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기자회견 자청' 머리 감독 "지시 내려와도 최고의 선수만 기회 얻을 것"

박찬준 기자

입력 2018-01-23 07:38

'기자회견 자청' 머리 감독 "지시 내려와도 최고의 선수만 기회 얻을 것…
진천=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2일 '이슈의 중심' 새러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진천선수촌에서 직접 입을 열었다.



머리 감독이 취재진 앞에 선 것은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평창 참가 남북 회의' 이후 처음이다. 이 회의 결과 올림픽 역사상 첫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규모는 기존의 한국 23명에 북한 12명을 합쳐 총 35명으로 결정됐다. 아울러 IOC는 경기에 나서는 출전 엔트리 22명 중 북한 선수 3명을 포함토록 했다.

남북 단일팀 수장에 오른 그를 향해 관심이 집중됐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추측성 기사까지 나왔다. 머리 감독은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남자 아이스하키 미디어데이가 있었다. 서울에서 휴식을 취하던 머리 감독은 진천으로 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피할 수 없는 단일팀의 현실을 받아들인 눈치지만, 여전히 속내는 복잡해 보였다. 북한 선수단이 '언제 올지, 누가 올지' 머리 감독이 갖고 있는 정보는 전무했다. 하지만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16일. 감정을 소모할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올림픽의 취지에 맞춰 승리할 수 있는 최강팀을 머리 감독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이었다. 머리 감독은 "12명의 북한 선수 중 최고의 선수만을 선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진천=박찬준 임정택 기자

-처음 단일팀 승인 발표를 들었을 때 기분은.

▶처음에 북한 선수들이 참여한다고 들었을 때는 우리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부분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뛸 수 있는 선수가 12명이 아니라 3명이라는 것을 듣고 나서 기분이 나아졌다. 전략적인 부분 보다는 팀이 하나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 소통을 잘하려면 SNS를 위해 핸드폰을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12명의 선수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우리팀이 훈련을 준비할 때는 각 선수마다 플레이북(선수들의 동선이나 시스템을 알려주는 지침서)을 줬다. 북한 선수가 오면 김도윤 코치가 사전에 3시간 미팅을 하고, 북한 선수마다 플레이북을 짜려고 한다. 일단 코치가 북한 선수들의 비디오와 영상 보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수비에 중점을 두고, 북한 선수들이 가장 잘하는 점 위주로 훈련할 생각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있는지.

▶북한 선수와 관련해서 임시 명단은 만들었다. 임시 명단에 있는 선수들이 올지 안올지는 모른다. 12명이 합류한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들이 언제 합류하는지도 아직 모른다. 빨리 왔으면 좋겠다.

-선수단 분위기는.

▶코치로서 당연히 기분이 다운됐다. 명단 중 3명이 경기를 못 뛰는 데 대해 걱정이 됐다. 처음 이 소식이 나왔을 때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면서 선수단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 선수들에게 '위에서 내려온 상황이라 컨트롤 할 수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열심히 하면 명단에 있는 자리에 대해서는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선수단 전략과 구성은.

▶우리팀의 1~3라인은 호흡이 좋다. 준비도 열심히 했다. 북한 선수들은 4라인에 들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꼭 실력적인 부분이 아니라 북한 선수들의 장점인 피지컬과 체킹을 고려한 선택이다. 12명의 선수 중 최고의 선수를 선발해 투입할 생각이다.

-위에서 12명 선수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라고 지시가 내려온다면.

▶그럴 경우는 없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은 전략 부분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12명의 선수 모두를 출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팀을 뭉치게 할 생각인지.

▶일단 하나의 목표가 필요하다. 성적,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다. 북한 선수들도 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과 함께 뭉치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현재 상황이 아쉬운 점은 없나.

▶처음 단일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진행이 됐더라면 좋았을텐데, 이제 16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열심히 하겠다. 역사상 최초의 단일팀 감독이라는 점에서 좋은 감정도 있지만, 원래 준비했던 23명의 선수가 뛰지 못해 걱정도 된다. 지금은 화가 나거나 나쁜 감정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다. 선수단에만 집중해야 한다. 감정 싸움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SNS 프로필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머리 감독은 SNS 프로필에 '우리는 맹수인가, 아니면 먹이인가?'라는 문구를 넣었다. 남북 단일팀과 관련한 복잡한 심경을 담았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오해가 많았다. 그 사진은 선수들 멘탈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했던 사진이다. 선수들에게 올림픽에만 집중하고 다른 상황에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다른 의미는 없다. 이 사진에 대한 오해만 풀었으면 좋겠다.

-2월4일 스웨덴전에 북한 선수들이 출전하나.

▶뛰어야 한다. 올림픽 경기 전에 치르는 마지막 연습경기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이 와야 결정할 수 있다.

-단일팀이 여자 아이스하키 발전에 도움이 될까.

▶올림픽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단일팀으로 언론의 관심이 많아질 것 같다. 많은 여자 선수들이 하키를 했으면 좋겠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