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김효기도 살렸다" K리그의 '골든타임 능력' 우연이 아니었다

최만식 기자

입력 2020-05-25 05:30

"김효기도 살렸다" K리그의 '골든타임 능력' 우연이 아니었다
23일 상주-광주전에서 광주 김효기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선수들이 응급처치를 한 가운데 의료진이 출동해 생명을 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또 살렸다."



23일 K리그는 아찔한 사고를 맞았다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각 구단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낸 말이 "또 살렸다. 역시 꾸준한 안전교육이 중요하다"였다. "이제는 그라운드에서 응급 상황 발생 시 당황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학습효과의 교훈이 새삼 강조된 것은 23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3라운드 상주-광주전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이다.

후반 37분 광주 공격수 김효기가 상대 페널티박스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하다가 상주 골키퍼 황병근과 충돌한 뒤 머리부터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이후 조지음 주심과 동료 선수들의 응급처치가 빛을 발했다. 주심은 빠른 상황 판단으로 경기를 중단시킨 뒤 의료진을 불렀고, 김창수 등 선수들은 김효기의 혀가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기도 확보를 하고 몸을 주물렀다.

다행히 깨어난 김효기는 의식을 잃었던 탓에 충돌 전후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다른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1차 진단을 받았다.

소중한 생명을 살린 사례는 이번뿐만 아니다. 지난 2017년 3월 27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 잠비아와의 2차전 도중 한국 U-20대표팀의 정태욱(대구)이 상대 선수 어깨에 턱을 심하게 부딪혀 실신했다가 이상민(서울이랜드)이 재빨리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덕분에 비극을 면했다. 당시 빠른 대처로 목숨을 구한 이상민과 김덕철 심판의 선행은 귀감이 됐고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받았다.

2018년 11월 2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승강 준PO 대전-광주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 광주 미드필더 이승모가 전반 3분 공격 전개 도중 공중볼을 커버하기 위해 높이 뛰어올랐다가 상대 선수의 어깨 얹힌 뒤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졌다. 이승모가 미동도 못한 것을 재빨리 알아챈 광주 트레이너들이 황급히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이승모는 4분여 만에 의식을 회복한 뒤 병원으로 후송됐다. 공교롭게도 광주 선수가 연달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들 주요 사례의 공통점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비극'이 될 뻔한 일이 '미담'으로 수습됐다는 것이다. 우연이 아니었다. 축구계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학습효과가 빛을 발했기에 가능한 모범사례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1년 신영록(당시 제주)이 경기 중 부정맥으로 의식을 잃은 사고를 겪은 이후 경기장 응급상황 대응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특수 구급차와 의료진, 응급처치 장비 보강 등을 의무화했다. 여기에 눈길을 끄는 게 K리그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CPR(심폐소생술) 교육이었다. "장비나 시스템만 잘 갖추면 뭐하나. 시스템을 운용하는 이는 결국 사람이다. 응급 대응 능력을 익숙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그래서 연맹은 스포츠안전재단에 의뢰해 해마다 전 구단 성인팀 및 유스팀 선수와 코칭스태프, 심판진 전원, 연맹·구단 직원을 대상으로 연중 순회 방식으로 CPR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빠른 상황 판단이 중요한 심판들은 동계 단체훈련 때 필수 과목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받도록 한다.

이 덕분에 대부분 축구인들은 CPR 교육이수확인증을 갖고 있다. 이 확인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응급 상황 발생시 선도적으로 나서 119 구급대,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연맹은 위기 상황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의 부상예방·관리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는 새로운 사업으로 'K리그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유소년 선수들의 부상방지를 위한 교육, 의료용품 지원 등을 하는 사업이다.

연맹 관계자는 "평소 교육받은 대로 빠르게 위기탈출을 해 준 심판과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제2의 신영록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