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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X임종훈 銀쾌거뒤 '청년리더'유승민 회장의 혁신X美한인탁구인들의 헌신

전영지 기자

입력 2021-12-01 10:39

수정 2021-12-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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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진X임종훈 銀쾌거뒤 '청년리더'유승민 회장의 혁신X美한인탁구인들의 헌…
사진제공=대한탁구협회

'패기의 복식조' 장우진(국군체육부대)-임종훈(KGC인삼공사)의 사상 첫 은메달과 함께 11월 30일(한국시각) 미국 휴스턴세계탁구선수권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남녀 탁구는 의미 있는 결실과 함께 경기장 안팎에서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기대했던 남자단식에서 장우진, 이상수, 안재현(이상 삼성생명), 황민하(미래에셋증권) 등이 뜻밖에 조기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왼손 에이스' 임종훈이 '대만 톱랭커' 린윤주를 꺾고 나홀로 16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단식 은메달리스트, '스웨덴 신성' 트룰스 뫼레고르(19·세계 77위)의 변칙 플레이에 밀려 역전패했지만 월드클래스로 도약한 경기력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자단식은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손목 부상이 재발하며 기대했던 여자복식(신유빈-전지희), 혼합복식(신유빈-조대성)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공격하는 수비수' 서효원(한국마사회)이 큰 무대에서 '언니의 힘'을 보여줬다. 펑티안웨이(싱가포르), 두호이켐(홍콩) 등 각국 톱랭커들을 돌려세우며 '생애 최고 성적' 8강에 올랐다. 2009년 대회 당예서 이후 12년만에 8강에 오르며 한국탁구의 자존심을 지켰다.

'패기의 복식조' 장우진-임종훈은 결승까지 살아남았다. 2013년 파리 대회 '대만 우승조' 추앙츠위안-첸치엔안, '홍콩 에이스' 웡춘팅-호콴킷을 꺾었고, 아시아선수권 결승서 패배를 안긴 '일본 신성조' 도가미 ??스케-우다 유키야에 설욕하며 당당히 결승에 올랐다. 한국탁구가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1956년 이후 65년만에 남자복식 첫 결승 진출, 첫 은메달 역사를 썼다.

'막내' 신유빈부터 '맏언니' 서효원까지 포기를 모르는 투혼으로, 후배가 막히면 선배가, 단식이 막히면 복식으로, 중국, 일본, 스웨덴과 함께 부단히 세계 4강에 이름을 올리는 '탁구강국'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IOC위원 출신의 젊은 리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39)의 혁신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12년간 탁구협회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회장사 대한항공이 떠나고 올해 새 임기를 시작한 유 회장은 타이틀스폰서 등 후원사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석정도시개발(2년-연2억원 이상), 픽셀스코프(2년-연5억원), 두나무(2년-연10억원) 등 뜻 있는 젊은 후원사들이 '청년 CEO' 유 회장의 열정에 화답했다. 대한탁구협회는 올해 픽셀스코프와 함께 AI 무인중계 시스템을 첫 도입했다. 카메라맨 없이 고속카메라가 알고리즘에 따라 영상을 직접 송출한다. 탁구협회 주관 경기를 협회 유튜브 채널로 실시간 중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취소, 연기되며 선수들의 경기력 유지가 힘든 상황, 석정도시개발은 도쿄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가상실전 등 대회 개최를 3차례나 후원했다. 11월 3~7일 열린 대전시-석정도시개발 올스타 대회엔 남녀 단식 우승자에 역대 최고 2000만원 상금을 내걸어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했다.

세계선수권이 열린 휴스턴 현장선 오세백 재미대한탁구협회장, 최종우 휴스턴탁구협회장 등 교민 탁구인들과 한인회가 선수단을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뜨겁게 응원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출입이 제한된 선수단을 위해 한식 도시락과 햄버거 등 간식을 공수했다. 늦은 밤 경기를 마치고 호텔로 복귀하는 선수들을 위해 매일 불고기덮밥, 볶음밥 등 따뜻한 식사도 마련됐다. 장우진과 임종훈은 은메달 직후 인터뷰에서 "멀리서 와주시고 큰소리로 응원해주신 한국 교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밥도 잘 먹고 있다. 현지 적응을 도와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교민 탁구팬들은 우리 선수들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30~50명씩 모여앉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선수들의 사진과 이름을 새긴 홍보물까지 손수 제작했다. 깜짝 응원단장으로 나선 임용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의 선창에 따라 "대~한민국!" "서효원 파이팅!" "장우진-임종훈 파이팅!"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중국 '짜요' 응원 틈바구니에서 한국 응원단의 기세는 눌리지 않았다. 주세혁 미디어위원장은 "휴스턴 뿐 아니라 재미탁구협회 각주 회장님들이 거의 다 오셨다. 매경기 경기장을 찾아준 교민 응원단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한국의 정을 느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대회 기간중 열린 ITTF총회, 2024년 부산세계선수권 재유치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2020 대회가 취소된 후 협회는 재유치를 위해 총력전을 펼쳐왔다. 총회에서 회원국 159표, 유효투표 143표, 이중 67.83%인 97표가 부산을 택했다. 경쟁국이었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46표, 32.17%)를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 취재진으로 현장에 동행한 안성호 월간탁구 사진기자는 "휴스턴 현장에서 본 유 회장의 리더십은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ITTF 10명의 집행위원 중 한 명으로서 단지 이름이 아닌 실력으로 세계 탁구계 인사들에게 공인받고 있다. 유 회장은 통역 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실무적으로 소통하고, 해결하고,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끌며, 국제 탁구계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후배 선수들에게도 '든든한 선배' 유 회장의 존재는 큰 동기부여다. 세계선수권 현장에서 리더의 솔선수범이 자랑스러웠다. 스포츠 외교 측면에서 한국 탁구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 회장은 대회 마지막날인 30일 남자복식 시상자로 나섰다. 2000년대 유일의 비중국인 남자단식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유 회장이 이번 대회 유일의 비중국인 팀끼리 결승전을 치르고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쓴 '후배' 장우진-임종훈과 나란히 시상대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풍경은 훈훈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남자복식 은메달 시상 사진과 함께 자신의 SNS에 이렇게 썼다. "어려운 시기에 열린 휴스턴 세계선수권대회가 막을 내립니다. 경기결과를 떠나 투혼과 감동을 보여주신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탁구협회는 선수들과 지도자들 모든탁구인들이 탁구를 통해 행복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하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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