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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반전펜서'이라진의 金,'절친선배'김지연을 넘다

전영지 기자

입력 2014-09-20 20:08

수정 2014-09-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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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펜서'이라진의 金,'절친선배'김지연을 넘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에 출전한 김지연과 이라진이 결승전에서 만났다. 20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 전 두 선수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9.20/

지난해 7월 초 수원아시아펜싱선수권 여자사브르 단체전 결승, 6라운드 '언성히어로' 이라진(24·인천중구청·세계랭킹 12위)이 피스트에 섰다. 5라운드까지 31-35로 뒤지던 점수를 40-39로 뒤집었다. 저돌적인 펜서의 칼끝은 날카로웠다. 한포인트로 앞선 상태에서 런던올림픽 챔피언이자 아시아 톱랭커 김지연(26·익산시청·세계랭킹 6위)에게 칼을 넘겼다.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마지막 한끗이 모자랐다. 김지연이 3포인트를 잇달아 따내며 43-39로 앞서갔지만, 막판 중국 셴첸에게 잇달아 5점을 허용했다. 44-44, 동점 상황에서 셴첸의 마지막 칼끝이 김지연을 겨눴다. 초박빙의 승부끝에 중국에 44대 45로 분패했다.



졌지만, '팀플레이어' 이라진의 투혼과 존재감이 빛났다.

2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펼쳐진 여자사브르 결승에서 이라진이 '런던올림픽 챔피언' 김지연을 15대1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전 인터뷰 때마다 동반 결승진출을 노래해왔다. 결승에서 편안하게 마주한 한솥밥 선후배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진검승부를 앞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는 두 검객의 미소가 빛났다. 이라진이 1라운드 초반부터 이라진이 5-1로 앞서나갔다. 준결승에서 센첸을 상대로 체력소모가 컸던 데다, 허리와 팔꿈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던 탓에 김지연은 초반 고전했다. 1라운드를 5-8로 뒤진 채 마쳤다. 2라운드에서도 이라진이 체력적으로 우위를 점하며 13-6까지 앞서나갔다. 김지연 역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2라운드 2분11초를 남기고 4번 연속 찌르기에 성공하며 13-10까지 따라붙었다. 마지막 2포인트를 남기고 두선수는 비디오 판독을 번갈아 신청하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진검승부였다. 이라진이 2포인트를 추가하며 결국 15대11로 승리했다.

이라진은 김지연의 부산 재송중-부산디자인고 직속 후배다. 1m66의 키, 유연한 팔다리, 기술적으로나 체격조건에서 밀리지 않았지만, 절친이자 선배인 김지연의 그늘에 가렸다. 국제대회 단체전에서는 '언성히어로' '역전의 명수'로 맹활약했지만, 개인전에서는 번번이 2~3위에 그쳤다. 지난해 상하이아시아펜싱선수권 결승에서 김지연에게 역전패했다. 올해 수원아시안펜싱선수권 3-4위전에서도 김지연에게 패하며 동메달에 그쳤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2위, 2011년 아시안펜싱선수권 단체전 우승, 2013년 벨기에 겐트 월드컵 단체전 우승을 이끌었지만 개인전 우승의 벽은 높았다. 이수근 여자사브르대표팀 코치는 "라진이가 한고비만 훌쩍 넘으면 될 것 같은데, 큰경기에서 소심해지는 점을 고친다면 대형선수가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곤 했다.

이라진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체력훈련은 물론 비디오 분석을 통한 이미지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선배' 김지연을 훌쩍 뛰어넘었다.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런던올림픽, 아시아선수권 개인전 2연패를 이룬 김지연이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후배에게 양보했다. 이라진과 김지연은 태극기를 어깨에 메고 함께 관중석을 달렸다.

'선배' 김지연이 런던올림픽에서 깜짝 금메달을 선물했듯 '후배' 이라진 역시 '깜짝 금메달'로 기대에 보답했다. 대한민국 여자 사브르는 이제 '올림픽 챔피언' 김지연-'아시아 챔피언'이라진 투톱을 보유하게 됐다. 금-은메달을 휩쓸며 아시아 최강, 세계 펜싱 2강의 면모를 안방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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