추신수 "차기 감독 소문에 웃었다…최저 연봉, 희생 아니야"

나유리 기자

입력 2024-01-0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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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 결심' 추신수 "차기 감독 소문에 웃었다…최저 연봉, 희생 아니…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화 중인 추신수. 사진=SSG 랜더스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1년만 뛰고 미국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은퇴까지 하게 됐네요."



SSG 랜더스 추신수는 2023시즌 종료 후 "한 시즌만 더 뛰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KBO리그 입성 후 연봉 27억원(2021~2022), 17억원(2023)을 받았던 추신수는 마지막 시즌은 최저 연봉인 3000만원만 받고, 그마저도 모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평소에도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 추신수는 마지막 시즌을 팬들과 함께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구단 역시 추신수의 뜻에 동의해 추가 기부를 기획하기로 했다.

한국 출신 타자 역사상 최고의 커리어를 쌓은 메이저리거의 은퇴다. 추신수는 부산고 졸업 후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건너가 '꿈'에 도전했다. 진출 당시에는 좌완 투수였지만, 시애틀 구단의 설득으로 타자에 집중하게 됐다. 마이너리그에서 유망주로 바닥부터 시작한 추신수는 결국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다.

미국 진출 5년만인 2005년 시애틀에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2006년 7월 트레이드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이적했다.

클리블랜드에서 본격적인 전성기가 열렸다. 클리블랜드에서 뛰는 7시즌 동안 본격적인 메이저리그 주전 외야수 겸 리드오프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2008시즌 94경기, 2009시즌 156경기, 2010시즌 144경기로 풀타임을 뛰며 자신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2009~2010시즌에는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FA를 1년 앞둔 2013시즌을 앞두고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 레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세번째 유니폼이었다. 신시내티에서 뛴 1시즌간 추신수는 154경기 타율 2할8푼5리 21홈런-54타점-112볼넷-20도루 출루율 0.423 OPS 0.885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고, 2013시즌이 끝난 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약 1705억원)으로 발표 당시 기준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액 계약을 따내며 'FA 잭팟'을 터뜨렸다.

추신수는 텍사스에서 계약 기간 7년을 꽉 채워 '스타 플레이어'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20시즌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652경기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868볼넷 타율 2할7푼5리 961득점.

2020시즌을 마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를 고민하다, 해외파 특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SSG 랜더스(전 SK 와이번스)의 설득에 KBO리그 이적을 택했다.

추신수는 SSG에서 3시즌을 뛰며 팀의 '리드오프'이자 최고참 선수로 후배들을 이끌었다. 2022시즌에는 커리어에서 단 한번도 해보지 못했던 우승을, 팀 동료, 후배들과 함께 통합 우승으로 이루며 정점을 찍었다. 우승 이후에도 현역 연장을 택한 추신수는 2023시즌을 마친 후 가족, 구단과 상의한 끝에 2024시즌 종료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오는 4일 가족들과 미국에 있는 집으로 출국하는 추신수는 하루 먼저인 3일 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은퇴 결심과 관련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추신수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2021시즌 끝나고 했었다. 원래 계획은 1년만 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2년 동안 미국 4~5개팀에서 오퍼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첫 1년을 뛰고 느낀 점이 되게 많았었다. 우리 선수들이 후배라기보다 피 한방울 안섞였지만 동생 같았다. 한국말로 선수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하는 게 굉장히 즐겁고 좋았다. 또 구단의 방향성과 목표가 뚜렷하게 보이면서 한번 더 해보자는 결심이 섰었다. 2022년 우승을 하고 그만 두겠다고 구단에 이야기 했는데,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저는 떠날때 구단과 소통을 잘해서 같은 결정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서 작년까지도 뛰게 됐다. 올해도 은퇴를 하겠다는 생각은 50대50이었는데, (김)강민이가 생각지도 않게 한화로 가게 되면서 저까지 빠지면 팀이 흔들릴 것 같다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들었다. 물론 없어도 알아서 잘하겠지만. 그래도 구단과 상의 끝에 1년 더 하고 은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연봉이 곧 자신의 가치인 프로의 세계에서 아무리 마지막 시즌에어도 최저 연봉만 받고 뛰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추신수는 이 부분에 있어서 아내도 설득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솔직히 고민인 전혀 안했다. 연봉을 안받는게 희생이라고는 생각 안한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더 강팀이 되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저는 한국에 올 때부터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화하고 조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금전적인 문제로 온 게 아니었다"면서 "아내는 최저 연봉만 받고 뛴다는게 좀 그랬나보더라. 그렇게까지 해야하냐고, 차라리 미국에서 한번 더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보더라.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한번 더 입고 은퇴하는 것을 보고싶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고마우면서도 슬펐다. 하지만 구단과 약속한 것도 있고, 제가 많은 생각을 가지고 내린 결론이라 그건 안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아내도 누구보다 야구에 대한 저의 진심을 아는 사람이어서 문제될 것은 없었다"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은퇴 결정을 내리기 전, SSG의 감독 교체 과정에서 '추신수 차기 감독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원형 감독이 경질된 후 차기 감독을 찾는 와중에, 첫번째로 이름이 언급된 후보가 바로 추신수였다. 추신수는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웃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자리도 그냥 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가서 잘하는게 중요하다. 저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뛰었다는 것 뿐이지 준비가 된 사람은 아니다. 그냥 그런 기사가 나온다는 자체가 제가 한국에서 3년동안 괜찮게 지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며 웃었다.

1년 후, 어떤 일을 할지는 아직 정한 게 없다. 추신수는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올 시즌 끝나고 구단과 상의를 하고,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다. 코치를 할 수도 있고, 프런트를 할 수도 있고. 저는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야구만 해봤지 배움이 있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가족들과 함께 귀국해 한국에서 가족 예능 프로그램 촬영도 하고, 함께 휴식을 취한 추신수는 이제 미국으로 건너가 새 시즌 준비에 나선다. 텍사스에 위치한 자택에서 개인 훈련을 시작한다. 팀 후배인 하재훈, 박종훈도 추신수의 집으로 가서 함께 '텍사스 미니 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텍사스집을 엎고 그 부지에 훈련장을 차려야겠다"고 농담을 한 추신수는 "마지막 시즌에도 매 경기 출전한다는 각오로 몸 관리에 더 신경써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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