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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 in 방콕] 학범슨의 큰 그림, 그 마지막 점이 호주전에 찍힌다

김용 기자

입력 2020-01-21 09:07

 학범슨의 큰 그림, 그 마지막 점이 호주전에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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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학범슨이 기획한 큰 그림의 방점을 찍을 호주전. 과연 누가 선발로 나설까.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학범 감독은 2020 AFC U-23 챔피언십을 통해 다시 한 번 최고 지략가로서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 세 경기와 8강전인 요르단전, 이 4경기에서 단 한 차례도 같은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온 적이 없었다. 다음 경기 6~8명의 선수가 바뀌어버리니, 상대팀들이 한국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팀은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건강해진다. 경기에 뛰고 싶은 선수들의 투쟁심이 그라운드에서 ??구치고 있고, 무더운 태국에서 자연스럽게 체력 관리도 되는 효과가 있다.

이제는 4강전이다. 한국은 22일 태국 방콕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결승행을 놓고 다툰다. 이전까지의 경기와는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다. 이 경기를 이기면 올림픽 진출, 아니면 3, 4위전행이다. 호주는 한국과 함께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선수들의 힘과 기술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뛰어나다. 한국도 강한 팀이지만, 누가 이길지 장담할 수 없는 경기다.

이번 대회 김 감독의 용병술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듯 하지만 큰 축이 있다. 첫 번째, 세 번째 경기였던 중국, 우즈베키스탄전 주축 선수가 비슷했다. 그리고 두 번째, 네 번째 이란, 요르단전이 거의 같은 팀이었다. 전자가 오세훈(상주) 엄원상(광주) 등이 나섰다면, 후자는 조규성(안양) 이동준(부산) 등이 축이 됐다.

이렇게 가정해볼 수 있다. 중요한 토너먼트를 생각해, 조별리그는 선수들이 돌아가며 뛰는 구상을 한다. 그런데 첫 번째 경기가 가장 전력이 약한 중국이었다. 분수령은 이란전. 대회 전 주전으로 지목됐던 선수들이 이란전에 더 많이 포함됐던 게 사실이다. 비중을 이란전에 조금 더 둔 것이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전에서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됐다면 경기에 뛰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던 여유를 보여줄 수 있었을까. 그건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강한 전력을 꾸려야 했다. 앞선 두 경기 결과가 좋아 8강행을 확정지었고, 조 1위에 대한 큰 의미가 없으니 8강전을 준비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휴식을 취했던 선수들이 다시 요르단전에 대거 투입됐다.

그렇게 따지면 이란-요르단전에 나온 멤버들이 이번 대표팀에서 구성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전력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공격진에는 이동준(부산)의 페이스가 가장 좋다. 둘다 잘해주고 있지만 아무래도 조규성이 어린 오세훈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 중원에도 공격, 수비 모두에서 상대 압박이 가능한 원두재(울산) 맹성웅(안양) 등이 중용됐다. 수비도 김진야(서울)-이상민(울산)-정태욱(대구)-이유현(전남) 라인이 가장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로테이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돼왔다. 그 속에서 김 감독은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 "우리 팀은 23명 전원이 주전"이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호주전은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져도 3, 4위전이 있으니'라는 생각을 했다가는 큰일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요르단전과 비교해 다시 한 번 라인업을 대폭 수정하는 초강수를 두기란 쉽지 않다. 물론 멤버를 대폭 교체하지 않는다고 해서 김 감독이 잘못하는 건 절대 아니다. 토너먼트를 위해, 조별리그에서 체력을 아낀 것만 해도 엄청난 전력이었고, 큰 결단 속에 이뤄진 작업이었다.

만약, 호주전에 다시 한 번 예상하기 힘든 새로운 라인업이 출격해 이긴다면 김 감독의 이번 대회 용병술은 축구 역사에 남을 히트작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이 모든 선수들을 똑같이 믿는다는 그 말, 순도 100% 진실이었음이 입증된다.

방콕(태국)=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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