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훈형 금메달 걸 수 있게 도와 기쁘다."
'당찬 막내' 정재원(17·동북고)의 헌신이었다. 정재원은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선에서 8위에 올랐다. 준결선 2조에서 6위로 결선에 오른 정재원은 헌신의 레이스를 펼치며 이승훈의 금메달을 도왔다.
매스스타트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최초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 준결선에선 12명의 선수가 질주를 펼쳐, 8위까지 결선에 오른다. 4명은 탈락이다. 준결선 1, 2조에서 8명씩 총 16명이 결선에서 메달을 놓고 겨룬다. 매스스타트는 3명 이상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레인 구분 없이 질주하는 경기다. 전체적인 경기 룰은 스피드스케이팅과 같지만, 레인 구분 없이 서로 견제하며 달리는 측면에선 쇼트트랙과도 유사한 종목이다. 남녀 모두 400m 트랙을 16바퀴 돈다. 특별한 점이 있다. 점수제다. 4, 8, 12바퀴 1~3위에 각각 5, 3, 1점이 주어진다. 마지막 바퀴 1~3위에겐 60, 40, 20점이 부여된다. 변수가 많다.
이날 이승훈의 값진 금메달은 완벽한 팀워크의 결과였다. 정재원이 초반부터 5위권을 유지하며 선두그룹과의 간극을 유지했고 막판 스퍼트에도 함께 나서는 완벽한 호흡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금메달 후 이승훈은 귀한 후배를 꼭 끌어안은 후 함께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달리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정재원은 "오늘 레이스가 팀에 도움 됐다는 것에 기쁘고 승훈 형이 금메달 걸 수있게 도움이 돼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레이스 전략에 대해서는 "치고 나가는 선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나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승훈형이 나가는 것을 보고 내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형이 몇위하는지만 봤다"고 설명했다. 정재원은 "승훈 형이 금메달에 기뻐했고, 끝나고 손 잡고 들어주셔서 고마웠다"고 웃었다.
이승훈이 잘 해주냐는 질문에는 "나이차로는 삼촌이 맞는 것 같다"고 웃은 뒤 "그래도 엄청 편하게 해주신다"고 했다. 이어 "형이 운동 임하는 자세 마인드가 괜히 랭킹 1위가 아니구나 싶다"고 했다. 정재원은 "승훈이형이 고맙다며 방금 전 사이클을 사주신다고 했다"며 "근데 엄마한테 사달라고 하니까 마음만 받으면 된다"고 웃었다.
열일곱 정재원은 지난 여름 이승훈과 함께 한체대 링크에서 훈련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10월 평창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았고, 첫 출전한 헤렌벤월드컵에서 팀추월 금메달,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획득했다. 생애 첫 평창올림픽에서도 팀추월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빙속 사상 '최연소 메달리스트' 기록을 세웠다. 4년 뒤가 더 기대된다. 정재원은 "나도 시상대 오르고 싶다. 당연하다. 개인종목에서 금메달 아니더라도 순위권가고 싶고 팀종목에선 꼭 우승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난 매스스타트 보다 5000m가 주종목이다. 항상 5000m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멋있다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 개학 후 날 보는 시선 달라져있지 않을까"라며 "친구들에게 사인해주는 대신 맛있는 것 얻어먹겠다"고 웃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