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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귀국에 심기 불편?…김정은 열차, 평양까지 '무정차' 질주

입력 2019-03-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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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귀국에 심기 불편?…김정은 열차, 평양까지 '무정차' 질주
(랑선성[베트남]=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전용열차에 오르고 있다. 2019.3.2 saba@yna.co.kr

베트남 방문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귀국길에 베이징(北京)에 들르지 않고 최단 노선을 택해 정차 없이 평양으로 달려가고 있다.



중국 내 열차 이동 시간 또한 베트남으로 갈 때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를 두고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김 위원장이 최대한 빨리 귀국해 참모들과 함께 회담 평가와 향후 대책을 숙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철도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열차는 지난 2일 오후 1시 38분(중국시간) 베트남 동당역을 출발해 약 41시간만인 4일 오전 6시 40분께 톈진(天津)을 통과했다.

이는 베트남 방문 시 정차했던 핑샹(憑祥), 난닝(南寧), 창사(長沙)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거나 아예 정차하지 않은 데다 열차 속도 또한 높인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추세로 계속 이동할 경우 단둥을 거처 평양까지 도착하는 데 60여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여 베트남으로 향할 때보다 이동 시간이 5~7시간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처럼 김정은 전용 열차가 귀국을 서두르는 것은 우선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에 따른 대책을 북한 내 지도부와 깊이 있게 논의하기 위해 하루빨리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적 필요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또한, 김 위원장의 장기간 출장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건강 문제도 고려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하노이 담판 무산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김 위원장은 북·중 정상 간 대화보다는 조속한 귀국이 더 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처럼 1주일 뒤 전용기 편으로 베이징을 방문, 시진핑 주석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 결과를 설명할 수도 있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가 준 충격파와 외교적 함의가 훨씬 복잡해서 베이징 방문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평양에서 출발해 26일 오전 베트남에 도착할 때까지 66시간 전용 열차를 이용했을 당시에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귀국길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 분위기다.

또한, 김 위원장 동선에 대한 중국 철도 및 공안 당국의 통제도 한층 심해져 외신의 취재 접근 자체가 더 어려워졌다.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 이동 거리는 중국 내에서만 3천500여㎞이며, 북한 내 이동 거리 등을 합한 전체 여정은 3천800㎞ 안팎에 달한다.

김 위원장 일행은 이토록 긴 거리를 침묵 속에 북상하며 중국 내륙관통을 거의 마쳐가고 있다.

한 소식통은 "베트남으로 갈 때는 자신감에 가득 찼던 김 위원장이 복귀하는 열차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용 열차가 급히 귀국한다는 것은 그만큼 좋지 않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남에 따라 베트남 방문 후 중국의 중·남부 주요 도시들을 돌아보며 개혁개방의 의지를 보여줄 기회도 사라졌다.

다른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좋았을 경우 김 위원장은 베이징 또는 광저우를 들르며 행보를 이어갔을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당분간 북미 간 냉각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북·중 경협 또한 당분간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president21@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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