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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든 상주의 '군기', '서울극장'은 넘지 못했다

김성원 기자

입력 2014-07-23 21:57

수정 2014-07-23 22:04

바짝 든 상주의 '군기', '서울극장'은 넘지 못했다
FC서울과 상주 상무의 K리그 클래식 2014 17라운드 경기가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서울 에스쿠데로가 역전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7.23/

상주 상무의 키워드는 '군기'다.



20일 전북 현대에 0대6으로 대패하자 난리가 났다. 23일 FC서울 경기 후 휴가가 예정됐지만 졸전이 이어질 경우 부대 복귀의 명령이 떨어질 판이었다.

군기가 바짝 들었다. '승리의 전령사'도 서울 출장을 왔다. 별이 떴다. 윤흥기 국군체육부대장(준장)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박항서 상주 감독은 "군인이니까 달라질 것이다. 내가 상주 감독에 오른 이후 부대장님이 본 경기에서 딱 한 번밖에 패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어 "부대장님이 오는 지는 조금 전에 연락을 받고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부대장의 외출은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찜찜했다. 부대장의 위력을 알기 때문이다. 4월 9일 아픔이 있었다. 서울은 상주 원정에서 수적 우세에도 불구하고 1대2 패했다. 당시 부대장이 경기장을 지켰다. 최 감독은 상주전을 앞두고 "나도 상무에서 뛰어서 알지만 부대장님이 오신다고 하면 선수들도 평소와는 다르게 경기에 나선다"며 경계했다.

군기는 무서웠다. 하지만 '서울극장'의 벽은 넘지 못했다. 서울이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홈경기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양상은 지난 경기와 비슷했다. '부대장 효과'를 누리는 듯 했다. 상주는 전반 41분 왼쪽 윙백 유지훈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다.

변수였다. 전반을 0-0으로 마쳤지만 후반은 서울의 우위가 예상됐다. 그러나 선제골은 상주의 몫이었다. 후반 12분이었다. 권순형의 패스를 받은 이승현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골을 터트린 후 본부석에 앉아 있는 부대장에게 거수 경례를 했다. 부대장도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서울은 악몽에 되살아나는 듯 했다. 다행히 재연되지 않았다. 그 때 없었던 몰리나가 있었다. 후반 24분이었다. 몰리나는 미드필드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을 놓치지 않았다. 그림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역전까지 시간도 충분했다. 12분 뒤 기다리던 두 번째 골이 터졌다. 고명진의 패스가 쇄도하는 고광민에게 정확하게 연결됐고, 고광민이 크로스를 올렸다. 에스쿠데로가 트래핑한 후 오른발 슛으로 연결, 골네트를 갈랐다.

서울은 클래식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최근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를 질주하며 승점 21점(5승6무6패)을 기록했다. 7위를 지켰지만 윗물에서 놀 날이 멀지 않았다. 그룹A의 마지노선인 6위 울산(승점 24·6승6무5패)이 드디어 사정권에 들어왔다. 승점 차는 3점이다.

박 감독은 경기 후 심판 판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수적 열세에도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졌으나 난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에 의해 경기가 만들어졌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상주는 이날 옐로카드 6장에 1명이 퇴장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되돌릴 수 없었다.

'서울 극장'이 '군기'를 지배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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