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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급 삭감'에 폭발한 EPL 스타들, 배부른 투정? 아니면 과도한 요구?

박찬준 기자

입력 2020-04-07 05:30

'주급 삭감'에 폭발한 EPL 스타들, 배부른 투정? 아니면 과도한 요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연 배부른 투정일까, 아니면 과도한 요구일까.



코로나19 정국 속 중단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시끌시끌하다. 바로 선수들의 주급 삭감 문제 때문이다. 시작은 정치권이었다. 매트 핸콕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3일(이하 한국시각) 정부 브리핑을 통해 "EPL 선수들은 임금을 자진 삭감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일부 정치인들이 'EPL 선수들에 대한 특별세'까지 언급하며 동의하고 나섰다.

EPL측이 화답했다. EPL 사무국은 4일 성명을 통해 리그 무기한 연기를 발표하며, "선수들의 연간 임금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조건부 삭감하거나 지급 연기하기로 구단들이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후 EPL 사무국은 프로축구선수협회(PFA), 리그감독협회(LMA)가 연봉 삭감 안건과 관련해 긴급 화상회의를 가졌다. 선수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PFA는 회의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선수들에 대한 대규모 연봉 삭감은 정부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12개월간 30% 연봉 삭감 총액은 5억 파운드에 달한다. 결국 이것은 정부의 2억 파운드 세금 손실로 이어진다"면서 "정부의 손실이 국민보건서비스(NHS)에 어떤 손실로 이어질지, 이런 부분이 EPL 사무국 안에서 고려된 것인가. 핸콕 장관은 선수들의 연봉삭감을 요청할 때 이 팩터를 고려는 한 것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선수들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더비카운티에서 뛰고 있는 '리빙 레전드' 웨인 루니는 영국 타임즈를 통해 "정부의 고위 관료가 축구선수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리버풀의 레전드 로비 파울러는 영국 데일리 미러에 기고한 컬럼에서 "EPL 선수들을 비난하기 전에 억만장자부터 챙겨라. 이 땅에서 세금 제대로 안내는 부자들이, 큰 돈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축구 선수들만 콕 집어 비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맨유 레전드 개리 네빌도 "NHS 의료진들이 코로나 진단 테스트 할 장소도 구하지 못한 핸콕 장관이 선수들을 콕 집어 얘기하는 것은 가증스러운 짓"이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선수들의 의견은 명확하다. "우리는 부자 구단주가 아닌 NHS를 직접 돕고 싶다." 조던 헨더슨(리버풀) 등이 중심된 EPL 주장단은 이미 왓츠앱 그룹 채팅을 통해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선수는 "정부와 EPL 사무국의 태도가 역겹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든 구단은 부자 구단주 소유다. 왜 우리가 그들을 위해 돈을 내야 하는가"라며 "선수들은 이 상황의 무게를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그들이 내는 돈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가야할 곳에 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몇몇 선수들이 기부 행렬에 동참했고, 할 계획을 전한 바 있다. EPL 주장단은 직접 재단을 설립하지는 이야기까지 나눴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반납한 연봉이 구단직원들의 100% 연봉 유지를 보장하고, 하부리그 및 아마추어 구단들을 지원하고, NHS의 진정한 영웅들을 위해 쓰여지기를 바라고 있다. 뉴캐슬의 대니 로즈는 "축구선수들이 버는 돈에 대해 축구와 무관한 사람들이 이 돈을 어떻게 써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한 것 같다"며 불쾌감을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국 국민 대다수는 EPL 선수들의 임금 삭감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과도하게 많은 돈을 받았던 이들에 대한 불만이 폭증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번리의 파산설이 나도는 등 리그 중단으로 인해 최악의 위기에 놓인 EPL이 임금 삭감을 둘러싼 선수들과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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