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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입 VAR 대성공, 오심 43개를 바로잡았다

노주환 기자

입력 2017-11-2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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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입 VAR 대성공, 오심 43개를 바로잡았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을 돌아보면 'VAR(비디오판독시스템)' 도입 전과 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도입 전, K리그 팬들의 심판 판정 불신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높아졌다. TV 중계 화면을 통해 오심 장면이 생생하게 드러나자 분을 참지 못했다. 일부 구단에선 단장까지 기자회견을 자청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지경까지 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 콘텐츠의 신뢰 회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눈에 보이는 오심을 바로 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VAR' 도입을 앞당겼다. 프로연맹은 FIFA의 협조를 얻어 지난 7월 1일, 18라운드부터 VAR을 전격 가동했다.



VAR 도입은 K리그에 새 지평을 열었다. 처음엔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사전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인정됐던 득점이 VAR을 통해 '노골'로 뒤집어지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VAR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려 경기 흐름이 끊어지기도 했다. 일부 경기에선 VAR을 과잉 적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심판들은 VAR 적용 실수로 내부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몇몇 시행착오에도 불구, VAR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VAR 도입 이후 K리그 구단과 축구팬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확 줄었다. 한 수도권 구단 고위 관계자는 "VAR을 도입한 후 프로연맹에 판정과 관련해 항의할 게 확 줄었다. VAR 도입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인간의 실수를 기계의 힘을 빌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VAR 도입 이후 드러난 수치가 그 효과를 말해준다. 프로연맹에 따르면 VAR 적용 회수는 총 64회였고, 그중 판정이 바뀐 경우가 43회(판정 유지 21회)였다. 달리 말해 오심 43개를 바로 잡은 셈이다. 만약 VAR이 없었다면 43차례 오심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총 43회 판정 변경을 따져보면 득점 인정 4건, 득점 취소 7건, PK 선언 8건, PK 취소 8건, 퇴장 선언 15건, 퇴장 취소 1건이다. 이 경우에서 보듯 VAR은 경기 결과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득점 ▶PK ▶퇴장 등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43회 판정이 정정되면서 팀들의 승무패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VAR 도입을 추진했던 프로연맹의 결단은 결과적으로 맞았다.

축구계에서는 그동안 기계의 힘을 빌린 판정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FIFA 수장까지 나서 "오심도 축구의 일부분이다" "심판도 인간이라 실수를 할 수 있다" 등의 말로 심판을 옹호했고, 오심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야구, 농구, 배구, 테니스 등이 먼저 비디오판독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축구만 심판의 권위를 핑계로 VAR 도입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축구도 시대가 변했다. 집행부가 바뀐 FIFA도 축구팬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생생하게 TV로 중계되는 오심 장면에 경악했고, FIFA도 계속 묵살하기는 어려웠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VAR을 적용했고, 호평을 받았다. FIFA는 VAR을 계속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프로연맹은 2018년 VAR을 클래식(1부)만 아니고 챌린지(2부)에도 확대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챌린지 구단들도 VAR 적용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VAR이 챌린지에까지 확대 적용될 경우 K리그는 오심을 획기적으로 줄이게 될 것이다. 내년엔 K리그 경기를 더 믿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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