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경남 감독은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경남이 8일 드라마를 썼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하나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14라운드에서 3대2 대역전승을 거뒀다. 경남은 전반 0-2로 끌려갔다. 전반 20분 룩의 자책골에 이어, 32분에는 안드레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완패가 예상되던 후반, 대반전을 썼다. 후반 20분 백성동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35분 황일수가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시간, 고경민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경남은 개막 전 제주, 대전과 함께 '빅3'로 꼽혔다. 지난 시즌 강등된 경남은 제법 후유증이 길게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축 선수들을 대거 지킨 데다, 백성동 황일수 장혁진 등 K리그1이 주목하던 알짜들을 영입했다. 여기에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설기현 감독식 전술축구에 눈길이 모아졌다. 설 감독은 기존 감독들과 달리, 체력 보다는 전술, 감 보다는 데이터, 영상을 강조하며 경남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함께 하는 선수들의 극찬 속, 연습경기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그런 경남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집요할 정도로 강조했던 후방 빌드업에서 탈피, 롱볼을 적절히 가미했다. 복잡했던 전술에서 벗어나 심플하면서도 간결한 축구를 구사했다. 기존에 중용되지 않으며, 의구심을 낳던 선수들도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렸다. 이같은 변화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안양전에서 1대0으로 승리하며 7경기 만에 승리를 챙긴 경남은 대전전에서 기적같은 역전승에 성공했다. 2연승으로 8일 현재 단숨에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4위까지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