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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포항 감독이 트레이닝복만 고집하는 이유는?

박찬준 기자

입력 2019-05-16 05:20

김기동 포항 감독이 트레이닝복만 고집하는 이유는?


김기동 포항 감독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벤치에 앉는다.



지휘봉을 잡고 첫번째 경기를 치른 지난달 26일 수원전부터 11일 인천전까지 김 감독의 복장은 한결 같았다. 김 감독은 "구단과 계약을 하면서 공식석상에서는 양복을 입겠지만, 시합때는 트레이닝복을 입겠다고 못을 박았다"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선수들과 같이 뛰고 싶어서다."

2012년 포항에서 현역 마침표를 찍은 김 감독은 U-23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올림픽, 포항까지 코치로만 6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지도자를 시작하면서 프로 감독을 하겠다는 목표로 준비를 했다. 국제경기도 해보고, 좋은 상황, 안좋은 상황을 다 경험해 봤다. 일본에 2-0으로 이기다 2대3으로 역전패도 당해보고, 강등권까지 가서 가까스로 살아남기도 해봤다. 그런 과정들이 다 자산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자산은 선수들과의 스킨십 노하우를 쌓은 것이다. 사람 좋기로 유명한 김 감독은 젊은 선수들과 소통을 즐긴다. 포항이 갑자기 확 달라진 이유 역시 김 감독식 소통법을 앞세워 새로운 축구에 대한 이해도를 빠르게 높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전처럼 볼 소유는 유지하되 속도를 높이고 싶었다. 뒤보다는 앞에서 공격적인 축구를 강조했다"며 "과거 코치 시절에 선수들에게 '감독이 원하는 축구 철학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멀리하면 안된다. 나도 감독과 생각이 다르지만, 이를 정확히 전달하는게 내 일이다'는 이야기를 자주했다. 선수들에게 그 철학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자주하다보니, 내가 감독이 된 후, 내 철학을 이야기 했을때 전달력이 빨랐던 것 같다"고 했다.

소통만으로는 젊은 선수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직접 선수들과 함께 뛴다. 벤치에서 트레이닝복을 입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벤치에서 유난히 동작이 크다. 벌써 김 감독의 리액션 모습을 묶은 '움짤'이 돌아다닐 정도다. 특히 지난 동해안더비에서 김승대의 슛이 빗나가자 벤치에서 드러누우려다 벌떡 일어난 모습은 축구팬들에게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김 감독은 "나를 찍는지도 몰랐다. 영상을 보고 나도 놀랬다"며 "화제가 된 뒤 치른 인천전에서는 조금 신경이 쓰이더라. 몰입되면 생각안나다가, 조금 정신차리면 ' 아 자제해야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웃었다.

김 감독의 열정적 지도 속 포항은 3연승을 달렸다. 단숨에 중위권에 진입했다. 김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인천전도 어려울거라 했는데 주말 경남전은 더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놓으면 그만큼 힘들어진다"며 "지금 포항은 겨우 80점 수준이다. 더 세밀해야 한다. 인천전에서도 상대 압박에 실수가 두려워 우리 플레이를 못했다"고 냉정히 말했다. 그는 멀리 보지 않고 눈 앞에 하나하나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금 연승을 했다고 어떤 목표까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나는 순위도 보지 않는다. 잡을 팀을 잡는게 중요하다. 경남 경기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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