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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2년차, 냉혹해진 이승엽...2군 간 마무리에 "구위 못 찾으면 1군 자리 없다"

김용 기자

입력 2024-05-02 10:28

수정 2024-05-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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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2년차, 냉혹해진 이승엽...2군 간 마무리에 "구위 못 찾으면 1…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4.19/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크게 진전된 부분이 없다고 한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전국구 '슈퍼스타' 출신이다. 오죽했으면 닉네임이 '국민타자'였을까. 야구 실력 뿐 아니라 품행 바르기로 유명한 선수였다.

지난 시즌 두산 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고도 선수 때와 비슷한 온화한 이미지였다. 선수들을 감쌌고, 웬만해서는 강한 어조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그랬던 이 감독이 2년 차에 달라졌다.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등판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외국인 투수 알칸타라 얘기가 나오자 "기분이 좋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퇴출 가능성도 암시했다. 초강력 코멘트였다.

2군에 간 마무리 정철원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올시즌 마무리로 출발한 정철원은 1승1패6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5.91로 형편 없었다. 구위 자체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3일 NC 다이노스전 안타 2개, 사구 1개를 허용하고 1실점 경기 후 2군행을 통보 받았다.

그로부터 1주일이 흐른 시점. 이 감독은 정철원 얘기가 나오자 "지난 주말 1번 던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상태가 좋다는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하며 "정철원은 구위를 올려야 한다. 지난해보다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다. 사실 지켜볼 만큼 봤다. 마무리를 바꿀 때는 팀에 큰 파장이 올 수 있어 매우 신중하게 판단했다. 정철원을 계속 마무리로 뒀다면, 아마 우리 팀이 더 어려워졌을 것이다. 팀 뿐만 아니라 본인도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팀을 위해 냉철한 선택을 했다는 의미. 그리고 구위가 올라오지 않으면, 아무리 이름 값 있는 선수라도 쉽게 1군에 등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감독은 지난해 감독 데뷔 첫 시즌 정규리그 5위로 팀을 가을야구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정규시즌 막판 팬심과 어긋났던 경기 내용에 홈팬들로부터 충격적인 야유를 받았다. 그리고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감독 2년 차 시즌. 초반 어려움이 많다. 여러 악재 속에 5할 승률 아래에 있다.

역대급 전력 평준화 시즌. 침체가 길어지면 만회가 어렵다. 영리한 이 감독이 이런 상황 판단을 못할 리가 없다.

위기가 더 깊어지기 전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마음 아파도 냉철하게 팀 운영을 하지 않으면, 자칫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 팀을 위해 사사로움은 접기로 했다. 스탠스도, 메시지도 확 달라졌다.

이 감독은 정철원을 향해 "크게 진전된 부분이 없다는 보고가 올라온다. 경기, 훈련을 통해 구위를 되찾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본인이 더 강한 마음을 갖고, 본인의 공을 찾아 오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감독은 초반 레이스에 대해서도 "5할 아래지만 잘 버텼다. 알칸타라가 없는 상황에서도 젊은 선수들 활약으로 잘 버티고 있다. 5할 승률을 유지하면, 치고나갈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구성원의 성장을 기다려줄 줄 아는 좋은 리더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능한 리더로 평가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사람을 좋은 리더로 만드는 것은 구성원의 헌신과 마인드 차이다.

흔히 카리스마로 포장되는 강압적 리더십이 효율성이 좋은 것은 구성원이 딱 그 만큼 대우를 받을 정도의 '노예적' 마인드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좋은 리더' 이승엽 감독의 입에서 독한 코멘트가 나오도록 만드는 건 어쩌면 일부 선수들의 무책임 탓일 수도 있다. 프로답지 못하다면 반성하고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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