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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창립 30주년 기념 이벤트서 경품 부당지급 의혹…허연수 부회장의 '퍼스트 무버 도약' 무색

이정혁 기자

입력 2020-03-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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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창립 30주년 기념 이벤트서 경품 부당지급 의혹…허연수 부회장…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품을 부당지급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특히 GS25는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들의 댓글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등 여론을 통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여 그동안 GS25를 믿고 이용해온 소비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GS25는 지난달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트로트 '진심' 음원을 공개했다. 멜론과 지니 등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 '진심'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유명해진 '작사의 신' 이건우 씨가 가사를 만들고, '박토벤' 박현우 씨가 작곡, '정짜르트' 정경천 씨가 편곡에 참여할 정도로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 였다.

'진심'송 발매를 축하하기 위해 GS25는 따라부르기를 비롯해 몇몇 고객 대상 이벤트도 함께 진행했다.

당시 박상욱 GS25 마케팅팀 팀장은 "GS25 편의점 출범 30주년 테마인 진심을 고객들에게 안내하고자 많은 활동을 고민하다가 트로트 열풍에 접목하면 좀더 고객 홍보에 효과적이라 판단해 이번 진심송을 만들게 됐다"며 "고객에게 재미와 참여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GS25의 '진심' 이벤트는 고객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대신 오히려 분노를 유발하고 말았다.

GS25의 공식 SNS 채널에서는 지난 2월 14일부터 2월 29일까지 응모 기간을 정해 두고, '진심' 음원을 듣고 인증하는 고객 중 총 5명을 추첨해 에어팟 프로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 6일 GS25 측이 당첨자를 공개했는데 5명 중 2명의 당첨자가 이벤트 응모 기간이 지나 접수했음에도 경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 경품 부당 지급 의혹이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음원 스트리밍 다 돈 내고 하는 건데 이건 소비자 기만에 사기 아니냐' '응모 기간 지나면 탈락인거 당연한 거 아니냐' 등의 불만 가득한 글을 쏟아냈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들은 GS25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 아이디를 통해 자사 직원에게 경품을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이 사실인지를 묻는 본지의 질문에 GS25 관계자는 "3월 2일까지 인증샷을 응모한 계정을 대상으로 랜덤 추첨을 진행했으나, 응모기간 종료 후 업로드 한 고객이 포함되어 당첨자 추첨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앞으로 더욱 공정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여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GS25를 아껴 주시는 고객님들께 사과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유령 아이디를 통해 자사 직원에게 경품이 지급된 사실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부분은 이번 논란에 대처하는 GS25 실무진의 태도였다.

그동안 네티즌들이 인스타그램 등의 댓글을 통해 경품 부당지급 의혹을 제기하자, GS25 측은 사전 공지도 없이 해당 글들을 모두 삭제해 버렸다. 잘못을 바로잡기 보다는 논란을 통제하려는 듯한 GS25 측의 태도에 네티즌들은 더욱 분노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도 GS25의 이벤트 부정을 추궁하며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계속 올라왔고, 결국 GS25는 더 이상의 댓글 삭제를 단념한 듯 사실을 인정하며 '본 이벤트 선정 과정에서 착오가 있어 많은 고객님들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어떻게 문제를 지적하는 네티즌의 댓글이 임의로 삭제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GS25측은 "당첨자 발표 후 고객 문의 응대 과정에 담당자가 임의로 댓글을 삭제한 부분을 확인 하였다"면서 "이에 해당 담당자를 사규에 의거하여 조치 예정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이벤트 관련 부서 및 담당자 교육을 즉시 진행하였다"고 설명했다.

언론을 통해 이번 논란이 확대되자 GS25는 경품 재추첨이 어렵다던 기존 입장도 번복했다. 당초 '이미 이벤트 처리 과정이 모두 종료되어 취소 혹은 추가 발표가 어렵게 되었다'며 재추첨 불가를 밝혔지만 25일 오전 서둘러 당첨자 5명을 재추첨해 공지했다.

문제는 GS25의 고객 이벤트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2월에도 한 제과업체와 함께 LED 마스크, 고급 헤어드라이어, 호텔 숙박권, 에어팟, 헤어샵 이용권, 스마트 체중계 등 값비싼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점주와 직원들이 부정 응모하고 경품을 타간다는 의혹이 제기돼 당첨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GS25 측의 원칙 없는 이벤트 진행과 이벤트 경품 지급 부정 논란이 반복되다보니 네티즌들은 이번 '진심 음원 인증 이벤트' 논란 이후에도 SNS에 '이제와서 이걸 누가 믿느냐' '새로 뽑은 다섯 명은 진짜인지 어떻게 아느냐' 등의 댓글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지적을 무시한 것도 부족해 감추기까지 시도한 GS25의 태도를 보며 지난해 힘들게 편의점 업계 1위에 오른 GS25가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올해 '초격차'를 유지하며 편의점 업계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려던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의 자신감에도 일정부분 생채기가 생겼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허 부회장은 지난 20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GS25가 국내 편의점업계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GS25는 지난해 11월, 2002년부터 17년간 편의점 업계 점포수 1위를 지켜오던 CU를 누르고 어렵게 1위에 등극했다. 허연수 부회장으로서는 이 기세를 몰아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 도입을 준비 중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는 것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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