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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가 수놓을 FA컵 결승전, 최용수일까, 김학범일까

김성원 기자

입력 2014-11-21 07:35

사제가 수놓을 FA컵 결승전, 최용수일까, 김학범일까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4 FA컵 결승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성남 김학범 감독의 말에 서울 최용수 감독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11.20.

스승이 "그 때는 완전 천방지축이었다"고 하자 제자는 박장대소했다. 스승은 "별이 몇 개냐"고 물었다. 별은 우승을 의미한다. 제자는 "우리 별 개수가 부족한데 미래를 놓고 봤을 때 더 가능성이 많다. 새로운 별을 추가해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며 맞불을 놓았다.



팀은 이기기위해 존재한다. 결승 무대라면 더더욱 설명이 필요없다. 단판승부, 희비는 엇갈린다. 한 팀은 우승이고, 한 팀은 2등이다. 휘슬과 함께 그라운드에는 희비가 공존한다. 마침표를 알리는 휘슬 후에야 운명을 알 수 있다.

23일, 올해 한국 축구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우승컵의 주인이 결정된다. FC서울과 성남FC가 이날 오후 2시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년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 망라해 한국 축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다. 피날레 무대에 오르는 최용수 서울 감독(43)과 김학범 성남 감독(54), 사제지간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김 감독은 코치, 최 감독은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세월이 흘러 감독으로 지략대결을 펼친다.

결전을 앞두고 두 감독이 동석했다.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FA컵 결승전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열정으로 가득했지만, 사제는 냉정했다. "1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FA컵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선수들과 난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힘들게 올라온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서 홈팬들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고 싶다." 최 감독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선수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FA컵 결승에 올랐다. 고무적이고 좋은 결과다. 성남 일화에서 성남FC로 바뀌면서 성남 시민이 뒤에 있다는 것이 힘의 근천이다. 그 분들을 봐서라도 한 발 더 뛰어서 상암벌이 축제의 장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김 감독의 화답이었다.

올해 성남 일화는 시민구단인 성남FC로 옷을 갈아입었다. 성남은 일화 시절 정규리그에서 7차례, FA컵에선 2차례 정상에 올랐다. 가장 최근 FA컵을 거머쥔 것은 2011년이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제패했다. 서울은 2010년과 2012년 정규리그에서 우승하며, 정규리그 별을 5개로 늘렸다. FA컵 우승컵은 1998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두 사령탑은 그라운드 밖에서는 돈독하다. 김 감독은 "최 감독이 지도자를 못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여우다. 지략도 뛰어나고 내가 오히려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지도자의 DNA는 다른 것 같다. '덩치 큰 여우'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김 감독님이 성남에 다시 부임한 이후 끈끈한 팀으로 바뀌었다. 객관적인 순위는 좋지 않지만 우리가 방심하면 큰 코 다친다. 좋은 팀과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 9월 친정인 성남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FA컵 최대 매력은 역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이다. 1장은 우승팀에 돌아간다. 결승전은 결승전이다. 양보는 없다.

"두 번 다시 찾아오기 힘든 결승전이다. 홈팬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면 우승으로 보답할 것이다. 홈이라는 이점 말고는 상대와 단판 승부에서 어떤 결과도 예측하기 어렵다. 열렬한 지지가 필요하다", "탄천에 응원단이 많이 늘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암벌에서 성남 시민의 힘으로 열심히 뛰겠다. 성남 시민의 힘이 우리의 힘이라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두 감독이 쏟아낸 마지막 말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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