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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독이 쓰였길래"…北김정남 사망 `독극물` 여전히 미궁속

입력 2017-02-19 20:35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째를 맞았지만 범행에 사용한 독성 물질을 둘러싸고 의문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북한이 암살의 배후일 가능성이 짙어지는 와중에서도 김정남의 목숨을 앗아간 독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9일 김정남 암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사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여전히 독성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15일 김정남의 시신을 부검했다. 애초 2∼3일이면 분석이 끝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선 정확한 사인이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의 종류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정남은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 두 명이 얼굴에 뿌린 독극물을 흡입하고 사망했다.
흡입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점을 보면 범인들은 강력하고 치명적인 독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이 독살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다양한 독들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리신과 '독살계의 우두머리' 비소, 호흡계를 파괴하는 스트리크닌, 복어 독으로 알려진 테트로도톡신, 사린가스 등 내로라하는 독극물들이 이름을 올렸다.
많은 독성 물질이 거론됐지만 현재까진 '정답'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AP통신은 독성 물질에 경험 많은 전문가들마저 고개를 내젓고 있다며 화학 물질이 김정남을 숨지게 한 원인이라면 "독성 물질을 찾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 빅토리아 법의학연구소의 독극물 학자 오리프 드러머는 독극물이 "더 이례적이고 강력하며 휘발성이 강할수록 탐지될 가능성이 더 작아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구토 등의 증상 없이 김정남을 그렇게 빨리 사망에 이르게 한 물질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정남 암살에 쓰인 독극물이 통상적이지 않은 새 화학 물질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날 말레이 일간 더스타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현지 정상급 독물학자는 "범인들은 통상적이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화학 물질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며 "여러 화학 물질을 섞을 경우 종류 파악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미 플로리다대 법의학부의 독극물 학자 브루스 골드버거는 AP통신에 "호텔 방에서 만들어질 물질은 아니다"며 "이번 공격을 가능케 하려면 화학 관련 지식도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 국적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46)의 역할이 주목된다.
말레이 언론들은 리정철이 북한의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했고 2000년 졸업 이후 인도 대학으로 유학을 가 화학과를 다녔다고 보도했다.
리정철이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독극물 제조에 관여했는지를 말레이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ong79@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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