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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포항 ACL 두고 신경전, '영호남 슈퍼매치' 서막?

박상경 기자

입력 2014-04-24 07:29

전북-포항 ACL 두고 신경전, '영호남 슈퍼매치' 서막?
◇포항 김승대가 지난 2013년 10월 1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FA컵 결승전에서 김상식과 볼을 다투고 있다. 전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신경전은 승부의 감초다.



스쳐 지나가는 사건들은 클럽과 리그의 역사가 된다. 슈퍼매치가 대표적이다. 한국 프로축구를 선도해 온 두 구단의 위상 때문 만은 아니다. 서울의 전신인 안양LG 시절부터 양 팀 간의 경기는 '지지대 더비'로 통하면서 숱한 스토리를 양산해냈다.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이 슈퍼매치를 탄생시켰다.

동서를 대표하는 강팀인 전북과 포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에서 만났다. 전북과 포항은 오는 5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1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16강 1, 2차전을 치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양 팀의 인연이 겹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다.

전주에서 펼쳐지는 1차전이 도화선이 됐다. ACL 규정에는 '홈 팀이 원정팀의 숙소 및 연습장, 차량 등 편의를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중 숙소는 연습장 및 경기장에서 30분 이내 거리여야 한다. 홈 앤드 어웨이일 경우, 동등한 조건을 주고 받아야 한다고 정했다. 통상 원정팀이 경기 이틀 전에 경기 장소에 도착해 숙소와 훈련장을 사용한다. 포항은 전북과의 1차전 이틀 전에 전주에 도착, 시내나 인근지역인 군산의 호텔을 이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북이 난색을 표했다. 경기 하루 전인 5일 만 군산에서의 숙소 제공이 가능하다고 포항에 양해를 구했다. 5월 1일부터 10일까지 전주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로 인해 전주 시내 호텔이 동이 났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면서 전주서 74㎞가 떨어진 대전에서 먼저 숙박을 하고, 하루 전에는 군산으로 옮겨오는 방안을 추천했다. 훈련장은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으로 정했다.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에서 16강전을 준비하는 게 포항 입장에선 불만스러울 만하다.

전북의 생각은 다르다. 전북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울산과 ACL 4강전을 치를 때는 양 팀 측이 알아서 숙소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팀인 만큼 가능한 부분이었다"면서 "멜버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기 2달 전부터 숙소를 준비했지만, 행사와 겹쳐 어쩔 수 없었다. 담당자가 최선을 다했고 원정팀을 배려한 차선책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저간의 사정을 전달하고 대전에 공식 숙소를 정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양 팀의 신경전은 지난해 FA컵 결승전 때부터 이어졌다. 포항은 지난해 10월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FA컵 결승전에 앞서 이번과 같은 숙소 문제로 대전-전주를 왕복한 바 있다. 우승을 노렸던 전북은 전주 시내에 우승 축하연 자리를 준비해놓고 포항전에 나섰다. 그런데 경기에 앞서 포항이 '만약 포항이 이기면 전북 측이 미리 예약해놓은 식사 자리를 이용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전북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할 만했다. 포항이 전북을 승부차기 끝에 꺾었으나, 전주에서 축하연을 벌이겠다는 계획은 이루지 못했다. 대전에 숙소를 잡고 훈련을 위해 2시간 왕복을 해야 했던 포항도 이미 언짢은 상황이었다. 시즌이 바뀌면서 잠잠해지는 듯 싶었던 양팀의 앙금은 ACL을 계기로 다시 피어 오르고 있다. 포항=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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