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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수영을 하고있습니다" 자국선수 이름도 모르는,광주세계선수권 장내해설 유감[광주현장]

전영지 기자

입력 2019-07-22 16:05

수정 2019-07-22 18:08

"선수들이 수영을 하고있습니다" 자국선수 이름도 모르는,광주세계선수권 장…
구름관중 몰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광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세계기록 보유자 미국의 릴리 킹 선수가 자랑스러운 한국의 '백예린(?)' 선수와 경쟁을 펼칩니다."



22일 오전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펼쳐진 국제수영연맹(FINA) 2019 광주세계선수권 여자평영 100m 예선, 대한민국 국가대표 '백수연'이 5조에서 출전 대기중인 상황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에 귀를 의심했다. 5조 9번 레인에 나선 '백수연'의 이름이 1분08초50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을 때까지 수차례 정체불명의 이름으로 잘못 불렸다. 접영 국가대표 '박예린'과 헷갈린 듯도 했다. 경기 후 만난 백수연에게 사실확인을 했다. "선수 대기실에서 내 이름이 아닌 이름을 들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자국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 14년차 한국 국가대표 선수 이름도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다. '안방' 광주세계선수권이라면 관중들에게 '광주체육회 소속인 이 선수가 광주세계선수권 개회식에서 선수 대표로 선서를 했고, 한국선수 최다인 7번째 세계선수권에 도전중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평영 전문 선수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준결승에 올랐고,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한 선수다. 이 선수의 이 종목 최고기록은 1분07초70'라는 정보 정도는 전달했어야 한다. 이번 대회 경영 첫날인 22일부터 몰려든 구름 관중 앞에서 예선전 장내 해설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출발했습니다!" "현재 선수들이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식의 '국어책 읽는' 진행만 AI(인공지능)처럼 반복했다. 한국선수는 물론 세계적 에이스들의 이름과 경력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3레인 선수가 가장 빠릅니다" "4레인 선수와 5레인 선수가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식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내용으로 분량을 채우기 급급했다. 3레인, 4레인 선수가 대체 누구인지 소개도 없었다. 남자자유형 400m 예선 레이스가 절반도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세계신기록입니다"를 외치는가 하면 터치패드도 찍기 전 순위를 발표하기도 했다. 예선에서 상위 16명의 선수가 준결승에 오른다거나, 상위 8명의 선수가 결승에 오른다는 식의 경기규칙을 설명할 때면 중간에 말이 뚝뚝 끊겼고, 불편한 침묵도 이어졌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만 수십 번 반복했다.

수영 종목에서 장내 해설자의 역할은 지대하다. 단순한 경기 진행을 넘어 수영을 처음 접하는 관중들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해 선수와 레이스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한편, 장내 분위기도 한껏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수영에 대한 지식 없이는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이다. 요즘은 각 종목 경기장에선 장내 아나운서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함께한다. 경기 전후 경기장 전광판을 이용해 관중 장기자랑, 허그타임, 키스타임 등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주요 경기장에서도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를 활용한 댄스, 게임 등 관중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었다.

'분위기 메이커'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장내 해설의 기본인 주요 선수 프로필이나 경력, 기록 등은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 왔어야 한다. 관중을 위한 최고의 서비스이자, 수영 불모지에서 뜨거운 땀방울을 흘려온 선수들을 알릴 기회다. 썰렁한 한국 해설과 병행되는 FINA 전문 아나운서의 영어 해설과의 수준 차이가 극명해서 더욱 안타까웠다. 매경기 박진감 넘치는 톤의 영어로 각 레인 선수들의 최고기록, 전 대회 성적, 최근 페이스, 수상 경력 등을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외국 관중은 영어로 충분한 정보를 접하고, 정작 자국 관중은 정보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영어 동시통역사로 장내 안내를 대체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날 대회 현장에서 만난 한 수영인은 "어제 선수들 사이에서도 예선전 장내 아나운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수영을 잘 모르는 것같다. 미리 써놓은 원고가 없는지 실수가 많았다고들 하더라"고 귀띔했다. "모처럼 수영을 보러오신 국내 관중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하는 점은 큰 문제다.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오신 가족, 지도자들도 전문적이지 못한 해설을 불편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8일 경영 레이스가 마무리된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무엇보다 열일 제치고 광주를 찾는 팬들이 세계적인 수영대회를 더 즐겁게 알차게 관전하기 위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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