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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1편]KFA 김판곤 위원장 "신태용, 큰일할 수 있는 지도자"

박찬준 기자

입력 2018-12-04 16:11

수정 2018-12-14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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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A 김판곤 위원장 "신태용, 큰일할 수 있는 지도자"
대한축구협회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대한축구협회(KFA)는 약 1년 전 김판곤(49·부회장 겸임)을 초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당시 축구팬들의 맹비난이 쏟아진 상황에서 KFA 정몽규 회장은 협회 수뇌부에 큰 폭의 인적쇄신이 필요했고 '비주류'인 김판곤을 선택했다. 당시 김판곤 위원장은 홍콩 대표팀 감독(기술위원장 겸임)을 맡고 있었다.



중책을 맡은 김판곤 위원장은 2018년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한 구세주로 호평받고 있다. 개혁의 선봉에 선 그가 뽑은 '비주류' 김학범 감독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축구에 팬들이 돌아왔다. 또 러시아월드컵 이후 영입한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이 빠른 시간에 연착륙했다. 벤투 감독은 부임 이후 치른 6번의 A매치에서 3승3무 무패행진을 달렸다.

'갓판곤'이라는 애칭까지 생긴 그를 최근 축구회관에서 만났다. 김판곤 위원장은 올해를 리뷰하면서 신태용 감독, 벤투 감독 그리고 김학범 감독 등 수많은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조심스러웠고, 때론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자기와 관련된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축구협회에서 일한 지 만 1년이 다 돼 간다.

▶1월1일자 임명이니까 아직 1년까지 조금 남았다. 결정은 12월 중순났다.

-2018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돌아보면.

▶한국 축구하고 축구협회가 상당히 어려운 시기였다.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으려는 그 시점이었다. 와서 보니까 밖에서 보는 것보다 더 분위기가 무거웠다. 처음 들어왔을 때 내가 기대했던 건 기술 발전 쪽이었다. 외부에서 한국축구나 협회를 바라볼 때 선수 성장구조나 기술 발전구조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이 맡겨졌다. 대표팀 지원과 운영, 감독 선임에 대한 일들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어려웠다. 감독님을 선택하는 결정은 힘들었다. 홍콩에서 외국인으로 할 때는 쉬웠는데 국내에서 국내 지도자를 찾으려니까 힘들더라. 나를 불러주신 분이 예전과 다르게 이름이나 명성 보다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보고 불러주셨다. 내가 좋은 수행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불러주신 분들에게 타격이고, 나하고 비슷한 환경에 있는, 훌륭한 선수나 경력이 없어도 발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이 컸다.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내가 말하는 것들이 기사화되고 파장이 크기 때문에 말한 것과 이에 따르는 행동이 일치해야 했다. 행동 자체도 조심스러웠다.

-올해 보람된 장면은.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기고,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새로 오신 분들(파울루 벤투 감독과 김학범 감독)이 잘 정착했다. 이런 여러 요인을 통해 축구가 우리 국민 관심사의 중심이 되고 다시 사랑을 받았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와서 잘 말하지 않았던 선수 성장구조, 기술 발전구조에 대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이 좋았다. 협회 기술파트에서 많이 논의가 돼 많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받은 소임은 감독 선임 쪽에 있었는데 선수 성장구조, 기술 발전구조를 자꾸 얘기하는거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었다. 대표팀이 잘 되기 위해서는 좋은 선수가 나와야 되기 때문에 이를 빼고 설명할 수 없다. 대표팀이 잘되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높은 자리에 있으니까 언급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자신이 잘하고, 불편해 하는 부분을 여기에 와서 말할 수 있었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수 성장구조도 이해하고, 후속 일들을 협회가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반면 아쉬운 장면은.

▶러시아월드컵에서 옆에서 더 도와드리고 좋은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다. 물론 독일이라는 세계 1위를 이긴 성과도 있지만, 한번 더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려웠던 점은 처음 와서 U-23세 감독을 교체하고, 월드컵 이후에도 감독을 교체해 반전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릴때 어려움이 있었다.

-협회에서 부회장 역할을 제안했을때 조국으로 가서 일을 해보자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동기는.

