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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소개팅 PICK 받은 '정상적인 형', "친한 동생 누나와 소개팅 NO"

윤진만 기자

입력 2019-06-20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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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소개팅 PICK 받은 '정상적인 형', "친한 동생 누나와 소개팅…
U-20 월드컵 준우승의 쾌거를 이룬 U-20 축구대표팀 환영식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강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6.17/

17일 오후 서울광장. 2019년 FIFA U-20월드컵 준우승 환영행사에서 "누나가 둘 있는데, 소개해주고 싶은 동료가 있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이강인(18·발렌시아)은 이렇게 답했다.



"솔직히 아무도 안 소개해주고 싶은데, 꼭 소개를 해줘야 한다고 하면…. (전)세진이형이랑 (엄)원상이형이요. 정상(적)인 형들이에요. (다른 형들은)다 비정상이어서 부담스럽네요." (좌중 폭소)

단상 위에 앉아있다 돌연 막내에게 '소개팅 PICK'을 당한 엄원상(20·광주 FC)과 전세진(19·수원 삼성)은 멋쩍게 웃었다.

스포츠조선은 환영식 행사 이후 두 선수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공식입장(?)을 들어봤다. 엄원상은 "(이)강인이가 선택해준 건 어찌 됐든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장난으로 말한 거니까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19명의 형 중 왜 엄원상일까. "잘 모르겠다. 저를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며 웃었다.

전세진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답을 하기 직전 치밀하게 PICK 대상자를 귀띔했다는 것. 전세진은 "별생각 없이 웃어넘겼다. 실제로 소개팅이 들어온다면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장난으로 말한 것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받아들일 건 아닌 것 같다. 따로 왜 나를 골랐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엄원상은 "솔직히 친한 동생(이강인)의 누나와는 소개팅하고 싶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정상적"이라는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대회 도중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제가 사실 강인이의 엉덩이를 좋아한다. 스킨십을 많이 한다. 강인이가 거기에 넘어온 것 같다"는 이규혁(제주)의 말을 접한 이강인은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형들은 이것저것 요구를 많이 하는 이강인을 '강인이형'이라고 부르며 놀렸다.

전세진은 "왜 정상적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다 똑같이 잘 지냈다. 강인이가 해외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선배라고 어려워하지 않고 팀 동료처럼 대했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편했다. 뭘 해도 미워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엄원상은 "제가 동생처럼 강인이를 잘 챙겨준 건 맞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귀국 후 환영행사, 회식, 청와대 만찬, K리그 미디어데이 등 월드컵 못지않게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두 선수는 "몸이 조금 힘들지만, 축구인생에서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나"라고 의젓하게 말하고는 한국 남자팀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오른 지난 월드컵에 대한 '썰'을 풀기 시작했다.

ㅡ함께 호흡한 이강인은 어떤 선수였나?

▶엄원상(이하 엄): 보는 대로다.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같이 뛰면서 엄청난 선수란 걸 느꼈다.

▶전세진(이하 전): 강인이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근데 멘털이 정말 좋다는 걸 느꼈다. 국내 선수들은 해외 선수들과 겨뤄 볼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대회 때 부담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강인이는 매 순간 즐기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자기도 힘들었을텐데 절대 티를 안 냈다. 오히려 형들에게 더 힘을 불어넣으려고 했다. 경기장에서 자기 플레이를 다 보여주는 모습이 좋았다.

ㅡ한국 남자팀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결승에 올랐는데.

▶엄: 우리 역시 이 정도 성적을 거둘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달리다 보니까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 잘하는 선수들이 팀으로 똘똘 뭉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21명이 한마음 한뜻으로 팀만을 생각했다.

▶전: 자랑스럽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경험을 한 것 같다. '원팀'으로 이뤄낸 성과다.

ㅡ국내에선 성인 월드컵과 같은 열기가 뿜어져나왔다.

▶엄: 폴란드에선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 한국에 오니까 많은 분이 축하를 해주신다. 그럴 때 '우리가 좋은 일을 한 것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무뚝뚝하신 편인데, 많이 반겨주시더라.(웃음)

▶전: 가면 갈수록 관심이 더 커지는 걸 느꼈다.

ㅡ둘 다 주로 교체로 출전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도 있을 것 같다.

▶전: 제가 생각해도 제 퍼포먼스가 많이 부족했다. 의욕이 앞섰다. 부담감 때문인지 대회 기간 내내 예민한 상태였다. 하지만 저보다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가 먼저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몇 분을 뛰든 주어진 시간 동안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엄: 솔직히 팀에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체 출전으로 상대보다 체력적 우위에 있어 몇 번 반짝이는 장면만 만들었을 뿐이다. 공격수로서 포인트를 만들지 못해서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에콰도르전에서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쉽다.

ㅡ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엄: 한일전이다. 대회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상대했다. 부담이 컸다. 모든 선수가 잘해줘서 경기를 잘 끝낼 수 있었다.(1대0 승리)

▶전: 세네갈전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경기 끝나고 다같이 영상을 보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살면서 그런 경기를 해본 적이 없다.(3대3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에서 승리)

ㅡ이번 대회 경험이 어떤 영향을 끼칠까.

▶엄: 많은 걸 얻고 많은 걸 경험했다. 기회가 있다면 이 선수들과 한 번 더 모여서 다시 한번 대회를 치러보고 싶다.

▶전: 큰 좌절 없이 축구를 하다가 이번에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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