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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의혹' KLM, '부적절한 사과' 논란에 오히려 불매운동 확산

김소형 기자

입력 2020-02-19 09:35

'인종차별 의혹' KLM, '부적절한 사과' 논란에 오히려 불매운동 확산
 ◇KLM의 '승무원 전용 화장실' 한글 안내문. 사진출처=승객 김모씨 인스타그램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던 네덜란드 항공 KLM에 대한 비난이 경영진들의 사과에도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KLM 항공기 화장실 문에 한글로만 적힌 '승무원 전용 화장실' 문구가 발단이 된 이번 사건은, 지난 14일 KLM 경영진의 '부적절한 사과' 논란에 여론이 더 악화된 상태다. 여행 커뮤니티는 물론 SNS를 통해 'KLM에 대한 불매운동 참여'를 인증하고, 독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에 사과 초점…'인종차별'엔 발뺌?

KLM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한국인에 대해 차별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발 인천행 KL855 항공편의 기내 화장실 문 앞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고 적힌 종이 안내문 때문에 '인종 차별' 논란이 일었던 것. 당시 승객 김모씨가 종이 안내문 사진을 찍고 "왜 한국어로만 문구가 적혀 있느냐"고 항의하자, 승무원은 "잠재 코로나 보균자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되레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또, "잊었을 뿐"이라며 뒤늦게 영어 문구를 적어 넣었다. 이 과정은 고스란히 녹취돼 김모씨의 SNS에 공개됐다.

총 320석 규모의 해당 항공편에는 당시 한국인 135명을 포함한 총 277명의 승객과 한국인 2명·네덜란드인 10명의 승무원이 탑승한 상태였다. 전체 승객의 절반도 안되는 한국인이 탑승했음에도 한글로만 된 안내 문구를 붙여놓았던 것은 '한국인을 코로나19 보균자로 규정하고,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사건이 당시 이를 항의했던 승객 김모씨의 SNS를 통해 퍼져나가고 논란이 커지자 KLM 측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한 KLM의 대응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는 커녕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지난 14일 오전 기욤 글래스 KLM 한국·일본·뉴칼레도니아 지역 본부장(사장)과 이문정 한국 지사장 등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이날 KLM 경영진의 사과는 "해당 사건을 단순 실수로 축소시키고, 인종차별에 대한 논점을 흐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선, KLM이 이번 사건을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과 관련된 것으로 한정했다는 지적이다. 14일 열린 기자간담회 제목도 'KLM 승무원 전용 화장실 운영 관련 기자간담회'였다.

사과도 '개인의 실수'에 대한 것으로 선을 그었다. KLM은 이날 공식 사과문에서 "이것은 승무원 개인의 실수이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입니다. 이에대해 사과를 드리는 바입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저희는 일부의 승객 분들을 차별적으로 대했다는 지적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해당 승무원의 의도는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이러한 저희의 실수는 한국 고객을 차별하는 행위로 해석된 바 한국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차별로 받아들이는 한국 고객에 대한 유감을 밝혔을 뿐 진정한 사과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글래스 사장은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번 일이 어떻게 인종차별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것(코로나19 사태)은 인종과 관련된 이슈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이슈이기 때문"이라며 "한국보다 유럽에 확진자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관계로 봤을 때 회사 차원에서는 이것이 인종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단순히 영어로 기재하는 것을 잊은, 인적 실수에 의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문정 지사장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승무원들에게 '문화적 예민함'에 대해 충분히 교육할 예정"이라는 답변도, '한국인이 과잉 반응한다'는 뉘앙스를 풍겨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 KLM 측은 18일 "승무원 전용 화장실 문제 뿐 아니라 한국어 고지 부분에 대해서도 이미 사과했다"고 주장했다.



▶'#boycottklm'…성난 승객들, 불매운동 확산

이러한 KLM의 '사과 논란'은 오히려 불매운동 확산의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그나마 국토교통부의 공식 항의가 없었다면, KLM의 형식적인 사과마저 불투명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국토부는 12일 공식 자료를 내고 "국토부는 기내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로 표기하는 등 차별적 조치를 취한 KLM 항공사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외국항공사에 공식 항의하는 것은 드문 경우"라며, "이에 놀란 KLM이 급조한 기자회견에서 '졸속 사과'가 이루어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14일 오전 열린 KLM의 기자간담회는 13일 저녁시간에야 기자들에게 공지됐다. 이에 대해 KLM 관계자는 "국토부 보다는 한국 고객에게 빨리 사과하기 위해 급하게 준비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마자 KLM 코리아의 '항공권 연중 최저가 세일' 홍보 메시지가 고객들에게 지난 11일 발송돼 '꼼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KLM을 둘러싼 논란은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과거 KLM와 관련된 부정적 경험담이 쏟아지는가 하면, 여행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KLM 단골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KLM의 이번 인종차별 이슈와 관련 #boycottklm 해시태그가 확산되면서 불매선언이 계속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04년 KLM을 합병한 '에어프랑스'도 불매 리스트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재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KLM이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지 주목하고 있다. KLM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적극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불매운동 확산'을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우려다.

18일 KLM 관계자는 "해당 승무원에 대해서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승무원 전용 화장실을 운영하게 된 배경, 승무원 전용 화장실에 대한 고지가 최초에 한국어로만 이루어지게 된 이유, 해당 승무원의 언행 조사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차별로 오해될 수 있는 행동을 방지하고자, 해당 사례는 KLM 전 승무원에게 공유하고 승무원 교육을 강화해 유사한 실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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