▶물론 한번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기대하지 않은 제안을 받았다. 혹시 한국에서 제안이 온다면 감독이 될 거라는 기대는 있었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으로 콜이 올지 몰랐다. 홍명보 전무님께서는 우리 시대의 캡틴이지 않나.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판단해서 콜을 했다는 것에 대해 벅찼다. 홍콩에서 지도자 생활이 끝나면 테크니컬 디렉터로 어느 나라나 클럽에서 일하겠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홍콩에서도 4년간 한 일이다. 그래서 자신은 있었다. 결정은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나로부터 나오는 액션은 가고 싶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더라. 아마도 인정받았다는 것에서 내가 아쉬워하는 부분들을 내가 가면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감독 선임에 있어 정말 투명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임이 이루어져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몽규 축구협회장과 인연도 있지 않나.

▶부산 아이파크에서 수석코치와 감독대행으로 일했다.(정몽규 협회장은 부산 구단주다) 보통 한국축구의 문화나 흐름을 보면 유명 인사들이 이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나는 특별하게 생각은 안했다. 불러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다. 나는 한명의 후보였다. 한명의 후보로 콜을 받았다. 후보로 놓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시간이 지나서는 떨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홍콩에서 이뤄놓은 것도 있었고, 가족들이 반대했다. 와이프와 애들이 홍콩에 있다. 둘째가 열살인데 환경이 급격히 바뀌니까 아이 삶에서는 큰 충격이더라.

-러시아월드컵을 평가해보면.

▶(신태용) 전임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 조심스럽다. 한국축구가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당신에게 이 위기를 극복해달라'고 할 때 잔을 드는 용기는 크게 존중받아야 한다. 그 결정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를 해야 한다. 명성있는 분들에게 그 상황은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결정을 했고, 목이 걸린 마지막 두 경기서 사실 내용은 어려운 점은 있었지만 결과를 이끌어 낸 것에 대해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면 큰 지지를 받고 시작했어야 했다. 하지만 여러 예기치 않았던 환경이 만들어졌다. 감독은 대중의 지지, 언론의 지지, 선수의 지지 속에 자신감있게 나가야 하는데 흔들리는 판 아래서 해야 했다. 당연히 좋은 판단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어려움 속에서 본선 전 주요 선수들까지 다쳤고 조도 어려운 조였다. 신태용 감독님을 오히려 변호하고 싶다. 지지를 받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런 가운데 독일을 이긴 건 큰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앞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는 지도자다.

-감독 선임할 때 유럽에서 세계적인 명장들을 만났는데.

▶시기적으로 월드컵이 끝나고 '감독 시장'이 열렸다. 우리가 포트폴리오에 올린 영입 후보 감독들은 다른 나라 축구협회들의 영입 대상이기도 했다. 이들이 우리에게도 관심을 보였지만 다른 나라에도 걸쳐 있었다. 나중에 보니까 (이들이) 걸치고 재고 있더라. 그러면서 돈을 올리더라. 좋은 경험이었다. 경쟁을 했을 때 여러 조건으로 우리 나라 수준을 평가했을 때 우리는 첫번째 그룹이 아니었다. 아직은 우리나라가 더 국가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여러 악조건이 있는데 첫번째는 지리였다. 여기가 극동이다. 만약 영어권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고 축구의 중심지도 아니고, 중국처럼 돈을 엄청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니까 경쟁력에서 밀렸다. 앞으로 경쟁력이 올라가려면 우리가 아시아 최고가 돼야 한다. 그러면서 월드컵에서도 경쟁력 있는 팀이 돼야 한다. 나는 우리 대표팀이 아시아에서 톱이고, 우리나라만 월드컵에 9번 연속 진출한 '프라이드(자부심)'도 있지만 그들은 우리가 9번 진출했는지도 모른다. 우리야 손흥민 기성용 황희찬 이승우 하지만, 황희찬 이승우가 유럽에서 뛰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경쟁력 있는 대표팀으로 발전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그때 만난 분들과 연락도 하나.

▶올해 FIFA 어워즈가 있었던 영국 런던에 가서 만나 이야기했고, SNS 메신저도 한다. 런던서 서로 멋쩍게 인사했다.

-외국인 감독 영입 접촉 당시 언론에 나온 이들의 면면이 화려했다.

▶내 포부가 컸다. 선임을 통해 국민들에게 프라이드를 주고 싶었다. 그런 레벨에서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어려웠다. 자신감도 있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나도 영광이었다. 그런 분들이 대표팀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정말 세계적으로 쟁쟁하신 분들인데 관심을 가져주었고 만나서 이야기도 나눴다.

-앞으로 나중에 그 채널을 가동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감독 영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고, 그런 것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벤투 감독을)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하지만 이후의 미래 상황은 언제든 준비해야 한다.

축구회관=노주환 기자·박찬준 기자

<2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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