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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맨' 전우근 사이버한국외대감독 "창단팀서 절실함으로 나가고파"

이건 기자

입력 2016-01-24 20:56

수정 2016-01-25 13:50

'부산맨' 전우근 사이버한국외대감독 "창단팀서 절실함으로 나가고파"
전우근 감독.

전우근 사이버한국외대 감독(39)을 안다면 아마도 한국 축구 특히 부산 축구에 대한 지식 내공이 꽤 깊은 사람일 것이다.



현역 선수 시절 전 감독은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부산팬들의 기억 속에는 크게 자리잡고 있다. 특유의 성실함과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부산에서 8시즌을 보낸 그는 중국 다롄 스더와 싱가포르 홈유나이티드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후 상주 상무의 유스팀인 용운고 감독으로 5년을 보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성인팀을 맡았다. 바로 올해 창단한 사이버한국외대다. 그를 만났다.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그는 첫 마디부터 인상적이었다. '절실함'을 강조했다. "축구는 역시 절실함이에요. 여기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돼요"라고 했다.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왔다. 전 감독은 '눈물 젖은 빵'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강릉농공고를 졸업한 뒤 인천대학교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청소년대표팀에도 자주 왔다갔다했다. 프로 진출은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드래프트에서 좋은 순번을 기대했다. 하지만 1999년 그는 연습생으로 부산의 지명을 받았다.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다. 당시만해도 연습생이면 바로 2군행이었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1군'을 목표로 했다. "내가 하기따라서 내 삶도 바뀐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죽었다 생각하고 훈련에 임했죠."

좋은 은사도 만났다.지금은 세상을 떠난 신윤기 2군 감독이었다. 신 감독은 2군에 있던 그에게 기회를 많이 줬다. 특히 그해 열린 대통령배전국축구대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겼다. 그때만해도 대통령배에는 2군팀이 나갔다. 전 감독은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4강까지 이끌었다. 신 감독은 당시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에게 전 감독을 소개했다. 올림픽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 감독은 "그 때 많은 것을 배웠다. 절실함의 힘을 느꼈다. 그리고 신 감독께 은혜를 갚고 싶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후 전 감독은 새로운 목표를 새웠다. '원클럽맨'이었다. 한 팀에서 오랫동안 있고 싶었다. 전 감독은 부산의 중추였다. 부상등으로 A대표팀과는 인연이 많지 않았지만 '대표급' 선수였다. 중간에 러브콜도 많았다. 하지만 돈 때문에 팀을 옮기고 싶지는 않았다. 군복무를 했던 2004년과 2005년을 제외하고 2008년까지 부산에서 뛰었다. 그는 "물론 중간에 팀을 옮겼다면 조금은 더 많은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거보다는 한 팀에서 오래 있었다는 것 때문에 성실함과 꾸준함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내게는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절실함', '성실함' 그리고 '꾸준함'은 전 감독이 현재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다. 전 감독은 "사실 사이버대라고 하면 편견이 심하다.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이는 5년전 용운고를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용운고는 상주의 유스팀이다. 지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2011년 6월 용운고를 맡은 전 감독은 6개월간 스카우트에 나섰다. 힘겨웠다. 다들 명문팀을 가기 원했다. 그래도 '경기에 뛰고 싶어하고, 더 잘하고 싶어하는, 절실한' 선수들이 용운고를 찾았다. 그들을 조련했다. 2012년 데려온 선수들이 3학년이 됐을 때 결실을 맺었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에서 3위를 했다. 왕중왕전에도 나갔다. 2015년 봄에 열린 금석배에서는 우승까지 했다. 전 감독은 "절실함을 무기로 했더니 결국 통하더라"고 말했다.

사이버한국외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당장 좋은 선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다들 축구에 목말라있는 선수들이다. 용운고 출신 선수들도 꽤 있다. 벨기에 AFC투비즈에서 뛰고 있던 박찬길도 전 감독 밑으로 왔다.

전 감독은 이들에게 '더 큰 무대에 뛸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2009년 안정환과 함께 다롄 스더에서 1년간 뛰었다. 그리고 2010년 싱가포르에서도 뛰었다. 해외 무대를 경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단다. 그는 "분명 한 팀에서 오랜 뛴 것도 큰 경험이자 영광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해외 무대 경험도 남달랐다"면서 "감독으로 온 이상 제자들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전 감독이 걷고자 하는 길도 남다르다. 그는 당장 2월 열리는 추계연맹전에 나가지 않는다. 대신 일본으로 향했다. 25일 일본 구마모토에 캠프를 차리고 훈련에 임한다. 구마모토에는 K리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팀들이 많이 온다. 주요 J리그 팀들과의 친선경기도 예정돼있다. 외국팀들의 영입 제안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전 감독은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성적은 나중에 프로에 가서 거둬도 된다. 그보다는 좋은 선수를 길러내는 것이 지도자라 생각한다"고 했다. 든든한 우군도 있다. K리그 포항 출신이자 청소년 대표를 역임한 차지호 CY스포츠 실장이다. 차 실장은 포항 뿐만 아니라 일본, 노르웨이 등에서도 선수 생활을 했다. 한국 사이버외대의 고문역을 담당하고 있다. 전 감독은 "사이버한국외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선수를 길러내서 한국 축구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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