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조치 대상을 감독대행에?' IBK기업은행이 발표한 쇄신책이 조롱받는 이유[SC시선]

정현석 기자

입력 2021-11-27 18:28

more
'조치 대상을 감독대행에?' IBK기업은행이 발표한 쇄신책이 조롱받는 이…
IBK기업은행 감성한 신임 단장이 27일 경기도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GS 칼텍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내홍에 휩싸인 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이 앞뒤가 맞지 않는 쇄신책을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27일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과 관련한 쇄신책을 발표했다.

'항명사태→감독해임'에 이어 논란의 당사자인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내세운 어처구니 없는 상황. 김사니 감독대행은 서남원 전 감독의 폭언을 주장하고 있다.

여론의 비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IBK기업은행은 서남원 전 감독에게 반기를 들고 팀을 이탈했던 주장 조송화와 김사니 감독 대행에 대해 향후 조치를 쇄신책의 골자로 내세웠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에 관한 징계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단 측은 "팀을 무단으로 이탈했던 조송화는 26일 한국배구연맹(KOVO) 상벌위원회에 정식 회부해 징계 요청했다"며 "상벌위 징계 결과를 토대로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송화와의 계약 임의해지를 추진했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새로운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징계가 무산되자 이번에는 공을 KOVO 상벌위로 넘겼다.

김사니 감독 대행에 관해서도 징계를 예고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가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

구단은 "정상적인 리그 참여 및 선수단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임시로 팀을 맡긴 것"이라며 "현재 신임 감독을 물색하고 있으며, 감독 선임이 마무리되는 대로 합당한 조처를 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사니 감독대행은 "서남원 전 감독의 폭언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팀의 조처를 기다린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남원 전 감독은 "폭언을 한 적이 없다"고 대응하며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객관적으로 징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상 파악이 우선이다. 사건 당사자인 김 감독대행이 선수단을 이끌고 있는 건 합당하지 못하다. 어느 쪽의 잘못이든 진실을 파악하는 동안 증언이 나올 수 있는 현장에서 원천 배제돼 있어야 마땅하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폭언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상황과 어투에 따라 폭언으로 느낄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한 조처는 잘 정리하겠다"며 애매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팀을 넘어 배구계 전반에 큰 악재를 던진 이번 파문에 대해 구단의 적극적 문제 해결의지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쇄신책에는 외국인 선수 교체와 선수단 심리 상담 등 사태의 본질과 동떨어진 조치도 포함돼 있다.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레베카 라셈을 방출하고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단은 "터키 리그에서 활약한 미국 출신 달리 산타나(26)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일로 많은 선수가 심적인 고통과 상처를 받고 있다. 전문 심리상담가가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 해결의 본질은 하극상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 유사 사태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쇄신책에는 정확한 원인 파악에 대한 구체적 조치와 단호한 의지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저 두루뭉술한 보여주기식 징계로 넘어가려는 모양새다.

잘잘못을 분명히 가려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 쇄신이 미진할 경우 유사 사건은 향후에도 무한 반복될 수 있다. 고름을 완전히 짜내지 않으면 재발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27일 경기도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여자부 홈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GS 칼텍스에 완패했다.

세트 스코어 0대3(23-25 23-25 15-25)으로 패한 IBK기업은행은 2승 9패로 6위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 전 방출 통보를 받고도 풀타임을 소화한 라셈이 팀 내 최다인 14득점을 기록하며 프로페셔널 다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경기 속에 단 한 세트도 가져오지 못한 채 홈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기 전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코트에서 손을 내민 IBK기업은행 김사니 김독 대행의 악수를 외면해 눈길을 끌었다. 차 감독은 악수거부에 대한 질문에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할 말은 많지만, 입장을 밝히긴 어려울 것 같다. 이해해달라"며 김 감독대행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대한항공이 선두 OK금융그룹에 세트스코어 3대0(25-15 25-16 25-16)으로 완승했다. 대한항공은 6승 5패 승점 18으로 단독 3위로 올라섰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