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22일 오전 통화가 된 최순호 포항 감독은 후회가 없다고 했다. 위기의 포항이 변화를 택했다. 포항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21일 "포항 수뇌부가 최순호 감독을 경질하기로 했다. 이미 통보를 했다.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9월 포항으로 돌아온 최 감독은 2년7개월만에 퇴진하게 됐다. 12년만에 친정 포항으로 돌아와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최 감독은 인천의 욘 안데르센 감독에 이어 올 시즌 두번째로 중도하차한 감독이 됐다.
이유는 역시 성적부진이다. 포항은 최근 연패에 빠지며 10위까지 추락했다. 믿었던 공격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올 시즌 가장 큰 목표였던 FA컵에서도 32강전에서 수원에 패하며 탈락했다. 20일 대구 원정경기가 결정타였다. 포항은 시종 무기력한 모습 끝에 0대3으로 완패했다. 포항은 올 시즌 원정 5경기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하고 전패했다. 최 감독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시면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포항 수뇌부의 선택은 경질이었다.
하지만 결국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사실 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3년간 공을 들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더 나아가 우승까지도 노려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개막 전 중원의 핵이었던 채프만이 석연찮은 이유로 팀을 떠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원이 틀어지며 다른 포지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야심차게 영입한 포워드 데이비드가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김승대와 짝을 이룬 이진현 이석현 등이 부상과 부진을 반복했다. 최 감독은 "선수구성부터 꼬였다"고 아쉬워했다. 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등을 노렸지만, 끝내 팀을 살리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강등의 위험을 느낀 포항은 발빠르게 변화를 택했고, 결국 최 감독을 경질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성적은 기다리면 되는데, 조금만 참자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감독, 팀, 팬 세개의 축이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이해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