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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에서 3대2 드라마' 경남, 조금씩 답을 찾아가다

박찬준 기자

입력 2020-08-10 05:58

'0-2에서 3대2 드라마' 경남, 조금씩 답을 찾아가다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제 조금 답을 알 것 같네요."



설기현 경남 감독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경남이 8일 드라마를 썼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하나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14라운드에서 3대2 대역전승을 거뒀다. 경남은 전반 0-2로 끌려갔다. 전반 20분 룩의 자책골에 이어, 32분에는 안드레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완패가 예상되던 후반, 대반전을 썼다. 후반 20분 백성동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35분 황일수가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 고경민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경남은 개막 전 제주, 대전과 함께 '빅3'로 꼽혔다. 지난 시즌 강등된 경남은 제법 후유증이 길게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축 선수들을 대거 지킨 데다, 백성동 황일수 장혁진 등 K리그1이 주목하던 알짜들을 영입했다. 여기에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설기현 감독식 전술축구에 눈길이 모아졌다. 설 감독은 기존 감독들과 달리, 체력 보다는 전술, 감 보다는 데이터, 영상을 강조하며 경남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함께 하는 선수들의 극찬 속, 연습경기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기대 이하의 모습이 이어졌다. 후방 빌드업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플레이를 추구하고 있지만 정작 그라운드에서 구현되는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볼도 후방에서만 돌 뿐이고, 공격 지역에서는 날카로움이 부족했다. 공격을 위해 라인을 극도로 올리다보니 항상 뒷공간에 문제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결과를 잡지 못했다. 공격축구를 추구하고 있지만 골이 터지지 않고, 그러다보니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늘어났다. 초반 12경기에서 단 2승에 그쳤다.

그런 경남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집요할 정도로 강조했던 후방 빌드업에서 탈피, 롱볼을 적절히 가미했다. 복잡했던 전술에서 벗어나 심플하면서도 간결한 축구를 구사했다. 기존에 중용되지 않으며, 의구심을 낳던 선수들도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렸다. 이같은 변화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안양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7경기 만에 승리를 챙긴 경남은 대전전에서 기적같은 역전승에 성공했다. 2연승으로 8일 현재 단숨에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까지 뛰어올랐다.

설 감독은 "내 축구에 대한 확신은 여전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결과를 얻지 못하며 방법론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최근 경남의 달라진 축구는 이같은 고민의 결과"라며 "K리그2는 확실히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려운 무대다. 내 축구과 현실 사이에서 절충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다행히 조금씩 답을 찾아가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이번 역전승으로 나도, 선수들도 자신감을 더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조금씩 확신이 생기는 것 같다.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한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선수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축구에, 자신감까지 더한 경남, 대전전 승리로 불완전했던 이전의 분위기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설 감독이 강조하는데로 경남의 스쿼드는 K리그2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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