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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은퇴하지 마오'…바르사 쓰러뜨린 38세 베테랑의 클래스

윤진만 기자

입력 2019-08-1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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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은퇴하지 마오'…바르사 쓰러뜨린 38세 베테랑의 클래스
◇아틀레틱 빌바오 노장 공격수 아리츠 아두리스가 17일 바르셀로나전에서 환상 시저스킥을 선보였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EPA 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천하의 FC 바르셀로나'가 시즌 개막전에서 뜻밖의 패배를 당했다. 17일 아틀레틱 빌바오 원정에서 후반 44분 결승골을 내주며 0대1로 졌다. 그 골을 넣은 선수는 1981년생, 38세 백전노장 아리츠 아두리스.



바르셀로나 선발출전 선수 중 막내인 카를레스 알레냐(21) 보다 열일곱살 위인 아두리스는 홈구장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19~2020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개막전에서 0-0 팽팽하던 후반 43분 이나키 윌리엄스(25)와 교체투입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일을 냈다.

띠동갑에 가까운 안데르 카파(27)가 우측에서 높게 띄운 공을 트래핑하지 않고 환상적인 논스톱 시저스킥으로 연결했다. 공은 오른 발등에 정확히 얹혀 골문 우측 하단 구석에 꽂혔다. 바르셀로나의 독일 국가대표 골키퍼 마크 안드레 테르 슈테겐(27)이 미처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완벽했다.

이 골을 끝까지 지킨 빌바오는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를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빌바오가 프리메라리가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은 건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2015년 바르셀로나와의 스페인 슈퍼컵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4대0 승리를 이끌었던 아두리스는 교체시간까지 포함해 6분 남짓 활약하고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됐다. 홈팬과 선수, 코치진, 구단 관계자 할 것 없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포옹을 했다.

에이스 리오넬 메시(31)의 공백 속에 뼈아픈 패배를 당한 적장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셀로나 감독(55)도 "굉장히 멋진 골을 넣었다"고 칭찬했다. 과거 빌바오 감독으로 4년간 재직하며 아두리스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슛을 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직감했다"고 털어놨다.

아두리스의 경기 후 소감은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오늘과 같이 팬들의 환호를 받는다는 건 굉장한 일"이라며 "이런 것들이 그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프로 20년차를 맞이한 아두리스는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한다고 시즌 전인 8월 초 선언한 바 있다. 떠나기 전 홈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장면 하나를 더 만들어줬다.

가이즈카 가리타노 빌바오 감독(44)은 "38세의 나이에도 경기에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유니크한 활약을 펼쳤다"고 엄지를 세웠다. 그는 "아두리스는 훈련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늦게 떠나는 선수다. 나이가 들수록 날카로움이 떨어질 수 있지만, 열망과 경쟁력은 그대로 남는다"고 했다.과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33·AS 모나코)는 경기가 끝난 뒤 '방금 아두리스가 엄청난 골을 넣었다. 제발 은퇴하지 말아 달라'고 SNS에 적었다. 스페인 대표팀 동료였던 로베르토 솔다도(34·그라나다)와 팀 동료 이바이 고메즈(29) 역시 "은퇴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아두리스는 바스크 지방의 산 세바스티안 출신으로 바야돌리드, 마요르카, 발렌시아를 거쳐 2012년 다시 빌바오로 돌아와 활약 중이다. 바스크 대표팀으로도 활동할 정도로 지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레전드'다.

유럽 축구계에선 대기만성형 선수의 대표격으로 알려져있다. 35세이던 2015~2016시즌 개인 경력 최다인 시즌 36골(리그 20골)을 넣었고, 2016년 3월 이탈리아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스페인 국가대표팀 데뷔골을 작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 유로파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다.

아두리스는 바르셀로나전을 통해 메시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라리가 15시즌 연속 득점 기록을 세웠다. 현역 선수 중 라리가 득점(157골)은 메시(419골) 다음으로 많고, 통산 득점은 17위다. 현역 마지막 시즌 한 경기, 한 골이 역사가 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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