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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특수구조대, 이들이 있어 산행이 더 즐겁다!

남정석 기자

입력 2019-05-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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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특수구조대, 이들이 있어 산행이 더 즐겁다!
북한산 특수구조대 대원들이 인수봉을 배경으로 나란히 서서 안전 구조를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은성 대원, 박기철 대원, 전세호 대원, 이치상 구조대장, 김도영 대원.

"집에 무사히 도착해야 비로소 산행이 끝나는 겁니다."



북한산은 서울시 4개구와 경기도 3개시에 걸쳐 있는 대표적인 수도권의 명산이다. 최고봉인 백운대를 비롯해 동쪽의 인수봉, 남쪽의 만경대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삼각산(三角山)이라 불리기도 했다. 특히 세계적으로도 드문 도심 속의 산이기에 국내에서 15번째로 국립공원에 지정되기도 했다. 수도권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도봉산까지 아울러 연평균 방문객이 800만명에 이르러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접근도가 뛰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결코 만만하게만 오를 수 있는 산은 아니다. 암벽 등반의 메카인 인수봉에서 볼 수 있듯 대표적인 화강암 산지인데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워낙 많은 산행객들이 몰리기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서울경찰청에서 업무를 이관받아 지난 2월 1일부터 국립공원공단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북한산국립공원 특수구조대 14명의 대원들이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지난 1일 노동절 휴일임에도 대부분의 대원들이 출근, 산을 바삐 오르내리고 있던 현장을 찾아가 봤다.

▶'덕업일치'라 할까요?

북한산 특수구조대(이하 구조대)의 본부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백운대로 가는 산행길에 위치해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도 고도가 높아 위험성이 있는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등 3개 봉우리 지역을 포함한 북한산 일대를 책임지고 있다.

구조대는 지난 1983년 4월 인수봉을 등반하던 대학 산악부원 11명이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조난을 당해 이 가운데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서울경찰청에서 창설했다. 처음에는 현직 경찰이 구조대장을 맡고 의무경찰 가운데 차출을 해서 대원을 꾸려나갔지만, 이후 구조대장은 민간 산악인이 맡기 시작했다. 하지만 2년여의 짧은 복무 기간동안 전문적인 구조대원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구조는 대장이 책임지고, 의경 대원들은 보조를 하는 수준에 불과해 업무 분담에 대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게다가 2022년 의경제도가 폐지되면서 경찰청 구조대는 결국 1월 31일부로 해체됐다.

이에 구조업무를 맡게 된 국립공원공단은 공모를 통해 현재의 대원들을 뽑았다. 이치상 구조대장을 비롯해 특수구조대원 5명, 재난안전구조대원 8명 등 20대부터 50대까지 총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도봉산 구조대에도 11명이 채용됐다. 이들은 지난 2월 한달여간의 훈련을 거쳐 3월부터 본격적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다. 재난안전대원 혹은 전문적으로나 취미로 암벽등반을 하며 기술을 쌓은 사람들이 특수구조대원으로 뽑혔고, 재난안전대원도 뛰어난 체력과 등산 지식, 구조 능력 등을 겸비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이 주최한 구조경연대회에서 이동윤 부대장을 비롯한 박은성 대원과 이규석 대원이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치상 대장의 경우 산악인 고 박영석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 고산 등반을 이끌며 경험이 풍부하고, 지난 2004년 박 대장과 함께 남극원정에 성공한 전문 산악인이기도 하다.

이 대장은 "예전에는 구조대장이 대부분의 구조를 떠맡아야 했지만, 이제는 대원들이 모두 전문 자격증을 구비하고 응급처치 실력을 쌓았으며 경험이 풍부해 2인 1조로 신속하게 사고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철 대원은 토목설계를 하던 사람이었지만 이번에 대원으로 선발됐다. 10여년 전부터 인수봉에서 바위를 타며 계속 대원이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번에 공모를 통해 뜻을 이뤘다. 박 대원은 "가장 좋아하는 인수봉을 바라보며 근무를 하기에 지인들이 이른바 '덕업일치'(취미와 일의 조화)를 이뤘다며 부러워하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며 웃었다.

▶사고 예방이 중요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일은 결코 취미가 아니다. 발목 염좌나 타박상 등을 입은 산행객은 부축을 하며 내려오면 되지만, 낙석 혹은 추락으로 인한 사건 사고나 체력을 감안하지 않는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들의 역할에 따라 목숨이 달려있을 수 있기에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이 대장은 "염좌와 골절 환자가 대다수이지만 심정지 환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의 경우 하루에만 5건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사고는 늘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정지의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되기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김도영 대원이 지난해 11월 심정지가 된 60대 남성 환자를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로 살려낸 경험이 있는데, 지난 12일에도 백운대로 오르다 심정지로 쓰러진 60대 남성을 대원들이 발빠른 응급조치로 의식을 되찾게 했다. 13일 전화통화에서 이 대장은 "의식을 되찾게 한 후 서울소방대헬기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시켜 잘 치료를 받고 있으시단 연락을 받았다. 응급구조사분들이 '깨어난 것이 기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다른 산행객분들의 도움도 컸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끔찍한 사고를 일선에서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하기에 어려움은 크다. 지난 2009년부터 대원으로 활동한 오명석 대원은 "만경대 근처에서 70m나 추락을 하신 분이 있었다. 온 몸에서 출혈 타박상이 있었다. 그래도 빨리 구조해 지금도 생존해 있는 것이 다행이다"면서도 "처음에는 충격이 컸지만 지금은 좀 덤덤해졌는데, 좋은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공단에서는 서울대병원과 MOU를 맺고 올 하반기부터 대원들의 멘탈 치료에 대한 지원을 실시할 예정이다.

구조대의 역할은 사고 해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단 직원 가운데 산행객들과 가장 많이 접촉을 하는 현장 인력이기에 탐방로 안내와 정비, 응급물품 지원 등도 이들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 대장은 "현재 구조대 건물을 다시 꾸미고 있는데, 데크를 만들어 제세동기 사용법과 심폐소생술 등을 알려주며 산행객들과의 접점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라며 "산행 전 충분한 스트레칭과 법정탐방로 준수,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 무사히 돌아가야 산행이 끝난다'는 다짐으로 산에 오른다면 더욱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조대는 늘 산행객 곁에 있겠지만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또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분이 있으면 현재 위치를 파악해 빨리 119 혹은 국립공원공단으로 신고해야 구조대가 제대로 도착할 수 있다.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북한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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