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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스케치]'엉터리 책자-홍보 실종' 배구협회, 뜨거운 팬심 반만 따라갔으면…

박상경 기자

입력 2019-08-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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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책자-홍보 실종' 배구협회, 뜨거운 팬심 반만 따라갔으면…
연합뉴스

[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0년 도쿄올림픽을 정조준한 한국 여자 배구. 안방에서 도쿄행의 불씨를 살릴 기회가 찾아왔다.



18일 막을 올린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가 주무대. 최근 러시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세계 예선에서 석패했던 여자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8위 이내에 오를 시 도쿄올림픽 대륙별 예선 출전권을 거머쥐게 된다. 개최국 일본과 일찌감치 본선행에 성공한 중국이 주력을 뺀 상황이기에 대륙별 예선 출전권은 무난하게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1975년 이래 준우승만 7차례에 그친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아시아의 강자로 다시 자리매김 한다는 동기부여는 상당하다.

하지만 안방에서 잔칫상조차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개최국 자격으로 대회를 주관하는 대한민국배구협회(회장 오한남)는 자국 선수 정보조차 제대로 기입하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 19일 홍콩전이 열린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배포한 대회 안내 책자엔 KGC인삼공사 리베로 오지영의 신장은 1m90, 소속팀은 엑자시바시로 표기돼 있었다. 주장 김연경(엑자시바시) 정보를 오지영 자리에 넣은 것. 오지영의 정보는 센터 김희진(IBK기업은행) 자리에 들어가 있었다. 김희진 소개란엔 포지션 리베로, 신장 1m70, 소속팀은 KGC 인삼공사로 표기돼 있었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 협회를 대표해 내보낸 선수들 정보조차 제대로 표기하지 못하는 '아마추어 행정'은 국제대회마다 반복됐던 아쉬움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선수-팬들의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18일 이란전과 마찬가지로 홍콩전에서도 '응원 물결'이 펼쳐졌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팬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1세트 시작 즈음엔 코트 바로 옆 1층 관중석이 모두 메워졌고, 2층 상단 중앙석도 대부분이 채워졌다. 월요일 오후 7시, 제대로 된 홍보조차 부족했던 대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구 열기'가 팬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비시즌 방송활동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식빵티비'라는 유투브 채널까지 개설해 팬들과 소통에 발벗고 나선 '김연경 효과'가 팬심을 움직였다.

출전 선수 소개가 시작되자 장내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사회자 호명에 따라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관중석 곳곳에서 "와~"하는 함성이 터졌다. '배구여제' 김연경(엑자시바시)이 소개될 때는 아이돌 콘서트를 방불케 할 만한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맞은 편 코트의 홍콩 선수들은 부러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여자 대표팀은 시원스런 경기력을 펼치며 손쉽게 홍콩을 제압했다. 세트스코어 3대0(25-10, 25-14, 25-22). 단 한 차례 리드도 허용하지 않은 채 경기 시작 1시간 여만에 가볍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엉성한 대회 준비, 운영 속에서도 코트를 뜨겁게 달군 선수-팬들의 열정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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