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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가장 큰 획 긋는 일은 사랑이라는 사건이죠"

입력 2024-05-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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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가장 큰 획 긋는 일은 사랑이라는 사건이죠"
[나무옆의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섬과 박혜람' 출간한 임택수 작가
"관계의 이면 들여다보는 소설 계속 쓸 것"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올해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장편소설 '김섬과 박혜람'(나무옆의자)의 두 주인공은 '김섬'과 '박혜람'이다. 두 여성은 룸메이트이자 오랜 단짝 친구로, 김섬은 타투이스트로, 박혜람은 프랑스 파리의 한 미술관에서 도슨트로 일한다.
십여년 간의 프랑스 생활을 뒤로 하고 귀국한 박혜람은 오랜 단짝이었던 김섬에게로 돌아가지만, 김섬은 그런 친구에게 묵은 감정들을 꺼내놓고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속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김섬의 연애 사건으로 둘 간의 갈등은 깊어지고, 박혜람은 또다시 집을 나서 강원도 속초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다친 마음과 몸을 추스르기 시작한다.
임택수 작가는 16일 서울 덕수궁 인근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에 대해 "두 주인공이 사랑으로 무너지고 균형을 잃었다가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관계를 어떻게 다시 독립적으로 구축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사랑과 관계에서 방황을 거듭하면서도 끝내 자신들의 인생행로를 찾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라는 이중의 공간과 문화를 배경으로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획을 긋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는 사건이 아닐까 해요. 김섬과 박혜람 두 사람이 생의 전환기를 앞둔 시점에서 사랑을 통해 관계에 균열이 일고 또다시 회복해가는 과정을 담아봤습니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사랑과 이별, 상처를 겪으며 깊은 어둠을 경험하지만, 종국에는 기억과 재생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만의 빛을 만들어 간다. 이 작품은 세계문학상 심사에서 인물 내면의 모순과 갈등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보여준 점과 과거와 현재를 유려하게 오가면서 시간을 미학적으로 운용한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소설엔 작가 자신이 문학에의 열망을 품은 채 오랜 시간 방황하면서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보낸 시간이 녹아있다.
십 대의 나이에 일을 시작한 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20대 중반의 나이로 입학해 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이후에도 일과 창작을 병행해왔다.
그러던 중 가족의 죽음을 겪고 프랑스로 건너가 소설가 로맹 가리 연구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현지에서 박사 과정에도 진학했지만 여건상 학업을 끝내지 못하고 귀국해 현재는 국내의 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 업무를 보며 밤에 주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작가는 올해 '겹경사'를 맞았다. 5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1월 초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오랜 날 오랜 밤'이 당선되면서 등단한 데 이어 곧바로 1월 말에 제20회 세계문학상에 장편 '김섬과 박혜람'이 당선된 것.

"여건상 창작에 충분히 빠져 지낼 수 없는 환경이었는데 문학을 향한 마음은 계속 끌고 왔습니다. (작가 지망생들은) 저를 보시고 늦었다고 생각지 마시고 자신만의 색깔과 방식을 지키면서 계속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차기작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산사(山寺)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장편을 준비 중이라는 작가는 앞으로도 관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제 작품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하면 그건 착각일 거예요. 이번 소설처럼 규정되지 않는 관계들, 그런 관계의 이면을 보여주고 (책을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yongla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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