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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 체육시간]아이들도, 부모님의 시선도 달라진다

김가을 기자

입력 2018-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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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부모님의 시선도 달라진다
학교체육. 문래초등학교 한기영 선생님.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10.30/

아이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시간이 있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기다려지는 시간이 있습니다. 즐겁게 뛰면서, 우리를 알아가고, 배려를 배우고, 올바른 인성을 기르고, 꿈을 키워가는 시간. 우리들이 만들어야 한 진정한 '학교체육 시간'입니다.



스포츠조선이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교체육중앙지원단과 함께 그런 '심쿵' 체육시간을 찾아 나섰습니다. 일선 선생님의 열정, 아이들의 관심과 참여,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학교체육의 '롤모델'을 만나봅니다.

물론 아직 완전한 시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덧 3년째, 우리는 그 설레는 시간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걸음이 모여 진정한 '심쿵' 체육시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자~, 우리들의 '심쿵' 체육시간,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편집자주>

'딩동댕동~.'

오후 2시30분. 하교를 알리는 종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다다다닷!'

운동장을 향해 달려오는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경쾌하다. 단 1초라도 빨리 배트를 잡고 싶은 모양이다.

서서히 찬 공기가 몰려오던 10월의 마지막 날. 5,6학년 20여 명으로 구성된 문래초 티볼동아리 선수들이 한 곳에 모였다. 늠름하다. 지난 7월, 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티볼대회 초등남자부 남부교육지원청 1위를 차지했던 기세 그대로다.

일사불란하게 장비를 챙겨온 아이들은 담당 교사의 구호에 맞춰 몸을 푼다. '하나둘, 하나둘!' 우렁찬 구호에 맞춰 손목도 돌리고 발목도 돌린다. 부상 방지를 위해 충분히 몸을 푼 아이들은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선생님의 베팅볼에 맞춰 타격 훈련을 하고, 동료가 친 볼을 잡으며 수비 실력도 높인다.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된 훈련. 지칠 법도 했지만, 아이들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은 없다. 오히려 두 뺨에 발그레 생기가 돈다.

6학년 (박)진우는 "벌써 4년째 하고 있어요. 친구들과 공을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어요. 다른 학교와 대결해서 크게 이긴 적이 있는데, 정말 기뻤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주영랑 교장은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많이 노출돼 있어요. 아이들에게 신체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남을 배려하고 돕는 것을 배울 수 있거든요. 사실 지난해 지도하기 어려운 아이가 몇 명 있었어요. 그 아이들이 티볼동아리에 들어가서 많이 배웠죠.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맛본 거에요. 체육활동을 하면 아이들이 확실히 달라진다고 느껴요"라고 말했다.

체육활동은 아이들만 바꾸어 놓지 않는다. 부모님의 시선도 달라지게 한다. 주 교장은 "학교 운동장이 좁아서 어려움이 있어요. 한쪽에서는 공을 차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달리는 상황이니 안전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하지만 체육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원하고 있어요. 가끔 민원이 들어오기는 하는데, 학부모들께서도 이해하고 동참해주시는 편이에요"라고 상황을 전했다.

아이들은 매일 하루 두 차례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오전 7시50분부터 8시45분까지 1차 훈련, 오후에 2차 훈련을 진행한다. 폭설 및 폭우, 혹은 미세먼지경보 등 자연 재해가 아닌 이상 웬만해서는 아이들의 훈련을 막을 수 없다. 성실한 자세로 티볼 훈련에 매진한 아이들. 그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이 부모님의 시선까지 바꿨다. 체육 활동이 만든 또 하나의 마법이다.

한기영 선생님은 "티볼동아리 친구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나와 훈련을 해요. 등교하는 아이들과 동료 선생님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님들께서도 그 모습을 보세요. 성실하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시고서는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이 학교는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구나' 이런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체육 활동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감을 증진시키는 것 같아서 보람이 남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박)진우는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을 가지고 노는 게 재미있어요. 경기를 하다보면 송구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말해 주셨어요. 제게 큰 힘이 됐어요"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동안 체육 활동으로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주로 아이들의 체력 증진, 인성 교육 등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준 게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의 미소는 신뢰의 밑거름이 됐고, 부모님의 시선까지 바꿔놓았다. 아이들과 부모님, 그리고 학교는 조금씩 이해하고 신뢰하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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