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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R NOTHING' 울산과 전북 입장에서 바라본 '운명의 2연전'

김성원 기자

입력 2022-10-04 16:21

수정 2022-10-0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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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R NOTHING' 울산과 전북 입장에서 바라본 '운명의 2연…
울산문수축구경기장/ K리그1/ 울산현대축구단 vs 전북현대모터스/ 전북 바로우/ 사진 김정수

[스포츠조선 김성원, 박찬준 기자]가혹한 운명이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필연이다. 상대를 넘지 않고서는 정상에 오를 수 없다. '현대가의 전쟁'은 'ALL OR NOTHING'의 대전이다. 사이좋게 나눠 가질 수도 있지만, 한 팀이 모든 것을 거머쥘 수 있고, 다른 한 팀은 모든 것을 빼앗길 수 있다.



울산과 전북이 '운명의 2연전' 무대에 오른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FA컵에 이어 K리그1에서 정면 충돌한다.

FA컵은 4강, 단판승부다. 두 팀은 5일 오후 7시 맞닥뜨린다. 승리하는 팀이 결승전에 오른다. 사흘 뒤인 8일 오후 4시30분에는 K리그1 파이널 2라운드에서 마주한다. 두 팀의 승점차는 5점이다. 울산의 승점은 69점, 전북은 64점이다. 울산이 승리하면 17년 만의 K리그 우승에 9부 능선을 넘게된다. 반면 전북이 웃으면 또 한번 '역전 우승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두 경기의 격전지는 모두 울산월드컵경기장이다.

▶울산 "어떻게 쌓은 공든탑인데"

울산은 전북이라면 치를 떤다. 한 번쯤은 운명이 뒤바뀔 법한데 지난해까지는 아니었다. K리그에서 3시즌 연속 전북의 아성에 무너졌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올 시즌도 '준우승의 한'을 떨쳐내기 위해 첫 발걸음을 뗐고, 여기까지 왔다.

울산은 3월 이후 K리그에선 단 한 차례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도 '줄곧 1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어떻게 쌓은 공든탑인데 다시는 무너질 수 없다는 강한 울림이 그라운드를 휘감고 있다.

울산은 2022시즌에 변화가 많았다. 김영권을 필두로 레오나르도, 엄원상, 아마노, 마틴 아담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김영권은 수비라인을 책임지며 K리그1 최소 실점(28골)을 자랑하고 있고, 그외 4명은 공격의 맨 앞에 서 있다. 11골-5도움의 엄원상, 11골-4도움의 레오나르도, 9골-1도움의 아마노가 모두 제 몫을 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뒤늦게 합류한 마틴 아담도 6골-2도움(이상 K리그 기록)을 기록 중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적어도 '뉴페이스'들은 울산의 악몽을 경험하지 않았다. 전과 후가 다를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장 이청용을 비롯해 김태환 조현우 등 기존 선수들과 호흡에도 거침이 없다. 플러스 요인은 또 있다. 정승현이 군에서 제대한 후 합류, 중앙 수비도 한층 보강됐다.

홍 감독도 쫓기다 최근 안정을 찾았다. '압도적인 우승'을 꿈꿨지만 8월 들어 발걸음이 무뎌진 것은 사실이다. 전북과의 승점차가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다가 좁혀지면서 살짝 흔들리기도 했다. 이런 불안감도 최근 2연승으로 씻어냈다. 특히 1일 인천 원정에선 3대0으로 완승하며 무승부의 사슬을 끊고 '전 구단 승리'를 쟁취했다. 분명 새로운 동력이다. 더구나 홍 감독부터 '2위 트라우마'를 지웠다. "승점 5점차는 꽤 큰 점수"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집중력의 끈을 놓은 것은 아니다. 요행도 바라지 않는다. 어차피 전북은 부딪혀서 실력으로 이겨야하는 상대다. 울산은 FA컵 4강전부터 총력전을 펼쳐 기세를 K리그까지 이어간다는 각오다.

▶전북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사활"

이번 시즌 전북은 가시밭길을 걸었다. 사상 초유의 K리그 5연패는 더이상 '훈장'이 아니었다. 겨울부터 꼬였다. 원하는 영입은 줄줄이 실패했다. 선수단은 노쇠화됐고, 포지션별 불균형이 생겼다. 내부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전북은 전북'이라 했다.

시즌은 생각보다 더욱 힘겨웠다. 강등권까지 추락했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며 몸부림을 쳤지만, 반등은 쉽지 않았다. 답답한 경기에, 홈팬들은 외면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졌다. '오오렐레'가 울려퍼졌던 전주성은 '○○ OUT' 문구로 가득찼다.

하지만 이대로 좌절하면 '전북'이 아니었다. 과거 같이 상대를 찍어누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 당하지도 않았다. 승점을 차곡차곡 쌓은 전북은 마침내 울산을 가시권에 두기 시작했다.

이번 2연전은 전북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FA컵과 리그 사이에 선택은 없다. 눈 앞에 놓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릴 생각이다. '둘 중에 하나라도 잡겠지'가 아니라 '둘 다 잡겠다'다. 그래야 올 시즌 구긴 체면을 회복할 수 있다는게 전북 선수단의 각오다.

분위기는 좋다. 최근 4연승을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게 마침내 득점포가 터지고 있다는 것이다. 30경기에서 38골로, 경기당 1.3골도 되지 않았던 전북은 최근 4경기에서 12골을 몰아치고 있다. 50골로 울산(51골)과의 다득점 격차도 1골로 줄였다.

'조규성 효과'다. 전역한 공격수 조규성은 전북 최전방에 힘을 불어넣었다. 전방에서 싸우고 연계해주는 공격수가 가세하자, 2선 공격이 살아났다. 조규성 합류 후 바로우가 4경기 6골, 한교원이 4경기 4골을 기록 중이다.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던 조규성은 스플릿 후 첫 라운드였던 포항전(3대1 전북 승)에 전격 복귀했다. 좋은 몸상태를 보이며 울산전 출격을 대기 중이다.

김 감독은 포항전에 조규성-구스타보 투톱 카드를 가동했다. 높이와 활동량을 갖춘 두 투톱의 움직임은 위력적이었다. 이번 울산과의 2연전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부상에서 갓 돌아온 홍정호, 많은 경기로 피로가 누적된 김진수 등의 몸상태가 관건이다. 전북은 승부처에서 나올 '우승 DNA'를 믿고 있다. 선수단도 이를 가슴에 새기고, 묵묵히 이번 2연전을 준비 중이다. 김성원·박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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