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장애인체육 찐팬♥'도종환 문체위원장"체육인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따뜻한 정치"[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0-11-01 07:19

more
'장애인체육 찐팬♥'도종환 문체위원장"체육인 누구도 소외되지않는 따뜻한 …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도종환의원과 한민수 평창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캡틴 의원회관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0.10.28/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에 대한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지난 15일,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국감장 스크린 정중앙에 한 장애인 국가대표의 사진을 띄워올렸다.



장애인 선수 최초로 '보디빌더'에 도전한 평창패럴림픽 장애인아이스하키 '캡틴' 한민수였다. 도 위원장은 '로봇다리' 한민수의 위풍당당한 보디빌더 사진을 띄운 채 대한장애인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장애인선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정책을 질의했다. 더 많은 장애인 은퇴선수들이 더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길을 넓혀야 한다는 취지였다. 문체부 장관 시절 평창패럴림픽 현장에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도 위원장의 변함없는 장애인 체육 사랑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늦가을 볕이 따뜻하던 28일 오후 '캡틴' 한민수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333호, 도종환 의원실을 찾았다. 2년 전 평창의 링크에서 대한민국 장애인아이스하키가 기적같은 동메달을 목에 걸던 날, 함께 목놓아 애국가를 부르다 그만 엉엉 울어버렸던 '울보 장관님'과 '울보 캡틴'이 환한 미소로 재회했다. 한민수가 "국감장에 제 사진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다들 '네가 왜 거기서 나오냐'며… 마음 써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라며 고개 숙였다. 도 위원장이 화답했다. "오히려 내가 고맙죠. 평창패럴림픽 이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멋진 도전을 계속해 주니 정말 고맙습니다."

▶'평창 레거시' 반다비체육관 진행과정 계속 확인할 것

도 위원장은 문체부 장관 시절 심혈을 기울여 입안한 장애인체육 정책을 문체위원장이 된 후에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주무장관 시절 평창의 기억을 묻자 도 위원장은 평창의 성공이 아닌 평창의 뒷모습을 이야기했다. "패럴림픽의 성공보다 오히려 그 이면의 모습이 오래 남았다. 메달을 따고 환호한 후 다시 집에 돌아가 아프고 가난하고 외롭고 쓸쓸한 개인으로 아파하는 일상의 영상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은퇴 이후 이 선수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계속 묻게 됐다."

무엇보다 평창패럴림픽의 레거시 '반다비체육관'의 건립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 했다. 장애인체육 활성화를 위해 매년 30개소씩 5년간 150개의 장애인체육관 건립을 계획했다. 장애인 251만명 중 생활체육 참여인구는 20%인 50만명, 이를 30%인 75만명까지 늘릴 목표로 이미 예산도 확보했고, 모든 계획이 확립됐다. 그런데 현장은 진행이 더디다. 도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신청을 안해요'라고 하는데 정말 속이 상했다. 앉아서 기다리면 안된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체육시설은 건립후 운영비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 부분까지 감안해 스포츠 바우처로 이용권을 지원하고 생활체육프로그램 수강료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도 신청이 미달이라고 한다. 지자체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것같다. 나부터라도 의원모임에서 적극 알리려고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시군구에 장애인체육 시설이 건립되면 자연스럽게 '배리어 프리(무장벽)' 환경이 조성된다. 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한해 2000여명이 교통사고로 장애를 당하고, 1만 명의 장애인이 늘어난다. 장애인 지도자 고용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된다. 장애인들의 체육참여도가 늘어나면 의료비도 3배나 절감된다. 종합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데, 왜 신청을 안한다는 건지…"라며 "계속해서 진행상황을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KOC 분리도, 남북 체육교류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정치

문체위 수장으로서 도 위원장은 장애인체육뿐 아니라 KOC분리, 남북체육교류 등 최근 체육계 현안에 대해서도 진솔한 답변을 내놨다. 도 위원장은 "KOC 분리는 2014년 체육회 통합 합의 당시 추후 계속 논의하기로 예정된 것이다. 지난해 문체부 스포츠혁신위도 이를 권고했다. 논의는 해야할 일"이라면서도 "현장 체육인들이 우려하는 체육인을 배제한 일방적 결정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체위는 공청회를 제안한 상태다. 정쟁으로 가지 말자는 것이다. 한 번이 됐든, 여러 번이 됐든, 어떤 선입견도 없이 심도 있게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장의 이야기를 안듣고 진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선수, 지도자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대한체육회는 무엇을 해야할지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의 중요성만큼 엘리트 체육도 간과되선 안된다. 또 체육과 건강에 대한 국민적 의식이 높아진 만큼 생활체육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모두를 위한 스포츠'를 위해, 모두 함께 상생하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관 재직 시절 평창올림픽·패럴림픽으로 꽃피웠던 남북 체육 교류의 미래에 대해 도 위원장은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도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에 관심이 크다"고 했다. "2024년 강원유스올림픽이 남북 화해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일단은 미국 대선이 끝나야 한다. 대선 이후 화해와 교류가 재개되길 기대해보자"고 했다.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 가능성에 대해 도 위원장은 지난해 2월 IOC위원장, 남북체육장관의 3자 회담을 위해 스위스 로잔에 갔을 때의 기억을 털어놨다. "도쿄올림픽조직위가 남북단일팀에 대해 비협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북한에게 조직위 정보 사이트 접속 권한도 주지 않았다. 북한 체육상이 바흐 위원장에게 항의해 2주 후 사이트를 열어준 것으로 안다. 남북단일팀이 도쿄에서 활약하고 성과를 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같다"고 털어놨다.

21대 국회 국감장서 지켜본 도 문체위원장은 유연하고 온유하다. 여야의원들이 고성이 첨예하게 오가는 국감장에서 호수처럼 담담하게 중심을 잡는다. 위원장으로서의 철학은 확고하다. "동료 여당 의원들에게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불편하고 참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의견도 참고 들을 줄 아는 것이 민주주의다." 도 위원장은 '시인'의 품격을 잃지 않고 있다. "결국 좋은 정치가 좋은 삶을 만든다. 품격 있는 정치, 따뜻한 정치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불확실성 속에 삶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장애인체육인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 역시 한없이 따뜻했다. 자신의 시 '폐허 이후'를 인용했다. "산불로 다 타버린 숲에서 불의 열기를 머금은 솔방울이 터진다. 솔씨가 잿속에서 싹을 틔우고, 소나무 싹이 재를 뚫고 올라온다.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다.' 폐허에서도 다시 솟아나는 생명력은 우리 안에도 있다.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싹을 틔우는 생명처럼 장애라는 절망속에서 또다시 시작되는 삶이 있다. 운동을 통해 다시 일어서 희망과 용기를 이어가는 장애인 체육인 여러분, 부디 하루하루가 도전이고 승리인 삶을 계속 만들어가시길 바란다." 여의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