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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트트릭 직전 '골무원'주니오는 이미 웃고 있었다[현장 인터뷰]

전영지 기자

입력 2020-07-0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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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트트릭 직전 '골무원'주니오는 이미 웃고 있었다
사진제공=울산 현대 구단

4일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 인천과의 홈경기 후반 33분, 볼이 오른발 끝에 닿는 순간, 짜릿한 해트트릭을 예감했다. 인천 골키퍼 정 산을 제쳐내고 빈 골대를 바라보는 주니오의 만면에 이미 미소가 넘쳐났다. 울산 현대 구단이 직접 찍은 골 순간 포착 사진 속 주니오의 표정엔 2018년 울산 입성 후 첫 '꿈의 해트트릭'을 눈앞에 둔 '골무원(골 넣는 공무원)'의 환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날 리그 2위 울산은 전반 14분 이청용의 선제골, 전반 20분, 44분, 후반 33분 주니오의 3골 활약에 힘입어 4대1로 대승했다. '득점 1위' 주니오는 인천을 상대로 5경기 연속골, 심지어 해트트릭으로 10~12호골을 몰아치며 리그 첫 두 자릿수 득점 고지에 올랐다.

주니오는 1-0으로 앞서던 전반 20분 눈부신 개인기를 보여줬다. 김인성이 건네준 볼을 이어받아 수비 4명을 뚫어내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올시즌 10호골, K리그1에서 가장 먼저 두자릿수 득점을 신고했다. 주니오는 브라질 최고 인기 스포츠 채널 앵커와 약속한 '전화 세리머니'로 10호골을 자축했다. 울산이 인천 무고사에게 만회골을 허용하며 2-1로 쫓기던 전반 43분 또다시 주니오의 발끝이 번뜩였다. 세트피스에서 윤빛가람의 코너킥을 불투이스가 떨궈준 볼이 문전의 김인성으로부터 주니오에게 연결됐다. 주니오의 11호골, 올시즌 3번째 멀티골이었다.

2017년 10월 8일 대구 시절 전남전 유일한 해트트릭을 기록한 후, 2018년 울산 입성 후 이날까지 멀티골만 무려 11번을 기록한 주니오가 첫 해트트릭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후반 10분 김태환의 킬패스를 이어받은 주니오의 슈팅을 정 산 골키퍼가 발끝으로 가까스로 밀어냈다. 후반 27분 가슴 트래핑 후 후려찬 왼발 슈팅은 골대를 강타했다.

후반 33분 세트피스에서 인천 정동윤이 머리로 걷어내려던 볼이 문전 주니오의 발 앞에 뚝 떨어졌다. 마침내 때가 도래했다. 이미 웃는 얼굴로 해트트릭을 예감한 주니오가 골망을 흔들었다. 양손을 번쩍 들어올려 손가락 3개를 활짝 펼쳐보였다. 당연히 3골, 해트트릭을 자축하는 세리머니였다.

경기 직후 '맨오브더매치(MOM)' 기자회견에 나선 주니오는 "손가락 3개, 33은 사실 아내의 나이를 상징하는 세리머니"였다는 대반전(?)으로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손가락 세리머니'에선 소문난 '패밀리맨' 주니오의 가족 사랑이 그대로 묻어났다. "7월 7일이 아내 생일인데, (나이를 공개해) 어쩌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마침 아내의 서른세 번째 생일이라서 양손 세 손가락을 함께 들어올린 것"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이날 10~12호골을 한꺼번에 몰아친 주니오는 마지막 순간까지 유독 골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다. 주니오는 "오늘 실수도 하고, 실패도 했지만 '네버 기브 업(Never give up)' 끝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2018년 울산에 온 이후 무려 11번의 멀티골을 기록한 주니오가 드디어 울산 유니폼을 입고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골을 늘 열심히 뛰다보면 따라오는 것"이라며 냉정을 유지해온 주니오는 이날 유난히 골 욕심을 더 내는 모습이었다. 주니오는 수적 열세속에 0개의 슈팅을 기록하며 0대2로 패한 전북전 이후 더 강한 마음을 먹었다. "직전 전북전에선 찬스가 없었다. 오늘 인천전이 우리 팀 분위기 전환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중요한 경기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홈에서 골을 넣는 데 더 집중했다"고 했다.

이날 주니오의 첫 해트트릭을 누구보다 기뻐한 건 K리그 해트트릭 최다(6회) 기록 보유자, 김도훈 울산 감독이다. 경기 직후 김 감독은 주니오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귀엣말을 건넸다. 주니오는 "감독님이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골을 더 많이, 더 넣어야 한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감독님의 그런 압력이 내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며 웃었다.

10경기만에 12호골을 터뜨리며 리그 득점왕 경쟁을 압도하게 된 주니오는 팀플레이어답게 이날 해트트릭을 성심껏 도운 고마운 동료들도 잊지 않았다. "오늘 김태환이 넣어준 2번의 좋은 어시스트를 날렸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김인성은 3도움을 기록했다. 3도움의 자격이 있는 선수다. 김태환에게 커피 2잔, 김인성에게 커피 3잔을 사겠다"고 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울산 골무원' 주니오 멀티골-해트트릭 기록

소속팀=일시=대회=경기(결과)=득점

대구=2017년 9월 10일=리그=대구-포항(2대1승)=2골

대구=2017년 9월 20일 리그=울산-대구(2대3패)=2골

대구=2017년 10월 8일=리그=전남-대구(4대1승)=3골★

울산=2018년 4월 4일=ACL=울산-멜버른 빅토리(6대2승)=2골

울산=2018년 7월 3일=리그=상주-울산(3대2승)=2골

울산=2018년 8월 15일=리그=경남-울산(3대3무)=2골

울산=2018년 8월 22일=리그=울산-상주(4대1승)=2골

울산=2018년 8월 25일=리그=울산-서울(4대1승)=2골(연속)

울산=2018년 10월 3일=FA컵=울산-김해시청(2대0승)=2골

울산=2019년 9월 1일=리그=인천-울산(3대3무)=2골

울산=2019년 9월 14일=리그= 경남-울산(3대3무)=2골(연속)

울산=2019년 10월 26일=리그=울산-강원(2대1승)=2골

울산=2020년 5월 9일=리그=울산-상주(4대0승)=2골

울산=2020년 5월 17일=리그=수원-울산(3대2승)=2골(연속)

울산-2020년 7월 4일=리그=울산-인천(4대1승)=3골★

※★=해트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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