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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체육의 희망'반다비센터 내년 첫결실...서울X부산 대도시 더큰 관심이 필요하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21-12-13 16:38

수정 2021-12-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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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체육의 희망'반다비센터 내년 첫결실...서울X부산 대도시 더큰 관…
안산 반다비체육센터 조감도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 "장애인들이 마음껏 운동할 공간이 없어요. 장애인을 위한 체육관을 지어주세요."



2018년 평창패럴림픽, 사상 첫 동메달을 따낸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에게 당시 도종환 문체부장관, 전병극 체육협력관이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물었다. 이들의 답은 확실했다. 비장애인들의 체육관에서 장애인들은 늘 밀려나기 일쑤였다. 훈련할 링크만 있다면 어디든 새벽, 한밤중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야 했던 이들의 염원은 장애인들이 맘껏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 "평창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비장애인이 차별없이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점검해달라. 패럴림픽의 감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장애인체육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달라." 평창패럴림픽이 막을 내린 3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해 8월 문체부가 '2018년 장애인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평창패럴림픽의 레거시(유산), 반다비체육센터의 가슴 웅장한 시작이었다.

2025년까지 연 30개, 150개 건립을 목표로 시작한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이 어느새 4년차를 눈앞에 뒀다. 2019년 첫 공모에 선정된 광주 북구, 전북 부안, 전남 고흥, 경남 양산 등에선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상반기 반다비체육센터(이하 '반다비') 사업의 첫 결실을 만날 수 있을 전망이다.

▶"모두의 스포츠" 장애인체육 문화를 바꿀 반다비체육센터

베이징패럴림픽이 열리는 2022년 반다비체육센터 첫 완공을 앞두고 장애인 스포츠 동호인과 현장의 관심도 뜨겁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휠체어배드민턴 동호인' 전희승씨(48)는 "주말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강북의 체육관을 오가며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 나처럼 1~2시간 걸려 운동하러 오는 장애인들이 꽤 많다. 다들 집 근처 생활권에서 운동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의 경우, 공모신청이 1건뿐이라는 귀띔에 전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장애인 대다수가 대도시에 사는데, 서울에도 반다비센터가 많이 생겨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마음껏 운동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장애인선수 출신 김병우 대한장애인체육회 생활체육위원장(전 달구벌장애인체육센터 관장)은 '반다비'가 바꿀 장애인체육의 미래와 희망을 노래했다. 김 위원장은 "반다비체육센터는 후대 장애인들에게 더 살기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일이지만,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시설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장애인이 우선하지만 중도장애인, 노약자는 물론 일반 시민, 비장애인도 함께 하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체육에 대한 인식 개선은 물론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탁구도 치고, 수영도 하면서 함께 어울리는 미래를 꿈꾼다. 장애인과 함께 땀흘리면서 인식 개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또 "전국 150개 '반다비'에 장애인 선수 출신 지도자를 배치할 것"도 제안했다. "장애인전문지도자, 장애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인식 개선과 함께 은퇴선수 진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아직도 패럴림픽을 모르는 비장애인들이 많다. '반다비'는 장애인체육 홍보의 거점, 지역 생활체육의 사랑방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위원장은 "반다비체육센터는 장애인, 비장애인을 모두 포괄하는 '포용의 체육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장애인 생활체육활성화 정책 전문가인 이동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위원 역시 '모두가 함께 누리는 스포츠복지 체육시설'로서 '반다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장애인체육시설은 스포츠 복지 실현을 위해 누구나 생활체육 참여의 기회를 보장받는 '사회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반다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언제라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스포츠 공간임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한 지역, 문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 부산, 인천, 대전 1곳뿐"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현황

문체부는 공모사업 3년차인 올해까지 시군구 70개소 선정을 마쳤다. 2019년 30개소를 선정했고, 지난해엔 3차 공모 끝에 23개소, 올해 16개소가 선정됐다. 150개소 목표의 46.7%, 70개소 선정을 마친 상황, 작은 시군구의 참여 열기에 비해 장애인 등록인구가 많은 대도시의 참여율이 저조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경기도 16개소, 충남 8개소, 전남 7개소 순으로 많았고, 서울(39만4000명), 부산(17만6000명), 인천(14만6000명), 대전(7만2000명), 울산(5만1000명) 등 주요 대도시들은 모두 1개소, 대구(12만6000명) 2개소 신청에 그쳤다. 장애인 40만명, 서울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바꿔놓을 내집 앞 체육관 건립이 지지부진한 건 사회적 가치를 압도하는 자본의 논리다. '천정부지' 높은 부지 가격이 현실적 걸림돌이다.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0개 시군구 장애인 등록인구가 3만명 이상, 이중 '반다비' 건립이 확정된 시군구는 3개소에 불과하다. 반면 충북 괴산, 전북 진안, 전남 곡성, 전남 신안, 경북 청도, 충북 영동 등 13개 시군구는 장애인 등록인구가 5000명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반다비'를 적극 유치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만큼 장애인과 노인 모두를 위한 생활체육 시설로 '반다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묘책이다.

'반다비' 건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차이는 결국 '지자체의 관심'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소규모 시군구의 건립 신청이 이어지는 이유는 부지 확보가 쉬운 요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장애인, 노인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지자체장의 관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정책담당자로서 "장애인과 노인층의 생활체육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도 좋은 방향성이지만 '장애인 우선 이용'이 보장되는 반다비체육센터의 설립 취지를 생각할 때 장애인 등록인구가 많은 시구군에서 건립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면서 "특히 서울, 부산 등 대도시는 장애인 등록인구를 고려할 때 자치구 1~2개마다 반다비체육센터가 건립돼야 한다"는 의지를 전했다.

스포츠의 힘은 인프라에서 나온다. 불굴의 의지로 성공의 역사를 쓴 평창패럴림픽 '기적의 증거'이자, 생활체육인들의 행복한 사랑방, 꿈나무들의 위대한 산실. 전국 방방곡곡 세워질 '반다비' 150개소는 대한민국 장애인체육 백년지대계의 시작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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